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도 그로스 해킹 (growth hacking)이 많이 자리 잡았다고 들었다. 페이스북 피드에서도 종종 Ryan Holiday의 Growth Hacking이라는 책이 자주 언급되거나 소개되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정작 나는 그 인기 많다는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나는 그로스 해킹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Systematic and data-driven approaches to continuously optimize business results
지속적으로 사업 결과를 최적화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접근방법
그로스 (growth)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로스 해킹의 목적은 유저나 매출을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키우는 데에 있다. 회사에서 고객과 매출을 늘리는 것만큼 또 중요한 것이 뭐가 있을까. 이러한 중책을 맡은 그로스 팀(growth team)의 역할을 빗대어 유명 블로거 Andrew Chen은 ‘Growth Hacker is the new VP Marketing’이라는 글을 썼으며, 500 Startups 같은 유명 인큐베이터들도 그로스와 관련된 컨퍼런스를 종종 주최하곤 한다.
그로스 해킹의 정의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글을 통해 잘 알려졌다고 생각하고, 대신 현재 몸담고 있는 링크드인에서 그로스 마케팅 일을 하면서 얻은 교훈과 가이드 라인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Lesson 1: Paid Marketing 투자의 원칙
누구나 viral growth 등을 이용해 공짜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내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소비자의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제품에 관심을 끌고 유저들을 모으기 위해선 초기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회사들이 Google Search (SEM), Facebook Ads, Promoted Tweets, LinkedIn Sponsored Updates 등의 paid marketing 플랫폼을 자주 사용한다. 그로스 해커에게 필수적인 능력을하나 뽑자면, 이런 paid marketing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다.
Paid marketing은 100%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다. 순식간에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광고비용이 지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같은 경우, 2013년에 $1.5억 달러를 구글 광고에 사용했다!) 스타트업들은 빠듯한 예산을 굴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paid marketing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다음 질문에 대답을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인가?
“How much should I spend on paid marketing?”
이 문제는 이렇게 접근해 볼 수 있다. 우선 유저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한 후, 그렇게 확보한 유저들의 가치를 가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둘의 상관관계를 통해 최적의 답을 구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광고 타겟팅이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드는 비용과 광고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는 선형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이기 위해서는 그에 비례하는 광고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확보한 유저들의 가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에서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한 단위를 ‘입력’했을 때 ‘출력’이 증가하는 정도가 입력이 늘어날수록 점점 줄어든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서 밥을 한 숟갈(입력) 먹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출력)이 밥을 계속 먹을수록 줄어드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원리로 광고 비용을 계속 늘리면서 확보한 고객들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이는 많은 광고를 통해 더 ‘어렵게’ 확보된 고객의 질이(customer quality) 대체적으로 더 낮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둘의 관계를 이용해 답을 도출할 수 있다. 그로스 해킹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저수나 매출을 빠른 시간안에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회사의 목적은 무엇인가? 스타트업, 대기업을 불문하고 회사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이 둘의 목적을 달성하는 투자 범위의 교집합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즉,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의 유저 및 매출을 달성하는 것인데, 이것은 한계생산점이 비용점을 만나는, 이윤이 0으로 수렴하기 직전인 곳이다 (A). 이곳에서 최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적은 비용을 지출하면 (B) 좀 더 높은 이윤을 낼 수 있어도 성장을 최대화시킬 수 없고,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면 (C) 새로운 유저를 확보할수록 오히려 회사에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Q: How much should I spend on paid marketing?
A: As much as possible to maximize your customer acquisition and revenue from paid marketing, until your profit margin becomes zero.
즉, 이윤이 0이 될 때까지 광고 비용을 지출하여 신규 고객과 매출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paid marketing을 제대로(?) 그로스 해킹 하는 비법이다.혹자는 스타트업은 그로스에 살고 그로스에 죽기 때문에 비록 손해가 나더라도 일단 더 많은 유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Why not? Growth is only thing that matters in a startup!) 나는 이런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고 싶다.
1. 손익을 계산하는 데 있어 고객의 총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를 고려하였는가? 만약 총 가치가 투자한 돈보다 높지만 당장 그 가치가 다 회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 손실이 난 경우에는 그 투자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에는 장기적인 이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총 가치가 긴 시간에 걸쳐 실현되는 사업 모델들을 (e.g,. SaaS 제품, mortgage 같은 장기 금융상품) 단기 손익으로 평가를 내리려 한다면 절대 paid marketing을 할 수 없을것이다.
2. 아무리 성장이 중요한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스타트업도 회사의 한 종류다. 만약 고객 총 가치보다 더 높은 비용을 들여 그 고객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면 그 회사의 그로스 전략은 99%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1%는 만약 지금의 손실을 감수하고 뭔가 더 전략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해 줄 최적화된 환경이 있는 경우이다). 아까운 마케팅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고민하길 적극 권장한다.
그로스 해킹이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유 중 하나는 들인 노력에 대한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계량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paid marketing 같은 비싼 마케팅 채널에서 최대의 성과를 뽑아내는 능력이 ‘world class’ 그로스 해커를 구분짖는 잣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이 글은 다음 편인 「그로스 해킹② 있을 때 잘하자, 고객 유지」에서 이어집니다.
참고
1] http://adage.com/article/digital/amazon-tops-list-google-s-25-biggest-search-advertisers/294922/
2] http://andrewchen.co/how-to-be-a-growth-hacker-an-airbnbcraigslist-case-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