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 학교를 다닐 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높은 점수 = 좋은 학점 =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공식이 존재했던 학창 시절과 다르게 직장인이 되면서 무엇무엇을 하면 일 잘하는 회사원이라는 공식을 찾기 쉽지 않았다. 회사 문화, 직장 상사 및 부하와의 관계, 그리고 다양한 업무 평가 방식 때문에 어느 일관된 공식을 찾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기준이 되었던 많은 업무를 중요한 순서대로 멋지게 처리하는 능력은 일을 잘하는 회사원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을 중요한 항목일 것이다.
그러면 잔뜩 쌓여있는 업무에 어떻게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을까? 상사가 시키는 것부터? 아니면 처리하기 쉬운 일부터? 다양한 기준과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있어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전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 배운 2×2 prioritization matrix (영어로는 2×2를 ‘투 바이 투’라고 읽음) 프레임웍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링크드인을 4년 가까이 다니면서 이의 위력을 여러 번 실감하였기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2×2 prioritization matrix는 간단히 말해 의사결정 과정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기준 삼아 선택 가능한 일들을 평가하여 사분면에 배치하는 것이다. ‘회사 업무의 우선순위 정하기’의 주제를 이 프레임웍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회사 업무들을 다양한 기준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나는 아래 두 가지 기준이 ‘업무의 중요성’을 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랑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들의 기준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 Level of impact (업무의 영향력)
업무의 결과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업무의 중요도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은 모두가 동감할 것이다. 만약 업무의 결과가 회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잡무’일 가능성이 큰 반면, 어느 일의 결과가 회사의 사활을 좌지우지한다면 그 업무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높다고 평가를 받을 것이다. - Level of effort (업무에 들어가는 노력)
모든 직장인이 아는 사실이지만, 각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천차만별이고, 이는 업무의 영향력과 무관하다. 예를 들어 전 직원의 경비처리 영수증을 수기 확인하는 일은 영향력이 낮지만 엄청나게 높은 노력 (인력 +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쌓여있는 업무들을 위의 두 기준의 스펙트럼 상에 각각 순위를 매기면 다음과 같은 사분면에 업무들을 모두 배치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업무가 배치되는 순간, 업무의 우선순위 선정은 놀랍게도 간단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the magical 2×2” 라고 부르기도 한다)
홈런 사분면: 천우신조의 기회다. 낮은 노력으로 엄청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업무가 있다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제일 먼저 공략하자. 주의할 점이 있다면, 홈런을 칠 기회가 혹시 너무 많지 않은가에 대해 의심을 해봐야 한다. 아무리 배리본즈, 이승엽이라고 한들 매 경기마다 홈런을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쓰레기 사분면: 여기 있는 일들을 시간 낭비이다. 노력은 노력대로 하고 결실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일들이다. 혹시 구조적으로, 아니면 상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하는 입장이 계속적으로 생긴다면 더 좋은 근무환경이 있는 곳으로 이직을 고려해라. 회사는 인재를 썩히고 있고, 본인도 회사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낮게 달려있는 열매 (low-hanging fruit)’ 사분면: 큰 노력 없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들이다. 홈런은 아니더라도 많은 단타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최소한의 기회비용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뽑아야 하는 그로스 해킹 관련 업무들은 이런 ‘낮게 달려있는 열매’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큰 모험 (big bet) 사분면: 현실은 냉정하다. 홈런의 기회는 가문에 콩 나듯 나타나도, ‘낮게 달려있는 열매’는 쏠쏠하지만 계단 함수(step-function)식의 변화와 영향력을 가져다줄 수 없다. 회사에 엄청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들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회사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위험을 감수하는 ‘큰 모험’ 사분면에 있는 업무들을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모험과 무모의 경계를 잘 구분하는 것이다. 업무의 잠재 영향력에만 이끌려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계속해서 달려든다면 ‘영웅 병 (trying to be a hero)’에 걸린 것이다.
각각의 업무 추진 취향 및 위기 감수 능력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사분면들의 특징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업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홈런
다른 업무들을 희생하더라도 ‘고’low-hanging fruit
70% (확실한 작은 성공이 불확실한 큰 성공보다 더 실용적임)big bet
30% (한두 가지 큰 프로젝트를 고른다. 실패하더라도 low-hanging fruit이있으니…)쓰레기
0% (혹시 상사가 이런 일을 시킨다면 ‘감히 건방지게’ 토론을 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2×2 prioritization matrix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업무에 우선순위를 부과하여 중요하고 실현 가능한 업무 위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일을 잘하는 방법은 이렇게 ‘work smart’하는 것이지 무작정 ‘work hard’만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원문: Andrew Ahn님의 블로그
참고
작년에 같은 주제로 ‘The magical 2x2s(영문)’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업무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일 일에도 적용되는 방법을 알고 싶으면 참고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