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Y 콤비네이션(Y Combinator, YC). 처음 듣는 사람에게 가장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창업자들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조언을 해주거나 운영에 도움을 주는 기관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하버드’다.
세계에 약 2,500여 개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이 많은 기관 중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스타트업 8개, 즉 드롭박스(Dropbox)나 에어비앤비(AirBnB) 등을 모두 YC에서 배출했다.
이렇듯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YC의 사장 샘 알트만이 스탠퍼드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수업에 첫 외부 강사로 초청되었다. 알트만은 2005년에 스탠퍼드를 중퇴하고 룹트(Loopt)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룹트 채용 및 서비스 초대 이메일을 학교 이메일로 자주 받아본 기억이 난다.
실리콘밸리에서 매년 수천 개의 날고 기는 스타트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알트만은 그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 발견한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명확한 비전
창업자로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하는지 남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로 아래 예시를 든다.
- 이것을 하지 못하면 채용, 영업,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설명을 제대로 못 하면 누가 나의 스타트업에 동참해 열정을 쏟겠는가?
- 회사의 실질적인 면들을 떠나서 비전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명확한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일 확률이 높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도 많은 사람이 에어비앤비 콘셉트 자체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을 때 ‘현지 체험’의 매력에 대한 비전을 굴하지 않고 설명했다고 한다. 비전을 통해 아이디어의 최종 상태를 그릴 수 있으면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을지언정 결국 성공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2. 단호하고 열정적
스타트업, 사실 말이 멋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길인가. 스타트업은 태생부터 성공과는 거리가 매우 먼 확률로 시작하는 게임이다. 체스키는 회사 초반에 펀딩이 떨어져 수십 개의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하며 ‘돌려막기’를 통해 회사를 버텼다고 한다. 만약 머리로만 회사를 운영했다면 이런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혹독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단호한 의지와 그 의지를 받쳐줄 열정이 필요하다. 창업자 스스로가 그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머리’로만 스타트업을 운영하면 초반에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웠던 에어비엔비나 우버는 현재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3. 일을 빨리 해결하는 능력
블리츠스케일링 수업에 알맞은 창업자의 특징이다.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이 많은 스타트업의 운명을 좌우 짓는다. 창업자들은 제품에 대해, 시장 접근에 대해, 이 외 회사 전반에 대한 안건에 대해 수시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나가면서 그때그때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유일한 오답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하는 것이다. 알트만은 가장 대표적인 예로 직원들을 빨리 해고하지 못하는 창업자들의 실수를 꼽는다. 업무 성과가 낮은 직원을 해고하지 못하면 하루하루 생존을 다투는 회사는 경쟁력을 잃고, 그 직원 역시 자신과 더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해 계속 안 좋은 경험만 쌓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특징과 관련해 영화 〈마션〉에 비유할 수 있다. 와트니 대원은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생존과 관련된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만 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은 필요한 시간보다 적다. 새로운 경쟁업체, 높아지는 고객의 요구, 줄어드는 펀딩 등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주 10% 이상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그와 관련된 문제를 빨리 해결한다면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결론
알트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사를 성공시키는 것과 개인의 기술적인 역량은 별개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본인이 아무리 코딩을 잘해도, 어느 기술 분야의 독보적인 권위자라도 제품의 확실한 비전과 그 비전에 다가가기 위한 열정과 빠른 행동이 없다면 그 스타트업은 성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최근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한국 친구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알트만이 제시한 성공하는 창업자들의 특징을 참고하고 능력을 계발해 조만간 YC 리스트에서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