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내게 링크드인 및 실리콘밸리 회사에 취업 관련하여 문의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중요한 순간에 정말 좋은 운으로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 조언을 해주기가 어려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엄청난 스펙이 있으신 분이 되레 내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는 더더욱!)
하지만 다행히 ‘hyper-growth’ 회사인 링크드인을 4년 넘게 다니면서 좋았던 점을 꼽자면 인터뷰를 정말 많이 경험했다는 것이다. 내가 관리하는 팀을 늘려 나가면서 수천 장의 이력서를 심사하고 수백 시간에 달하는 면접을 직접 하였으며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일주일 중 삼일은 아무 일도 안하고 인터뷰만 했던 적도 있다), Associate (신입) 부터 Sr. Director (전무?) 까지 다양한 직급을 채용하는데 hiring comittee (채용 위원회)로 크고 작게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제 넘지만 미국 IT 회사들의 면접을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는 팁들을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적어본다. (실리콘밸리 및 링크드인 bias 가 있음을 인정).
1. 자신의 엘리베이터 피치를 완성하라. (Perfect your elevator pitch)
경영학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elevator pitch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여 짧은 시간에 전달한다는 의미로, 어느 상품의 가치에 대한 빠르고 간단한 요약 설명이 elevator pitch이다.
면접에서 상품이 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미국의 인터뷰는 대부분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작은 보통 ‘tell me about yourself’로 시작된다. 이 때 짧고 강렬하게 내 자신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많은 자소서에 볼 수 있는 ‘유복하지 않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등의 미사여구가 넘처나는 긴 스토리는 탈락의 지름길이다.
경험상 높은 점수를 받는 면접자들의 elevator pitch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 업적
인터뷰하는 포지션의 이해도 및 열정
커리어에 대한 비전예) I am a business analyst at McKinsey, helping consumer retail companies to assess and expand to new emerging markets. I’m passionate about driving insights that lead to big impact, and deeply enjoy analyzing complex datasets and processes to identify hidden opportunities. My goal is to become a general manager — and I am super excited about the opportunity at LinkedIn that can leverage my skills learned at McKinsey as well as learn how to develop and operate marketing programs.
2. 논리적으로 구성된 답변을 하자
나와 내 동료들이 인터뷰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일하면서 처했던 가장 어려웠던 경우를 들려주세요. (Tell me about a most difficult problem you had to solve at work)’
이 질문의 이면에는 많은 평가 항목들이 내재되어 있다. 지원자가 어떠한 상황을 경험해 봤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어떠했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문 지식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절했는가. 상황을 남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어떠한가.
한 질문으로 이런 여러가지 항목을 평가를 하기에 질문 액면대로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문제의 솔루션만을 이야기한다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대신 다음과 같이 논리적으로 답변을 구성하여 설명한다면 면접관들이 평가하려는 다양한 항목들을 포괄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3. 답을 구하는 과정에 집중하라
개발 직군과는 다르게 마케팅 및 경영 직군에서는 기술적인 면접 (technical interview)을 하기가 어렵다. 난데없이 SWOT 분석이나 마케팅의 4P에 대해 물어보는게 좀 웃기지 않은가. 이런 경우 나를 포함한 많은 면접관들이 실제로 닥친 문제를 일반화 시켜서 ‘너같으면 어떻게 하겠니? (How would you solve this problem?)’ 식의 질문으로 기술면접을 대체한다.
이 질문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멋지게 답을 맞춘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이 질문의 핵심은 새로운 문제에 대해 지원자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평가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답을 구하는데에 너무 머리를 싸매지 말고 (실제로 정답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면접관이랑 대화를 하며 접근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며, 어떠한 가정을 세웠고, 또 다양한 해결책들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답변을 도출한다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다.
실례로 내가 4년전에 링크드인 면접을 봤을때 ‘프리미엄 멤버들이 유료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입사 후 첫 프로젝트가 실제로 유료 회원들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전략과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최근까지 내가 자주 하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아래의 유료 회원 가입 페이지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였다. 이러한 개방형 질문은 지원자들이 미리 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 접근 방법과 raw talent를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다.
여담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또 한 가지의 이유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편향성 (unconscious bias)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보통 과거 경험에 대한 질문들을 하게 되면 남성은 자신의 업적을 더 부풀려서 말하고 여성들은 더 축소해서 답변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질문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면 이러한 편향 현상 없이 공정하게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too good to be true’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남성 지원자인 경우 반드시 이러한 질문을 통해 한번 더 검증을 하는 편이다.
4. 양질의 질문을 해라
대부분의 인터뷰는 면접관이 ‘do you have any question?’으로 마무리 된다. 그냥 의례로 하는 질문인 것 같지만 이 질문으로 지원자가 회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고, 또 회사에 대한 사전 공부를 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냥 생각없이 ‘월급이 필요해서’ 지원을 하였다면 회사에 대해 딱히 궁금한 점들이 없거나 질문의 심도가 매우 낮을 것이다. 심사숙고한 질문 대여섯개 정도를 준비하여 ‘do you have any questions?’ 질문을 기회 삼아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하라.
좋은 질문의 예
최근 인터넷 업계 동향이 점점 더 모바일로 편중되는 것 같은데, 이에 맞추어 새로운 앱을 출시한 것은 정말 멋진 전략인 것 같아요. 앱 출시 이후 유저들의 이용이 많이 늘어났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혹시 이용을 더 촉진시키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은 계획하고 있으세요?
제 생각에는 이 포지션에 필요한 능력은 다양한 팀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쉽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능력인 것 같은데, 이 포지션에서 성공하기 위해 또 어떠한 능력들이 필요한가요?
우리 팀의 성공지표 (KPI)가 무엇인가요? 왜 그것이 중요하죠? 이런 X, Y, Z 지표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쁜 질문의 예
일년에 휴가가 며칠 있나요?
연봉은 경쟁사보다 높나요? 승진은 언제쯤 할 수 있죠?
질문 없어요 (헉!!!)
5. 소통… 그것이 핵심이다
예전 블로그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유학생 진로상담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영어 잘해야 되죠?’ 이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는데 영어는 못해도 되지만 소통은 정말 잘 해야한다. 영어를 잘 해도 소통을 못할 수가 있고 영어를 잘 못 해도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을 기본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능력은 가져야 겠지만 그것은 유창한 언변이나 부드러운 발음과 별개의 것이다. (못 믿겠으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시라). 꼭!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표현한다면 좋은 결과에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원문: Andrew Ahn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