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저가 커피’ 열풍이다. 싸고 양 많은 커피. 불황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에게 저가 커피는 매력적인 유혹이다. 소비자들은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서너 배까지 비싼 일반 커피보다 빽다방과 이디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그간 커피 가격 거품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커피 업계의 자성도 필요한 지점이다.
문제는 그러나 전혀 다른 곳에서 불거진다. 소비자들에게 지극히 달콤한 이 블랙워터의 화려한 성공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자영업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졌다는 불편한 진실. 백종원 씨의 빽다방은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불경기. 비싼 커피 대신 싸고 나름대로 ‘마실만한’ 저가 커피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지역 상인들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약탈적 영업 방식에 대한 비판.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우리의 결론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품질 개선과 서비스 향상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자는 결론, 그러나 이 뻔한 결과물은 빽다방의 아성앞에 허망한 외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사실 알고 있었다. 수조 대에 이르는 커피 시장. 과연 저가 커피 열풍은 잠깐의 유행에 불과한 걸까?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도태된 개인들의 좌절과 절망은 일시적 유행의 그늘이라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둡고 무겁다.
<누블롱 라베리테>는 <월간 커피앤티>와 함께 최근의 저가 커피 열풍의 이면을 들추는 ‘특별 토론’을 기획했다. 사업경력 20년, 5년, 1년 차의 개인 카페 운영자와 시사주간지 기자, 커피 전문지 기자 등이 토론자로 나서 ‘저가 커피의 습격’을 꼼꼼히 뜯어봤다.
토론자 목록(가나다순)
1. 김동민 에일리언커피 대표 (개인 카페 운영, 5년차)2. 삼류기자3. 송지혜 시사IN 기자4. 전광수 전광수커피 대표 (운영 20년)5. 지영구 월간 커피앤티 편집국장6. 최호영 카페프렌즈 대표 (1년 미만)
저가 커피의 ‘검은’ 속셈
점심 식사 시간. 한 무리의 넥타이 부대는 저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다. 식후 커피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한때 스타벅스 커피를 두고 부정적인 말도 오갔지만, 여전히 이 검고 매혹적인 음료는 대다수의 사람을 매료시키고 있다.
수많은 커피 업체가 개점과 폐점을 반복한다. 장기간의 불황과 경기 침체의 여파는 지갑을 가볍게 만들었지만, 욕망은 그에 반비례한다. 맛은 어느새 소비자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싸고 양 많은 커피를 원한다. 그 혹은 그녀는 더는 점심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출퇴근의 고단함은 저렴한 커피 한 잔에 사르르 녹고 만다.
그 중심에 빽다방이 있다. 빽다방은 최근 방송과 광고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백종원 씨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다. 무서우리만큼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중 매체부터 호들갑을 떤다.
“그 기사 때문에 욕 많이 먹었다면서요?”
서울 양재동 모처. 지영구 기자가 <시사IN> 송지혜 기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는 커피 산업에 정통한 14년 경력의 베테랑 커피 전문가다.
“더 깊게 들어갔어야 하는데 아쉽죠. 현상을 짚는다고 했는데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송 기자는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라는 듯 웃고 만다. 최근 <시사IN> 424호에 게재한 ‘오늘의 커피는 어디서 사셨어요?’ 제하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송고되면서 댓글 폭탄이 터졌다고 한다. ‘빽다방으로부터 돈 받았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그는 웃어넘겼다. 전광수 대표가 슬쩍 한마디 거들었다.
“진짜 돈 받은 거 아니죠?” “어휴,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셔요.”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곧 최호영·김동민씨도 도착하자 짧은 소개를 한 후에 우리는 곧장 토론을 시작했다. 카페 사장 내지는 개인 자영업자들의 앞날에 회색빛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모두 알고 있었다. ‘저가 커피’라는 뜨거운 이슈를 이야기하는 자리. 각자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누블롱 라베리테의 삼류기자는 최초 기획부터 섭외, 진행 및 본 기사 작성을 맡았다. 11월11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너무 커버린 커피 시장 그리고 ‘불나방’
삼류기자(이하 기자) 최근 ‘저가 커피’가 화제다. 일본 와타루커피의 신지 세키네씨는 일본인의 연평균 커피 소비량이 하루 1잔이라면서 소비자들은 가급적 질 좋은 커피를 원한다고 하더라. 개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한일 양국이 비슷한 통계를 나타내고 있지만, 양상은 전혀 다르게 흐른다.
그는 최근 한국의 이른바 ‘저가 커피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분석과는 상관없이 현재 한국 커피 시장에서 저가 커피는 대세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간의 커피 시장은 어떻게 바뀌어왔을까.
전광수(이하 전) 그동안 커피 산업이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 커피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생두 시장이 지금 같지 않았다. 생두 소비가 극히 미미했기 때문에 시장규모도 보잘 것 없었다. 현재 생두 시장은 그 규모는 물론이고 다양한 생두 니즈 역시 커지고 있다. 과거 10여 개에 불과했던 생두는 현재 50여종에 이르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시쳇말로 돈만 있으면 원하는 생두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커피 소비층도 바뀌었다. 커피 교육 분야의 경우, 처음 커피 아카데미를 시작할 때는 교육생의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특히 가정주부의 비율이 높았다. 지금은 남녀 성비가 절반씩이다. 수강생 연령대도 낮아졌다. 심지어 고등학생도 커피를 배운다. 커피 메뉴도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이 다양해졌다.
지영구(이하 지) 2002년 <월간 커피앤티>를 창간할 무렵과 비교하면, 시장은 상당히 비대해졌다. 생두뿐만 아니라 원두 시장도 함께 커졌다. 전체 커피콩 수입량은 7~8만 톤에서 현재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과거 수입해오던 커피가 인스턴트가 대부분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원두용 생두는 5% 미만이었다. 지금은 20%에 육박한다. 이는 인스턴트커피가 강세를 떨쳤던 한국 커피 시장에서 유의미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생두 가격도 많이 올랐고.
기자 최근의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일까.
송지혜(이하 송) 기사를 준비할 당시 소비자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찾는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알게 됐다. 저가 커피 매장이 하루가 다르게 늘더라. 그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금융감독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를 제외하고 대형 커피 업체의 매출은 일정 부분씩 늘고 있었다. 이는 저가 커피 시장의 확대가 대형 커피 업체의 판을 위협하긴 했을지언정 ‘죽인 것은 아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랜차이즈도 메뉴 다양화 등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있었다. 커피 소비층 자체도 다양해졌다. 커피를 즐기는 층은 남녀노소, 연령불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판’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기자 개인 카페를 운영한 지 5년과 1년 남짓. 체감도는 어떤가.
김동민(이하 민) 커피를 접한 지는 10년, 개인 매장을 운영한 지 5년 정도 됐다. 동네 상권(서울 강동구 길동)을 기준으로 반경 300미터 안에 10여 곳의 카페가 들어섰다. 역 인근이라는 장점이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비롯해 새로운 카페가 계속 들어선다. 그러나 5년 동안 유지된 카페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도 폐점 후 타 브랜드로 바뀌곤 하더라. 상권의 영향에 민감한 개인 매장의 경우를 보면, 에일리언커피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소규모의 개인 카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에는 꾸준히 개점과 폐점을 거듭하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기자 이유가 뭐라고 보나.
민 ‘불나방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돈이) 될 것 같다’는 확신만 들고 온다. 준비 없이 무작정 카페 창업에 달려드는 경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예비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 카페에 좀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본인 주도하에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카페 운영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도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같은 상가 자영업자들조차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카페, 어렵다. 힘들고.
기자 막연한 동경도 카페 창업에 뛰어드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민 일종의 로망 아닐까. 문제는 그러한 환상을 좇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거다. 매장을 꾸려가는 것은 고달프다. 이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내가 처음 시작할 때처럼 카페 창업 열풍까진 아니지만, 그런데도 개인 매장은 계속 늘고 있다.
최호영(이하 최) 카페프렌즈는 서울 관악구에서 영업 중이다. 주거 밀집 지역임에도 200미터 안에 스무 개 이상의 카페가 성업 중이다. 개장 이후 차례대로 카페전문점 네 곳이 더 들어섰는데, 그때마다 매출에 영향이 있었다.
절반은 프랜차이즈다. 소형 프랜차이즈도 계속 생겨난다. 프랜차이즈는 같은 상권이 아니어도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1500원짜리 커피까지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다. 상권 전체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주변에 저가 커피가 들어오면서 작년과 비교해 하루 매출이 약 10~15만 원 줄었다고 하더라. 치명적인 수준이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이유가 일순 이해도 된다. 개인 카페에서 공부라도 하려면 눈치가 보이지 않나.
기자 전광수커피의 경우는 어떤가. 저가 커피에 영향을 받고 있나.
전 작년 여름 설빙(빙수 프랜차이즈) 여파가 컸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 매장의 경우, 한 달 여름 매출이 300~400만 원가량 줄었다. 부천점 인근에 빽다방이 생기자, 월 평균 매출이200~300만원 떨어졌다. 확연한 ‘피해’가 있었다.
기자 저가 커피가 늘어나게 된 배경은 뭘까.
송 이디야와 빽다방을 비롯한 기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했다. 두 개 회사가 압도적이었다. 타 프랜차이즈는 사실 프랜차이즈라고 부르기에 영세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자체가 너무 많다.
500~2000원대 커피를 파는 프랜차이즈만 100여 개다. 결국 저가 커피 업체 개수만 늘어난 상황에서 빽다방과 이디야만 내달리고 있는 꼴이다. 빽다방 전에도 망고식스에서 저가 커피를 출시한 적이 있었다.
해당 업체 측의 설명에 따르면, 3000~5000만 원의 소자본으로 7~10평의 작은 매장을 혼자서 운영할 수 있는,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작은 매장. 이를 통한 박리다매가 이들의 목표였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빌리고, 본사로부터 원료를 받아 혼자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셈이다.
사람들은 싸고 양 많은 커피를 좋아한다
기자 싼 가격과 대용량 커피. 어떻게 보나.
전 지하상가에 네스카페와 이디야가 나란히 있었다. 출근 시간마다 두 가게가 엇비슷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고객 비율도 엎치락뒤치락하더라. 그나마 선의의 경쟁이랄까. 어느 날 한가운데 빽다방이 들어왔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기존의 두 카페는 박살이 났다. 빽다방에는 아침부터 길게 줄이 서 있고, 나머지 두 곳은 텅 비어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골목 초입에 빽다방이 들어서면, 안에 있는 카페는 매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로스터리 카페나 소규모 개인 브랜드 카페는 임대료 부담 등을 고려, 골목 안쪽에 자리를 잡는다.
빽다방은 쌍끌이 어선과 비슷하다. 골목 초입부터 손님을 전부 빨아들인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과 무엇이 다른가. 빽다방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정당한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지 로스터리 카페와 비교해서 맛 차이가 있나.
송 복수의 커피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커피 맛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쓴 맛, 즉 커피의 탄 맛을 원하는 일반적인 커피 소비자에게 커피콩을 탄내가 나도록 오래 볶아 커피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로스팅 과정에서 결점두를 걸러내지 않고, 쉽고 싸게 처리하면 현재의 저가 커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맛좋은 커피? 좋은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 가라’ 요즘 분위기가 이렇다.
민 빽다방에 가봤다. 두 명의 커피 값은 1만 원이 소요되지 않나. 빽다방에서는 커피와 청포도주스를 골랐음에도 5천 원이었다. 양도 많았다. 얼음이 많긴 했지만, 워낙 용량이 큰 탓에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대비 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커피 한 잔에 소요되는 돈이란 나를 위한 일종의 ‘투자’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한국인들은 커피 없이 못 산다. 하루에 두세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고 가정해보자. 1만 원 이상이 커피값으로 지출된다. 저가 커피의 장점은 우선 당장 커피 값 부담을 줄여준다는 데 있다.
기자 소비자 입장에선 매력적이라는 건데,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또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
민 위기감을 느낀다. 빽다방은 에일리언커피와는 다르다. 우선 ‘핫’하다. 나처럼 작은 규모의 개인 매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 빽다방과의 가격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민 에일리언커피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3500원으로 책정했다. 용량을 비교하면 빽다방보다 2.5배 비싸다.
기자 학생과 고시생 비율이 높아서 신림동 일대의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2000~2500원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싸기만 해서도 안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은 유지해야 하는 분위기다. 카페프렌즈는 커피 가격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최 요즘 다들 주머니가 얇지 않나. 백종원 씨가 공략을 잘하긴 했다. 맛도 좋은데 가격까지 쌌다면 할 말 없을 것이다. 지인이 교대역 인근에 카페를 새로 오픈했는데, 코앞에 빽카페가 들어섰고 주변 카페들은 초주검 됐다고 하소연 하더라. 커피 값 경쟁이 심해져서 급기야 천 원짜리 아메리카노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건 결국 상권 자체가 초토화됐다는 얘기 아니겠나.
기자 생존하기 위해서 일부에선 이른바 제 살 깎기 경쟁도 마다치 않는 것 같다.
최 사실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이왕이면 맛있는 곳을 찾기 마련이다. (저가 커피) 보다 맛있는 커피가 있다면? 카페프렌즈는 아메리카노로 스페셜티커피를 쓴다. 결점두도 일일이 골라낸다.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결점두를 골라내지 않고, 태워서 탄 맛을 내는 커피라도 상관없다? 당연히 싼 빽다방에 가지 않겠나.
기자 만약 인근에 빽다방이 들어선다면 어떡할 것인가.
최 지금과 다름없는 커피를 만들 것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선보이든지. 지금보다 가격을 떨어뜨릴 생각은 없다. 좋은 커피를 만들겠다는 고집을 내려놓을 생각도 없다.
기자 그런데도 자영업자에게 빽다방은 두려움의 대상 아닌가.
최 그렇긴 하다.
지 한국 커피 시장에서 워낙 대형 프랜차이즈가 강세였고, 커피 시장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커피 업계를 싹쓸이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현재 개인 카페는 프랜차이즈보다 6대4 정도로 더 많다. 빽다방은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고, 타 프랜차이즈 커피 수준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맛의 차이를 구별하진 못한다. 문제는 누구와 경쟁하느냐다.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이 아니라, 개인 카페를 죽이고 있다. 빽다방 때문에 개인 카페가 망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개인 카페는 가격 경쟁에서 절대 약세다.
저가 커피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이랜드에서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출시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확장을 시도한 건 아니었다. 커피 가격 거품 논쟁이 시작됐을 때부터 지금의 사태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백종원’이라는 스타마케팅에 기대고 있는 빽다방의 인기는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빽다방을 비롯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대다수는 자생력이 없다. 당장의 유행에 기대어 영업한다. 속내가 궁금하긴 하다. 빽다방의 점주들은 과연 돈을 벌까.
송 경제기사를 준비하면서 상당수 부동산 문제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빽다방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들어선 빽다방 사례를 보자.
매출이 높기로 유명한 매장의 경우, 직원 한 명이 하루에 커피를 800잔씩 뽑는다더라. 점주는 두 명을 고용해서 하루에만 1600여잔의 커피를 팔아치운다. 어떠한 기술도 필요치 않다. 직원들은 오직 커피만 뽑는다. 그러려고 고용된 인력이다.
한 달 순이익만 3000~4000만원이라고 했다. 매장 점주는 2년 동안 벌어서 권리금을 얻은 후 ‘튀는’게 꿈이라고 고백했다. 빽다방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매출이 높은 지역 매장의 경우도 아르바이트생의 업무는 앞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점주는 권리금을 2년 동안 확실하게 ‘뽑는’ 것이 목표다. 주변 자영업자 생태계는 교란될 수밖에 없다.
기자 부동산 부분을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송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활용해 나름의 수익 모델을 만든 모업체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매장 수입 자체만으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같은 인식은 사업 전략에 반영됐다. 해당 업체의 대표는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권리금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리금은 1년 매출과 맞먹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빽다방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들이 부동산 시장을 매우 ‘똑똑하게’ 교란시킨다는 것이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 도심 부근의 주거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예술가들이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이 지역에 문화·예술적 분위기가 생기면 도심의 중상층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 자연히 해당 지역의 임대료 시세가 오르면서 거주자들(예술가 등)이 살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기자 얘기대로라면 결국 오를 대로 오른 임대료와 주변 상점의 피해를 고스란히 지역 자영업자와 거주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닌가.
송 그렇다. (빽다방이 들어선 매장의) 임대료가 오르면 주변 상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상권 전체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단 빽다방 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경제 문제는 부동산 문제로 이어진다. 임대료와 권리금 문제로 말이다.
지 최근 부산에 있는 모카페가 문을 닫은 사연도 기막히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연일 만석을 자랑했던 개인 카페였다. 연 지 4~5년 정도 된 2층 카페인데, 리모델링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는 등 여러모로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계약기간이 끝나자, 건물주는 건물 매매를 이유로 비워 달라고 했다. 그렇게 카페는 문을 닫았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새 임차인이 들어왔다. 물론 임대료가 껑충 뛴 상태로 계약을 했고.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
기자 자영업자들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비판하는 것과 관련, 소비자들이 반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커피값 거품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상권별 커피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 세 명 카페 사장의 경우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어떻게 가격이 정해지는지 궁금하다.
민 어떻게 커피값을 정해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카페 창업 준비를 끝냈는데, 도무지 가격 결정은 못 하겠다는 거다. 아메리카노가 기준이 되는 만큼, 이 가격을 정하면 다른 메뉴 값은 저절로 나온다. 에일리언커피의 아메리카노 가격(3500원)을 정하는데 원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손님에게 웃으면서 커피를 줄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3000원 이하면 웃지를 못하겠더라.
바리스타로 일할 때의 일화다. 종종 ‘진상 손님’이 오곤 했다. 당시 일하던 카페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이었다. 급여를 받고 있었음에도 웃지 못했다. 내 가게를 개점했을 때 담뱃값이 2000원이었다. ‘그래, 아무리 시달려도 담뱃값은 벌 수 있다. 웃을 수 있겠다’ 이런 생각으로 정했다.
오피스 상권, 강남권, 지방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을 받으라고 충고한다. 예를 들어 강남과 지방에 각각 매장을 연다면, 강남은 자릿세가 비싸므로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신 그만큼 상권은 형성돼 있다. 같은 조건으로 어떻게 다른 가격을 받을 수 있나.
기자 경쟁 업체가 같은 서비스와 품질을 가지고 있는데, 가격까지 낮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나.
민 그렇다면 깨끗하게 승복하겠다. 단, 내가 인정하는 맛과 서비스라면. 빽다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잠시 지나가는, 쓴 회초리일 수도 있겠다고 본다.
최 일 년에 너덧 번씩 일본에 생두를 사러 간다. 아메리카노는 2500원, 핸드드립은 4000원을 받는다. 이 가격을 넘어가는 메뉴는 없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는 인정 못하겠다. 그래서 커피값을 내렸고 이왕 먹는 만큼 맛있게 먹자고 스페셜티커피를 고객에게 내놓는다. 카페 운영이 되느냐고 묻는데, 된다. 직원 1명, 매니저, 주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는데, 월급 한번 밀리지 않고 잘 꾸려가고 있다. 가격 책정에 주변 시세를 고려한 건 사실이다.
아기를 데리고 오는 고객들을 위해서 아기 의자를 준비했고, 새벽에 연락 오는 고객 전화도 빼놓지 않고 다 받는다. 학생들 공부도 돕는다. 누구나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17평 매장에 드립 바도 따로 만들었다. 솔직히 단골들은 가격을 인상하라고 하지만, 처음 방문한 고객은 대부분 2500원짜리 커피를 주문한다. 테이크아웃 커피는 할인이 되느냐고 묻는 게 소비자들 심리다.
생두를 들여오는 경비와 커피 연구에 들이는 돈을 제하면 내 인건비는 없다. 투자다. 나라고 왜 강남에서 7000원 받고 장사하고 싶지 않겠나. 그러나 재료비와 최저 시급이 오르면 커피 가격을 인상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속 지금처럼 운영할 생각이다.
기자 전광수커피는 다소 비싸지 않나.
전 가맹사업을 하기 전에 가격을 정해서 딱히 고민은 없었다. 핸드드립 커피는 수고비를 더 받아야되지 않으냐는 생각이었다. 지방과 대학가는 다소 비싸다는 의견이 있더라. 신촌, 고대 등 대학가는 학생보다 교수들이 주로 오는 것 같다. 기타 지역은 고객들이 가격 면에서 어느 정도 수긍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명동성당 점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한때 커피 값 인상을 고민하기도 했다. 명동 일대를 개발한 업자들이 임대료를 이미 정해 놓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기자 커피콩 가격 논란도 있었다.
송 커피콩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느냐 마느냐와 로스팅을 직접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또 달라진다. 저가 커피는 한 팩에 커피콩 20kg이 들어있다. 1kg에 9000~10000원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기자 소비자가 커피 업계를 불신하는 지점은 2~3배 가격 차가 나는 커피 값에서 시작된다. 이곳 커피는 1500원데, 다른 곳은 왜 비싸냐는 거다. 1000원대 커피가 과연 가능한가.
지 가능하긴 하다. 더카페가 4~5년 전에 이미 천원 대 커피를 출시하지 않았나. 체인점 시스템 하에서는 중앙에서 원두 생산 및 분배를 맡는다. 생두 구매량도 많으므로 구매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 1kg에 만원짜리 생두는 절대로 좋은 생두일 수 없다. 블렌딩을 통해 맛 평균화를 한 것으로 예상한다. 저급한 커피라는 건 분명하다.
최근에는 롯데 등 대기업의 이른바 마트형 커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뎅을 통해 이마트에 원두를 들여왔을 때, 1kg에 19000원 정도로 판매됐다. 1만 원대 초반 커피가 등장하는 것은 지금껏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오랜 기간 커피를 해온 이들이 안일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
문제는 현재의 커피 산업이 기존의 흐름을 해체 및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빽다방 같은 강력한 경쟁업체가 나올 여지는 농후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기업의 커피 시장 잠식이다. 관련해서 ‘안재혁커피’를 보면, 롯데가 안재혁 바리스타를 캐릭터로 내세워 만든 브랜드인데, 다음 순서는 ‘박이추커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안재혁커피가 1kg당 13000~14000원의 커피를 롯데마트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품질도 높였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좋은 생두를 썼다는 얘기다. 커피인들이 이런 시장 변화에 둔감했던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기자 저가 커피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텐데.
송 뉴스룸의 후배들에게 커피를 산다고 치자. 어림잡아 대여섯 명의 커피 값을 계산하려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맛보다 후식이 무엇이냐의 문제다. 관련해서 최근에는 편의점 커피도 의욕적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커피 개발과 관련한 보도자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맛도 나쁘지 않다. 세븐일레븐 컵 커피가 대표적인데, 현재까지는 편의점 제품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이 작용해서일까. 아직까진 진입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커피의 질은 중요하지 않다. 우선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지 한국 커피 산업 발달사를 보면 한국인들은 20년 이상 믹스커피와 자판기에 길들어 있었다. 무의식 속에서 커피는 싸고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음료 정도로 박혀있다. 카페가 속속 등장하면서 전문적인 커피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백종원 씨가 한국인의 잠재의식을 제대로 건드린 측면도 있다. 불경기도 물론 한몫했고.
전 빽다방의 원료 공수는 어떻게 이뤄지나.
송 모든 건 본사로부터 받아온다.
지 비용 절감의 장점이 있는 대신 계약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민 실제 빽다방 매장에서 원두가 한 박스에 12kg씩 다섯 박스가 쌓여있는 것을 봤다. 한 달 치 분량은 아닐 테니 일주일 분량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60kg이 사용된다는 얘긴데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통상 자영업자들은 어림잡아도 한 달에 30kg 남짓의 원두를 쓴다. 이디야의 경우 1kg당 8000원씩 원두를 받아와 일선 매장에는 20000원에 넘긴다고 하더라. 유통 마진도 상당할 것이다.
전 대형 프랜차이즈의 로스팅 머신 규모가 워낙 크다. 일반 로스터리 카페는 1kg당 만원 이하의 금액은 불가능하다. 우선 사이즈부터 경쟁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 저가 커피의 장점을 인정한다면, 경쟁이 되겠냐는 부분이 숙제다. 대응 전략은 있나.
전 전광수커피의 커피아카데미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직원들은 입사하면 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해서 테스트를 치른다. 커피 공부를 비롯해 말투 등을 교정하는 서비스 교육 과정도 마련해뒀다. 직원들이 풍부한 커피 지식을 갖고 있으면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준다. ‘믿음이 가는 커피’. 우리의 모토다.
최 고객들과 소통을 늘리고 질 좋은 생두를 수급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까다로워서 국내 생두회사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더라. 더 깐깐하게 고를 작정이다.
민 기본적인 유지는 할 생각이다. 빽다방은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위기감은 결국 자극이 된다. 커피가 일상이 되면서 매너리즘부터 없애야겠다고 본다. 다른 자영업자들도 생존을 위한 동기부여로써 빽다방을 바라봐야 한다. 현재 한국의 바리스타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눈높이는 그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비자와 눈높이를 우리가 맞추는 건 어떨까.
기자 질과 맛,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한 동기부여로 정리되는 것 같다. 빽다방을 포함해 대형 프랜차이즈는 그럼에도 위력적이다. 대규모 마케팅, 브랜드 인지도, 가격 경쟁까지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별 차이 없는 커피 맛과 유통 독점까지. 당분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당분간 계속 힘들지 모른다.
송 취재 과정에서 카페베네의 사례를 살펴봤다. 사업 초반에 직영점보다 가맹점을 모으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창업설명회 때 자리를 채우는 등 가맹점 모집에 열을 올렸고, 이것이 현재 카페베네 상황을 초래했다고 본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는 타 프랜차이즈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근접해 있는 커피전문점과의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과 권리금 앞에 장사는 없다. 결국은 버티기 싸움이다. 앞서 카페프렌즈가 인건비 없이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에 한숨이 나오더라. 자영업은 없으면 없는 대로 버틸 순 있지만, 이 ‘버티기’만으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자 개인 카페의 유용성은 무엇일까.
지 개인 카페가 들어서면 여러 명이 먹고 산다. 커피 산업은 원료 시장과 카페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유통 대기업이 틀어쥐고 있고 후자는 그나마 개인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다. 인스턴트 커피 아성을 깨뜨린 것도, 커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것도 개인들이다. 개인 카페가 소중한 이유다.
믹스커피로 대변되는 군사문화, 산업사회의 산물, 획일성, 몰개성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카페 문화는 나름의 가치를 가진다. 그 과정에서 빽다방처럼 약탈적 영업 방식으로 개인 카페를 사지로 몰아넣는 업체에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0원 전후의 커피를 대형마트에 유통시키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모방하면 결국 공멸한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최소한의 방파제는 필요하다. 정작 업계에서는 이러한 위기의식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
전 단합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개인 카페는 더 많아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소비자 만족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백화점식이 아닌, 더 특화되고 자기만의 색깔 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카페가 많아져야 한다. 일본의 경우만 봐도 전문화된 개인 카페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돼 있다. 한국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
송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도 소형 점포를 양산 중이다. 저가 커피 시장에 기존의 프랜차이즈가 진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개인 카페가 더 많이 살아남아야 한다. 커피 시장을 위해서도 그런 구조가 바람직하다. 사실상 한국 경제의 전 분야가 독점 구조인데, 커피 시장 역시 이같이 기형적 구조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탄한 개인 카페들이 기본을 이루는 것은 중요하다.
최 개인 카페는 각기 특색이 있다. 케냐 커피를 잘하는 곳이 있고, 카페프렌즈처럼 아프리카 계열의 커피를 주력으로 하는 곳도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커피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 결국 커피에 정답이 없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려면 특화된 개인 카페가 많아져야 한다.
민 개인 카페는 매력적이다. 또 순수하다. 프랜차이즈 R&D 파트에서 재직할 당시 아무리 맛있는 메뉴를 개발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폐기됐다. 개인 카페는 원가가 비싸도 고객을 위해 메뉴로 선택한다.
프랜차이즈와 대기업은 ‘돈’이 우선순위다. 개인 매장보다는 개인들이 질을 관리할 수 있는 서너 개의 직영 매장을 갖춘 형식도 외연 확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양질의 발전은 필요하다. 결국 심판은 소비자가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맛보다 가격을 선택하지만, 언젠간 맛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지 않을까? 과도기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뭉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 가능한 커피인들이 주축이 돼서 선도해야 한다.
송 양질의 발전을 추구한다는데 공감한다. 원가의 20% 이상을 넘어가는 비용 지출은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소수의 개인 매장은 비용을 들이거나 이익을 줄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이런 개인 카페를 북돋으려면 협력이 전제돼야한다.
취재 시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은 구심점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일선 카페 운영자들은 커피 협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시장은 넓어지고 소비 패턴 및 연령대가 다양해졌음에도 커피인을 대변할만한 출구가 없더라.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전하는 단체가 딱히 없었기 때문에 개별 접촉을 통해 취재를 해야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통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전 커피가 발전하려면 결국 커피 문화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문화가 정착되면 저가의 제품에 좌지우지될 이유도 없다. 저가 커피는 잠깐의 유행이다. 경제 상황과 맞물리고 대중 매체에서 이른바 셰프 띄우기의 수혜를 백종원씨가 톡톡히 본 것 아닌가. 빽다방과 이디야가 좋은 생두로, 정당한 가격 책정을 한다면 상호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결국 상생하지 않을까.
지 시장 원리가 왜곡되는 현 상황에서 시장논리에만 기댈 수는 없다. 어떤 형태이든 대처할 만한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손 놓고 있다간 그 과정에서 겪게 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불합리와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책임이자 의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체나 결집한 힘은 언제나 필요하다.
민 10년 넘게 커피를 한 것은 앞선 세대의 노력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다음의 커피 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앞선 선배들이 시장을 가꿔놓은 만큼 내 세대에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최 긴장된다. 향후 몇 년 동안 저가 커피의 공세가 지속한다는 예상에 막막하다.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는 결국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가격 경쟁에 ‘친절과 품질’은 위력적이지 않다. 커피애호가에서 커피인으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이 때때로 위협적이다. 개인 카페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잘 될 것이란 믿음은 그러나 늘 품고 있다. 질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현재의 한 개의 매장으로 저가 커피에 대응하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질 좋은 커피를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고민하겠다.
지 개인 카페는 개인의 역량에 좌우된다. 대기업이 전체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한 힘 앞에 살아남은 사례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산업이 공산품화 됐지만, 결국 개인 카페 정도는 살려야 한다.
마무리
두 시간여의 토론은 뚜렷한 결론 없이 끝이 났다. 각자도생으로 일관했던 개인 카페는 향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 물론 그럼에도 커피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통계청은 한국의 인구성장률은 2030년까지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성장률은 소비량과 직결된다. 소비량 중 소프트 음료 지출에 사용되는 금액은 개인당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다시 말하면 인구가 증가하는 한 전체 소프트 음료 지출액은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리고 전체 소프트 음료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커피다.
한국인은 지금보다 더 많은 커피를 소비할 것이다. ‘돈 되는’ 커피 산업에 대기업과 제2, 제3의 빽다방은 각축전을 벌이고자 작심하고 뛰어들 공산이 크다. 그 사이 다수의 개인 카페는 도산하거나 사라질지 모른다. 누구도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는 비 전략적 사고다. 전략 없이는 당장 내일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문: 누블롱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