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철저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뽑아본 2015년 일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상품 6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감정을 담은 로봇 페퍼(Pepper)
3년에 120만 엔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의 페퍼는 지난 2월 판매되기 시작해서 9월 말까지 4천3백 대가 팔려나갔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8개월간의 매출이 약 52억 엔이다. 절대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더욱이 매월 1,000대씩을 주문받는데 지난 4개월 연속으로 판매개시 1분 만에 전량 완판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페퍼 구매 목적이 대부분 매장에서의 간단한 안내를 하는 점원으로서의 활용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구매를 한 기업들 중에는 페퍼 덕분에 매출도 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2016년부터는 페퍼를 필두로 본격적인 인간형 로봇 판매가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
비지니스용 페퍼 홍보영상 (“근미래형의 접객을 시작합시다”)
2. 관광상품으로서의 일본
올해 한 해 메르스로 고통을 받았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뼈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전년도 1400만 명 정도였던 일본의 외국인 방문자 수가 올해 전반에만 1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연말까지는 2000만 명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일본에 들어와서 뿌린 돈만 해도 3조 엔을 넘어선다고 하니 부러운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 이렇게 방문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중국 여행객들의 영향이 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이 그저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어부지리 격으로 덕을 본 것이 아니라, 이들 중국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면세 대상을 넓혀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쇼핑할 매력을 느낄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리는 등의 제도적 개선도 꾸준히 해왔던 결과라는 점이다.
중국 관광객 하면 떠오르는 명품 중심의 쇼핑에서 벗어나 신뢰도 높은 일본의 약품 등도 이들 중국인들의 집중적인 쇼핑 대상이라고 한다. 2020년에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을 생각하면 일본은 한동안 아시아의 관광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관광사업도 다시 한 번 심기일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3. 제3의 커피 웨이브를 선도하는 블루보틀 커피 (Blue Bottle Coffee)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라면 우리나라에도 넘쳐나는 것이 사실이라 블루보틀의 소개가 주목을 받을지 모르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이라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우선 블루보틀은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작한 커피전문점으로 일본에서는 제3의 커피 웨이브의 리더로까지 불리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블루보틀이 도쿄 아오야마(青山)와 키요스미시라카와( 清澄白河)에 점포를 낸 후 2월부터 9월까지 단 2개의 점포로 30만 명의 방문자를 기록한다.
사실 커피 전문점 하면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라테류의 커피를 떠올리기 쉽지만 블루보틀에서는 한잔 한잔 손으로 내린 드립 커피를 판매한다. 특히 키요스미시라카와 매장은 높은 천고의 독립된 아담한 빌딩에 위치해서 분위기도 정말 독특하다. 아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그리고 동경에만 있다 하니 다음번 일본 방문길에는 꼭 한번씩 들러보길 바란다.
4. 세계 최초의 양산연료전지 차량(FCV) 미라이(MIRAI)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리딩하던 도요타 자동차가 다시 한 번 일본을 놀라게 한 세계 최초의 양산연료전지 차량(Fuel Cell Vehicle)인 미라이의 4번째 상품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연간 판매 대수를 예상하면서 많이 팔아도 약3~400대선에 그칠 것으로 봤다고 한다. 판매량을 이렇게 낮게 상정했던 것은 판매가격이 700만 엔대를 넘고 여러 가지 보조금 등을 적용한 후에도 500만 엔(일본 기준)을 넘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판매가 시작된 1개월 만에 연간 판매 예측치를 거의 4배 이상 웃도는 1,500대를 일본 내에서 판매했고, 미국에서도 약 2천 대를 판매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도 2015년 말까지 수소 스테이션을 100개소까지 설치하는 목표를 발표한 것도 앞으로의 판매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5. 핸드백에 넣고 다니는 세탁기 코톤(COTON)
집이 아닌 곳에서 옷에 커피나 부대찌개 국물을 흘리고 나면 처리하기가 참 곤란하다. 하이얼사의 코톤은 이런 상황을 침착하게 대처하게 해주는 휴대용 세탁기다. 크기가 아주 작아서 여자들의 핸드백에도 들어갈 정도인데, 가격은 1만엔대다. 외출 시만이 아니라 집에서 부분 세탁이 필요한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입소문만으로 6만 대 정도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고 싶은 아이템이다.
6. 부러지지 않는 샤프펜슬 오렌즈(オレンズ, Pentel사)
초등학교 때부터 주로 쓰던 샤프를 한동안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키보드로 작업하면 왠지 발상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최근에 다시 샤프펜슬과 홀더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빠질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린 제품이 바로 오렌즈라는 샤프펜슬이다.
오렌즈는 심이 부러지지 않는 정확히는 심이 부러지기 아주 어려운 구조를 가진 샤프여서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0.2mm의 극세심(極細芯)을 사용하는 샤프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0.7mm 혹은 0.5mm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0.2mm의 샤프펜슬이란게 잘 상상이 안 될 정도이겠지만 신기한 건 심이 정말 잘 안 부러진다는 것이다.
이 오렌즈는 발매가 시작된 2014년 2월부터 현재까지 약 500만 개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지브라에서도 경쟁 제품이 나왔는데 이 제품은 델가드(DelGuard)라는 이름의 제품인데 올해 10개월간 400만 개가 팔렸다고 한다. 아무튼, 혁신이 이미 끝났을 것 같은 영역에서 혁신을 계속해가는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문: David & Da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