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cation’, ‘urban healing’ 요즘 호텔업계에서 근처 거주민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멀리 떠날 필요 없이 집 근처 호텔에서 휴식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물론 나 혼자서 힐링하겠다고 이런 비싼 호텔 숙박권을 턱 하고 지르지는 못했지만, 뜻하지 않게 전 직장을 다닐 때 한국에 오신 귀하신 분들을 수행하느라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을 두루 이용해 봤다. 이때 얻은 경험과 팁을 오늘 공유하고자 한다. 어디 가서 특급호텔 가본 티를 팍팍 내보고 싶은 분들, 애인과 로맨틱한 호텔 나들이를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집중해서 읽어보자.
먼저 본격적으로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호텔 기본 상식을 짚고 넘어가자.
1. 각 특급호텔에는 tier(등급)가 존재한다.
골드 멤버가 된다면 무료 인터넷, 늦은 체크아웃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나는 SPG 계열의 골드 등급이다. 뉴욕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 객실 업그레이드를 받아서 큰 뿌듯함을 느꼈다. 다만 등급을 유지하려면 보통 연 10박 이상 숙박을 해야 한다.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 카페 스사사에서 확인하자. 요즘 들어서 OTA와 호텔의 기 싸움이 심화되면서 생겨난 BRG 제도를 잘 활용하면 높은 등급 없이도 좋은 등급의 방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2. BRG(Best Rate Guaranteed) 제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된 숙박 요금이 가장 싸다는 것을 보증하는 제도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아고다 등으로 대표되는 OTA(Online Travel Agency)와 대형 호텔 체인과의 싸움에서 호텔이 1차전에서 패배하면서, 이를 갈고 더 이상 OTA에 비싼 수수료를 내주지 않으려고 칼을 갈아서 만든 대형호텔 체인의 로열티 프로그램이다.
온라인에서 제일 싼 가격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만약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 더 싼 가격을 발견한다면 차액 보상과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BRG제도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높은 등급 없이도 알뜰하게 특급호텔에서 머물 수 있다.
3. 특급호텔에서는 클럽룸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등급이 높으면 방을 업그레이드해주고 클럽 라운지에 출입할 수 있지만, 등급이 낮으면 대신에 클럽룸을 예약할 수 있다. 클럽룸은 보통 호텔의 높은 층에 있고 라운지에서 체크인 체크아웃이 가능하다. 점심때 라운지에 가면 커피, 주스 등 가벼운 음료와 스낵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저녁때는 해피아워라고 2시간가량 다양한 술, 뷔페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놓치지 마시길! 요즘 특급호텔 간 해피아워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신도림 디큐브 쉐라톤을 추천한다.
잠시 살짝 샛길로 샐 뻔 했는데 본격적으로 서울시내 특급호텔 리뷰를 시작해 봅시다.
1. 디큐브시티 쉐라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 서울 구로구 경인로 662
연인과 기념일에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이곳을 추천한다. 열정으로 불타는 연인들에게 차분한 한강 야경은 지루할 수도 있다. 특히 신도림 쪽에는 고층 건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층 호텔에서 가릴 것 없이 내려다보는 도시야경이 일품이다. 수영장도 30층에 위치해서 구름 위에서 야경을 즐기면서 수영하는 게 상당히 운치있다.
객실은 반드시 2호, 22호 라인을 예약해야 제대로 된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곳의 해피아워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호텔에서 살짝 지루해졌다면 디큐브 시티에서 이것 저것 즐길거리가 많다. 다만 약간 아쉬웠던 점은 객실이 다른 호텔들에 비해 조금 작았다는 것.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2. 남산 그랜드하얏트
전 회사 근처에 있어서 제일 많이 가봤던 곳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매력적인 호텔이다. 연인, 가족, 직장상사 누구와 함께해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울 것이다. 남산 중턱에 자리 잡아서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호텔이 가질 수 없는 오밀조밀한 서울의 독특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고, 남산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교외로 나들이 나온 기분도 낼 수 있다. 또 셔틀버스가 있어서 가까운 이태원으로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호텔 수영장이 굉장히 크고 정원을 잘 가꿔서 풀사이드 BBQ 행사 할 때 많이 방문했었다. 클럽 라운지는 15층과 17층에 있는데 술 종류가 굉장히 다양했다. 아이들은 출입할 수 없는 17층 라운지를 추천한다. 취하기 좋다. 객실은 남산뷰와 한강뷰가 있는데 호텔 라운지가 한강뷰이기에 남산뷰로 예약하면 된다. 붙어 있는 몰이 없어서 다른 호텔들에 비해 매우 조용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루하다면 이태원으로 나갔다 오자.
3. 여의도 콘래드
콘래드는 힐튼계열의 플래그쉽 브랜드이다. 2012년도에 완공되었고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 베테랑의 유아인정도 된다면 큰맘 먹고 질러보고 싶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만큼 시설이 훌륭하다. 모든 곳에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이렇게 광활한 화장실을 갖춘 곳은 처음 봤다.
어매니티(편의 용품)는 독특하게도 중국브랜드인 상하이 탕을 준다. 클럽 라운지는 포근하고 해피아워 음식과 술은 모두 좋았다. 가을 즈음 결혼기념일이 있는 2~3년 차 부부들이 기념일 맞이 혹은 여의도 불꽃 축제에 맞춰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가 선선한 가을에는 노을이 질 무렵 가까운 한강 고수부지에 가서 손잡고 한강변을 걸을 수도 있고 IFC 몰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호텔 2층의 제스트에서 먹었던 조식은 일생일대에 가장 맛있었던 조식뷔페였다.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음식이 완벽했었다. 조식 때문에라도 다시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 요약하자면 방에서 별로 할 게 없고 맛있는 조식 뷔페를 먹고 싶은 2~3년 차 부부의 기념일로 방문하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4. 반포 JW 메리어트
JW는 메리어트 계열의 플래그쉽 브랜드이다. 서래마을이 가까워서 맛집 탐방을 원하는 미국 바이어들에게 인기 있는 맛집 코스를 짜주기 좋다. 서래마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애매해서 대충 한국의 베버리 힐스 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대충 아무거나 먹여도 더 맛있어 하는 거 같았다.
분명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호텔이지만 한강뷰만큼은 끝내준다. 전체적으로 정돈이 잘되어있다. 어매니티와 시설들도 오래 된 건물의 연식을 생각하면 무난하다. 바로 옆에 신세계 센트레빌이 붙어있어서 놀 거리 볼거리 쇼핑 거리가 많다. 그냥 모든 면에서 무난하다는 느낌이었다.
5. 삼성역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 파르나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21
사실 여기는 쓸까 말까 하다가 5개로 맞추기 위해서 써 본다. 일단 여기는 중국인 관광객, 중국인 성형수술 환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리노베이션을 하고 시설은 많이 좋아졌지만, 코엑스가 갑자기 망하면서 유동인구는 그다지 많아지진 않은 것 같다. 한 가지 장점을 쓰자면 침대가 정말 좋았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꿀잠을 잤다. 그랜드 키친(메인레스토랑)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었다.
원문: 전주훈님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