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작품들을 보지 않은 자, 감히 일본 애니 덕후라 칭하지 말지어다.
1. 오오토모 카츠히로의 <공사중지 명령(1987)>
만화가로서는 일본에서 고 테츠카 오사무에 비견될 정도의 오오토모 카츠히로. <아키라>, <동몽>, <환마대전>(캐릭터 디자인), <대포의 마을>(Memories 수록작품. 연출, 총감독, 옴니버스 3화 감독), <스팀보이>, <火要鎮>(히노요우진:불조심. Short Piece 수록작품 옴니버스 연출, 총감독) 등,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보인 인물이다.
특히, 일본 만화계서는 일본 만화의 맥을 데즈카 전과 데즈카 후, 그리고 오오토모 후로 나눌 정도로 그가 일본 만화계에 끼친 영향이 어마어마할 정도. <Dr.슬럼프>, <드래곤볼 시리즈>로 유명한 토리야마 아키라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 꼽을 정도다.
그런 그가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있으니, 바로 1987년에 OVA(Original Video Animation)으로 세상에 등장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迷宮物語(미궁 이야기)>에 수록된 <공사중지명령>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공사중지명령>은 오오토모가 메가폰을 잡은 첫 작품이다. 연출과 감독을 동시에 맡았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그의 광기어린 연출의 벤치마킹이 되었다. <아키라>, <노인 Z>, <대포의 거리>, <스팀보이>, <히노요우진>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크레이지한 연출과 전개, 그리고 어마어마한 디테일 모두 이 <공사중지명령>이 없었다면 빛을 발하지 못했으리라. 꼭 봐라. 본다면 10번 이상 봐라. 이 작품을 보는 순간 내내 감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2. 코이케 타케시의 <REDLINE(2009)>
로버트 드 니로와 장 레노가 겁나게 멋지게 나오는 <Ronin>, 제라드 버틀러의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 <300>, 히스 레져의 유작이 되어버린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스토리를 써낸 미국의 그래픽노블작자, 프랭크 밀러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코이케 타케시는, 2009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애니메이션 감독직을 맡게 된 이른바 “신세대 아니메 감독” 중에 한 명이다.
나름 “신세대”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코이케 타케시의 커리어는 사실 상당히 긴 편인데, 프랭크 밀러 자신도 상당히 존경한다고 언급했던 일본의 천재 애니메이터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인 “카와지리 요시아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요수도시(妖獣都市,1987)>, <수병위인풍첩(獣兵衛忍風帖, 1993)>, 그리고 <Vampire Hunter D(2000)>등의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연출을 맡았던 인물이다. 감독 데뷰가 상당히 늦긴 했지만, 애니메이터로서의 수행 하나는 철저하게 한 인물인 셈.
그런 코이케 타케시가 2009년에 선보인 작품이 바로 레드라인이다. 국내에선 PISAF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다. 미친듯한 디테일과 과격하고도 파격적인 연출, 화려한 성우진(키무라 타쿠야, 아사노 타다노부, 그리고 아오이 유우!)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피드 감, 80년대의 하드코어 액션+레이싱 게임을 보는 듯한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70년대 레이싱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노스탈지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 <REDLINE> 외에는 없다. 액션 GOOD, 몰입감 3800%, 성우들의 연기력 GOOD, 화려한 비쥬얼,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답지 않은 디자인. 이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자, 애니 덕후를 칭하지 말지어다.
3. 故 콘 사토시의 <PAPRIKA(2006)>
일본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가 된 소설 작품 중에 하나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집필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원작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 바로 2006년에 등장한 <PAPRIKA>다.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천년여우(Millenium Actress)>, <동경갓파더즈(東京ゴッドファ-ザ-ズ)>, <망상대리인( 妄想代理人, Paranoia Agent)>등으로 잘 알려진 콘 사토시 감독의 유작이 되어버린 작품.
인간의 “꿈”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다루는 작품으로,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고 난해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PAPRIKA>. 콘 사토시의 연출과 결합하면서 정말 몽롱하고 기묘한 장면들로 가득찬, 신비한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승화했다. 단순히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콘 사토시 특유의 미려한 색감과 신비로운 느낌의 사운드트랙, 그리고 “꿈속” 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초현실적인 전개 등은 정말 보면 볼수록 인간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하고 반문하게 될 정도로 빼어나다. 개인적으로는 콘 사토시의 <PAPRIKA>는 여러 모로 쿠로자와 아키라의 유작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만큼 이 애니메이션은 비쥬얼이 강력하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그리고 콘 사토시의 재해석은 “타인에 꿈속에 들어가서 그 대상을 탐색한다”는 컨셉이 영화 <인셉션>의 그것과 많이 흡사하다. 아니, <인셉션>은 여러 장면들이 콘 사토시를 오마쥬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비슷한 장면들이 많다. 아직 <PAPRIKA>를 보지 않았다면, 모처럼의 주말이니 꼭 감상해보시길!
4.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비너스전기(1989)>
건담 팬들에게는 나름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아니, 사실 이 이름을 모르면 건담 팬이라 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기동전사 건담(퍼스트 건담)>, <기동전사 Z건담>, <더블 제타>, <F91>, 그리고 <유니콘>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샤아의 과거를 그리고 있는 <건담 오리진>까지 이 할배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사실 로봇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야스히코 요시카즈라는 이름은 상당한 무게를 가진다. <용자 라이딘(1975)>,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1976)>, <거신 고그(1984)> 등, 우리가 어릴 적에 보았던 수많은 로봇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을 죄다 이 할아버지가 그렸으니 말이다.
그런 야스히코 요시카즈에겐 사실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하나 있으니, 바로 1989년에 등장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비너스 전기(ヴイナス戦記 )>다.
1989년 3월에 개봉한 이 애니메이션은 사실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연재한 만화를 베이스로 한 작품이다. 만화의 성공에 힘입어 자신이 직접 캐릭터 디자인, 각본, 그리고 메가폰을 잡고 야심차게 극장개봉을 했으나 결과는 대실패로 끝났다.
사실 <비너스 전기>는 실패할 요소가 단 하나도 없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원작 만화는 연재 당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단행본도 총 4권이 출시되며 인기를 구가하던 본격 SF 만화였기 때문이다. 불량배 출신의 모터사이클 레이서인 주인공 소년이 내전에 휘말리면서 영웅이 되어간다는 스토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테라포밍을 한 금성에서 벌어지는 내전의 스토리가 상당히 디테일했다는 점, 참신하고 멋진 디자인의 메카들이 등장했다는 점, 로봇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전차와 폭격기와 전투기가 등장하고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이 멋진, 그런 만화였기 때문에, 아무도 이 애니메이션이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심지어 커츠 중위 역에는 이케다 슈이치(샤아 아즈나블)이 기용되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 결과는 대참패였다. 베스트러 만화가이기도 하고, 저명한 캐릭터 디자이너에,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의 감독직도 수행하며 승승장구하던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이 작품을 끝으로 영원히 메가폰을 잡는 일이 없어졌다. 반다이와 쇼치쿠, 그리고 선라이즈에서는 이 작품을 완전 “흑역사”로 취급하는데, 2015년 현재도 DVD 리메이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사실 <비너스 전기>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실사 배경”에 애니메이션 셀을 입힌 전투씬을 추가한다는 고무적인 실험을 한 애니메이션이었다. 이는 테라포밍이 이루어진 금성이 지구의 사막과 비슷하다는 원작 설정을 팬들에게 보다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선라이즈에서는 촬영 팀을 미국 애리조나 주의 국립공원에까지 파견해서 영상을 촬영하고, 거기에 셀 전투씬을 입힌다는 시도를 했는데, 문제는 이 컨셉으로 만들어진 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한 것도 아니고, 아주 일부의 전투 씬에만 적용되는 까닭에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팬들로부터 “뜬금없이 이건 뭐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게다가 1989년이다. CG에 대한 이해도 없거니와 모노톤으로 촬영한 영상과 셀이 제대로 싱크로가 될 리도 없었고 그 퀄리티도 상당히 낮았다. 전반적으로 <비너스전기>의 영상 퀄리티는 1989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5분 남짓한 이 씬 하나 때문에 모든 걸 말아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개인적으로 이런 시도를 했었다는 것 자체에 그 의미를 두고 싶은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애니 덕후”라면 이런 애니메이션은 한 번쯤 봐야하지 않을까 해서 추가해봤다. 이 장면을 제외하면 애니메이션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에(일본에선 흑역사로 통하지만 해외에선 상당히 반응이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은 보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5. 스기이 키사부로의 <겐지모노가타리(1987)>
스기이 키사부로(杉井儀三郎)는 오늘 소개할 감독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베테랑의 애니메이션 감독일 것이다. 1940년생. 일본 애니메이션 연출가 협회의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인물이고,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일단,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를 뒤바꾼 <철완 아톰(1963)>의 작화감독을 맡은 인물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인 <터치> 시리즈의 극장판 3개를 모두 감독한 인물이기도.
우리가 어릴 적에 일본 애니메이션인지도 모르고 보았던 <천일야화>라던가 <잭과 콩나무>라던가 혹은 <유리가면>이라던가 이런 애니메이션들이 죄다 이 할배가 감독한 작품들이다. <루팡3세> 시리즈가 TV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기 이전에 프로모션 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시리즈화 시킨 인물도 바로 이사람이다. 그만큼 스기이 키사부로라는 이름은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고, 일본 애니 덕후를 자청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알아두어야 할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할배, 가끔 괴작을 만들어내거나 혹은 괴작의 탄생 과정에 참여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 할배의 괴작들 중에서도 가장 비쥬얼이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원작을 철저히 “파괴”하고, 나아가서 “공포영화”로 만들어버린 작품이 있으니, 바로 1987년에 등장한 <겐지모노가타리>다.
아마도 다들 아시겠지만, <겐지모노가타리>, 源氏物語는 헤이안 시대에 쓰여진 일본 최고(最古)의 연애소설임과 동시에, 원본이 보존되어있는 소설책 중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됐다. 대략적으로 볼 때 이 소설이 완결된 것이 서기 11세기 초반의 일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원본이 유실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헤이안 시대의 일본의 생활상이나, 일본 궁중의 삶이 아주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사료로서의 가치도 뛰어난 작품이다.
작가는 헤이안 시대에 일본 왕실을 섬겼던 시녀, 무라사키 시키부(紫 式部)이다. 왕실의 후계자이자 왕자인 히카루 겐지와 그를 둘러싼 궁중의 여인들 간의 얽키고 설킨 뻔한 연애 소설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그러는게 아주 지대로 “아침 드라마” 혹은 “일일 드라마” 수준의 작품인데, 진히로인에 해당하는 무라사키노우에(紫の上)는 작가 그 자신을 대입한 이른바, “오너캐”이기도.
방대한 양의 <겐지모노가타리>에서 극히 일부분의 내용만을 다루기 때문에, 원작의 이야기 전체를 파악하기에는 상당히 힘든 작품이고, 겐지가 방황하는 모습을 아주 “괴기”하게 연출을 해놓았기 때문에 이게 내가 알던 <겐지모노가타리>인지 음양사 이야기인지 헛갈릴 정도로 공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 자체가 상당히 난해하고, <겐지모노가타리>의 내용 자체를 모르면 재미도 덜하다. 스기이 키사부로의 연출도 난해하지만, 호소노 하루오미(細野 晴臣)의 사운드트랙도 아주 괴기 그 자체이다. 이게 연애물인지 공포영화인지 전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아 참고로 호소노 하루오미는 “메종 드 히미코”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했던 뮤지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애니메이션 작품을 “애니 덕후라면 무조건 봐야하는 작품”에 하나로 꼽은 이유는, 비쥬얼이 미친 듯이 예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비쥬얼이 압권인 애니메이션을 꼽으라면 응당 GAINAX의 흑역사를 대표하는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를 꼽을 수 있겠지만, 지극히 전통적인 “일본”의 미를 나타내는 비쥬얼이라면 이 1987년의 <겐지모노가타리>를 따라갈 작품이 솔직히 없다. <터치>라는 가벼운 소재의 만화를 영상화하여 대히트를 기록한 사람이 감독한 작품이라고 하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다른 묘사를 보여주는 점도 그렇고. DVD나 블루레이가 없어 구하기 힘들수 있는데, 의외로 유튜브에 올라와있으니, 한 번 찾아서 보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스기이 키사부로와 호소노 하루오미 콤비가 1985년에 선보인 미야자와 켄지 원작의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의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소설보다 훨씬 괴기한 작품이 되었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고양이인 것도 그렇지만, 해석도 괴기하고 난해하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비쥬얼 하나는 진짜! 진짜 이쁘다. 사운드트랙은 겐지모노가타리에 비하면 괴랄하진 않지만 ㅎㅎ
6. 야마모토 에이이치의 <슬픔의 벨라돈나(1973)>
역시 1940년생의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야마모토 에이이치(山本暎一)의 경력은 다소 특이하다. <정글대제(1966, 밀림의 왕 레오)>같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감독을 맡는가 하면, <우주전함 야마토의 극장판 3편(1980)>같은 국뽕액션 애니메이션의 감독을 맡다가, 하드코어 남성향 헨타이 애니메이션의 정수인 <우로츠키 동자 시리즈>의 감수를 맡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준 인물이다.
이런 야마모토 에이이치인 만큼, 그가 감독직을 수행한 애니메이션들 중에는 꽤나 특이한 작품들이 더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레전드 급의 작품이 바로 1973년에 등장한 <슬픔의 벨라돈나>다. 1973년 개봉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흥행에는 대실패를 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괴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에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작품.
원작은 19세기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주로 중세시대의 프랑스 지방의 카톨릭 사회에 대한 연구결과를 많이 남긴 쥴 미슐레(Jules Michelet)이 1870년에 출간한 La Sorcière(악마. 상하권으로 되어 있으며, 주로 중세 프랑스에서 행하여진 마녀사냥에 대해 다루고 있는 역사서)이다. 중세 프랑스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인 장과, 그의 아내인 잔느에 관한 이야기로, 영주에게 바칠 공물이 없어 화촉을 막 올린 신부 잔느를 영주에게 바친 후, 잔느가 악마와 계약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2004년과 2006년에 DVD가 출시되었다. 상당히 레어한 작품이라 DVD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고,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니라서 토렌트 같은 어둠의 경로로 구하기도 힘들다. 난 운이 좋게도 수 년전, 일본 출장 중에 우연히 들른 어느 소극장에서 상영하는 걸 봤었는데, 영화 감상 후 이게 1973년에 나온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충격에 휩싸였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슬픔의 벨라돈나의 애니메이션 영상은 상당히 ‘정적’이다. 마치 라이브로 화가의 그림이 캔버스에 그려지는 듯한 영상인데, 이게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도 혹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감히 “나는 일본 애니를 섭렵한 덕후다!”라고 칭할 자격이 있다면, 이 작품을 구해서 보시라. 아마도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소생의 자그마한 목소리에 공감하시리라 믿는다.
참고로 스기이 키사부로가 이 “슬픔의 벨라돈나”에 참여했다. ㅎㅎ
원문: 성년월드 흑과장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