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저는 금요일 퇴근길엔 주로 교보문고에 들려 책을 서너 권 삽니다. 주중에는 업무 때문에, 회식 때문에 여유가 없지만, 불금 저녁에는 보통 다들 집에 일찍 일찍 가는 분위기라 저도 자연스레 교보문고로 퇴근할 수 있습니다.
어제 퇴근하며 고른 책 중, 저는 먼저 페친이시기도 한 신정철 님께서 지으신 『메모 습관의 힘』을 읽었습니다. 평소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은 거의 읽지 않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보아온 필력으로 볼 때 귀감이 될만한 내용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과연 ‘세상엔 아직도 배울 사람이 너무나도 많구나’였습니다.
그럼 몇 가지 주제를 통해 책을 통해 느낀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꼭 메모에 국한한 내용은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을 정리한 부분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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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할 수 있는 분위기: 창의성
저자는 창의성으로 가는 두 가지 길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 연결에 사용할 수 있는 생각의 재료를 늘린다.
- 생각이 서로 부딪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 102쪽
여기서 두 번째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저는 원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입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일이 참 많습니다. 예컨대 10km짜리 전선관로를 까는 일이 3개월 공정이라 치면 1개월은 땅을 파야 하고, 1개월은 전선을 깔고, 다시 1개월은 판 땅을 다시 덮습니다. 땅 파는 일이 늦어지면 전선을 깔기 위해 대기한 작업자들이 놀아야 합니다. ‘시간=돈’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 후속 공사의 원가에도 악영향을 끼치지요. 그래서 현장에서 일할 땐 다른 부서와 부딪힐 일이 참 많았습니다.
이럴 때 두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서로 잘했다고 아웅다웅 싸우는 전투형 타입과 시간이 가면 다 해결되겠지 하며 허허 웃는 평화주의자 타입이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엔 후자가 좋은 사람이라 보이겠지만, 산업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세계가 아닙니다. 아마 후자들만 가득한 회사가 있다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맞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도 전자의 경우입니다.
서로 생각과 환경이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아웅다웅 부딪히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창의성은 발휘될 수 있고, 서로 어떻게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럴 때 중요한 사람이 프로젝트 디렉터 혹은 프로젝트 매니저입니다. 얼마나 각자의 입장을 이해해 주면서 융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는 PD 혹은 PM이라는 대장에 따라 갈립니다. 창의성을 유지하면서도 프로젝트 조직원들끼리 인간적 유대감을 형성시킬 수 있는 능력, 저도 훗날 꼭 갖고 싶은 능력입니다.
2. 책과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
저자는 책을 읽으며 메모하는 습관을 중요하게 설명합니다.
저자의 생각에 질문하고 내 의견을 제시하면서 ‘책과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 165쪽
저는 책을 출퇴근 지하철에서만 읽기 때문에 메모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 줄을 치거나 접어놓고 아이폰으로 간단간단하게 인상 깊은 구절에 대해 씁니다. 그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지 못하고 일일이 사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 글도 아이폰으로 꼭지만 적어 놓고, 노트북으로 살을 채워가는 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책 리뷰를 쓰는 것은 좋은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책 리뷰를 쓰는 일은 처음엔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책 리뷰를 써도 들인 시간에 비해 반응은 턱없이 작고 가끔은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댓글로 “책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셨네요”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로 소화를 한다는 것은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메모 리딩의 효과
- 쓰면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 책과의 만남이 달라진다.
-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
- 164쪽
아울러 책 리뷰를 쓰다 보면 좋은 점은 완독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책을 서너 권씩 삽니다. 그 책 중에 완독하는 경우는 한두 권밖에 없습니다. 50~60쪽 읽다가 던지면 아내님이 레이저를 쏘곤 하십니다. 책이라고 다 좋은 책이 아니라며 변명할 거리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책 리뷰를 쓰기 위해선 최소한 완독을 해야 합니다. 초반엔 별로인 책이 마지막에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 초반 내용을 비판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작가 스스로 그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3. 아이디어의 빈틈을 발견하는 계기: 글쓰기
저자는 메모가 글쓰기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글쓰기는 생각의 빈틈을 발견하게 해준다.
- 글쓰기는 메모를 지식으로 탈바꿈해준다.
- 글쓰기는 성과를 만든다.
- 179쪽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꽤 된 것 같습니다. 그간 페이스북에 올렸던 극악의 장문 위주로 글을 올렸는데, 지금은 브런치에 어울리는 글을 창작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서른다섯 평생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공돌이가 갑자기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니 가히 작가님이 설명한 부분에 동감이 갑니다.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의 파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래서 몇 시간을 끙끙대며 쓰다가 그냥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건 제 생각의 아웃풋이 직관적으로 예상한 부분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저자의 의견을 빌리자면 아이디어의 빈틈은 글을 쓰기 전까진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보통 OECD 통계나 정부 통계를 들여다봅니다. 이 경우 저의 직관이 통계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 몇 시간의 시간을 낭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의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한 유익한 시간이라고 자평합니다.
4. 기사에 대한 코멘트 공유: 페이스북
저자의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저는 이 부분도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책에서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는 것의 장점을 몇 가지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냥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코멘트를 달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 기사를 끝까지 읽게 된다.
- 반복해서 보게 된다.
- 글쓰기 연습이 된다.
- 당신 자신에 대해 말해준다.
- 힘들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
- 223쪽
제 경우 페이스북 친구도 많지 않고 해서 기사를 공유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헌데 가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공유하며 제 의견을 쓰곤 합니다. 영문 기사라 공유해도 그다지 많은 사람이 보지는 않지만 상기 저자께서 언급한 부분이 모조리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영문 기사에 제 의견을 달고 대중 앞에 공개하면 기사를 끝까지 읽게 되고, 반복해서 읽게 됩니다. 나 자신에 대해 말해주기 때문에 코멘트도 신중하게 작성하게 됩니다.
그냥 혼자 하드카피의 이코노미스트를 슥슥 읽는 것보단 훨씬 큰 효과가 발생합니다. 어느 표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네이버 영어사전을 쉴 새 없이 들춰보곤 합니다. 아내님께서 페이스북 포스팅은 이틀에 하나 하라는 특명을 내리셔서 많이는 못하지만 그래도 종종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5. 공개된 곳에 써야 글쓰기가 는다: 청중 효과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에 글을 쓰며 종종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냥 혼자 쓰고 혼자 읽으면 될 것을 굳이 왜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 글을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회학자들은 이것을 청중 효과(Audience effect)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음을 의식할 때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블로그와 같이 공개된 곳에 글을 쓸 때는 아무래도 읽는 이를 의식하게 된다. 나 혼자만 보는 글을 쓸 때와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더 설득력 있고 알찬 내용에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 246쪽
좋아요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지만 종종 그 수치는 글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 수치를 따라가다 보면 남들이 좋아할 만한 글만 양산하고 본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도 레벨이 오르는 성취감을 느끼듯, 글을 쓰는 성취감을 늘리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피드백은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6. 구글 킵, 마인드맵: 프로그램
책에서는 다양한 메모 관련 프로그램 및 도구를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부분은 ‘구글 킵’과 ‘마인드맵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구글은 정말 축복입니다. 괜히 구글신 구느님을 외치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대부분 공짜라는 데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출퇴근 시간 오고 가며 아이폰에 내장된 메모 앱을 쓰곤 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구글 킵은 참 괜찮은 앱 같습니다. 한번 꼭 써봐야겠네요.
아울러 마인드맵의 경우 중학교 시절부터 저도 아날로그로 그려왔는데요. 분명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7. 마무리
저자와 페이스북 친구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만 공대를 나왔고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저보다 5년 정도 앞서 경험하신 선배님으로서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사내아이 둘의 아빠라는 공통점도 저에겐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요즈음 갑자기 글의 세계에 빠져들어 사석에서도 주변 분들이 제 글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도 부담스럽고, 아내님께서 과도한 집착을 계속 경계해서 그런지 글쓰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긍정적인 점이 많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포기하기 어려운, 즐거운 취미 생활을 익혔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옆집 형이 얘기해 주는 것 같이 앞으로 직장생활과 글쓰기, 그리고 가정생활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과도한 집착은 좋지 않으니 균형감 있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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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가 중동의 뜨거운 태양 아래 매일매일 적었던 메모 일부를 공유합니다. 이 메모 덕택에 많은 위기를 극복했고, 지금도 가끔 들춰보면 그때 흘렸던 땀방울이 생각날 정도로 귀한 자료입니다. 여러분도 메모와 글쓰기 습관을 통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가꾸시길 기원합니다.
원문: 퀘벤하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