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오며 다양한 차별을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의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식사 및 숙소에 대한 차별이다.
누구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몇 가지 동의할 것이다. 학교 급식할 때 선생님과 학생 밥의 차이, 군대에서 간부식당과 사병식당의 차이, 회사에서 임원과 평직원 밥의 차이, 등등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차별은 셀 수 없이 많이 있다. 밥만 그러한가. 수학여행이나 군대생활, 그리고 출장을 다녀보면 숙소에 대한 이러한 차별은 계속 이루어진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들 때, 실제로 어느 정도 계급 차에 의해 먹고 자는 격차가 컸던 60~70년대 후진국 시절에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은 GDP 총액기준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며, 학생이든 병사든 평직원이든 언제든지 고기도 먹고 미식을 즐긴다.
대부분의 아파트 인테리어는 웬만한 호텔급 이상이라 주거에 대한 눈높이도 거의 평준화에 이르렀다고 본다. 자기 돈 내고 신라호텔 뷔페를 먹든 행주산성에서 비싼 장어를 먹든 그런 건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학교 재정, 군 재정, 회사 재정을 이용하며 차별하는 행위는 좀 납득하게 어렵다.
건설공사를 하면 보통 한 현장에 1천 명의 노동자들(블루칼라)이 있으면 10 퍼센트가량인 약 1백여 명의 직원, 즉 화이트칼라가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숙식을 구별하여 제공한다.
예를 들어 건설공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동의 경우, 보통 화이트칼라는 1인 1실에 화장실까지 겸비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방글라데시나 필리핀 출신 블루칼라는 화장실도 없는 비좁은 방에서 4인 1실을 쓰곤 한다.
헌데 얼마 전 북유럽 출장 가서 현지 가설건물(캠프) 업체와 면담하며 블루/화이트 구별된 숙소 단가를 요청하니 현지 업체 담당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동네에서는 그런 건 ‘차별’이라 하는데… 굳이 원한다면 따로 해줄게, 그런데 아마 그러면 이 동네에서 공사하기 어려울 거야…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남서유럽 국가 동료들이랑 얘기해보니 이는 아직 북유럽에만 정착된 평등의식으로는 보인다. 애초에 평등 의식이 뼛속까지 자리 잡힌 북유럽 문화가 부러울 따름이다.
이게 내가 아직 높은 사람이 되어본 적이 없어 하는 나이브한 생각일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높은 분들께서 불필요한 의전 의식을 조금씩만 없애 주신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아름답게 변하지 않나 싶다.
일하다 대통령 온다고 하루 종일 청소하고, 사단장 온다고 하루 종일 바닥만 닦고, 장학사 온다고 환경 미화하는 그런 일은 쫌 이제 없었으면 한다. 지위고하에 대한 차별은 이미 임금으로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적어도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 사이끼리는 비슷비슷하게 가자. 어차피 다들 집에서 아들 딸이랑 같은 밥 먹고 같은 잠을 자지 않나.
원문 : 퀘벤하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