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가디언 지에 Owen Jones가 기고한 「Men need to stand together with Emma Watson against misogyny」을 번역한 글입니다.
2014년 UN의 새로운 여성주의 운동인 히포쉬(HeForShe) 캠페인을 런칭하는 자리에서 연설을 한 엠마 왓슨은 곧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왓슨의 누드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인터넷상의 협박이 한 마케팅 회사의 홍보성 ‘장난’으로 밝혀지는 해프닝까지 일어난 일이었죠.
양성평등을 외치는 여성들이 각종 위협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여성들의 저항을 마주한 여성혐오는 코너에 몰린 쥐처럼 격하게 반응하곤 합니다. 그러나 왓슨의 연설에 부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배우 에디 레드메인 같은 유명인사를 포함해 전 세계 수만 명의 남성들이 이 캠페인에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여성 해방 운동의 최전선에 여성들이 자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남성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왓슨의 말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대의명분에 연대를 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영국에서만 봐도 여성 의원의 수는 턱없이 적고, 매년 가정 폭력 피해 여성이 백만 명 이상 발생하며, 주류 언론의 지면에서도 일상적으로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관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UN에서 진행했던 이 캠페인이 남성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왓슨은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로, 남성 친구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꼽았습니다.
성차별과 동성애 혐오는 남성에게도 일종의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남성다움’으로 통칭되는 선입견에 자신을 끼워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화법을 ‘충분히’ 구사하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등 ‘남자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가는 언제 어떤 낙인이 찍힐지 모르는 것이죠.
실제로 이런 현실 때문에 남성들은 문제를 마주하거나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해결하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얼마 전 자살 시도를 했던 남성들의 경험담을 가지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남자다워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왓슨도 이 부분을 인용해, 20~49세 영국 남성의 사망 원인 1위는 교통사고도, 암도 아닌 자살이라는 현실을 연설에서 언급했죠.
성차별에 만연한 사회에서는 이렇게 남성들도 고통을 받습니다. 성차별에 저항하는 것은 여성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소리 없이 고통받는 남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왓슨은 남성들이 자신도 성 고정관념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와 같은 억압에서 자유로워지면, 여성들이 처해있는 상황도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왓슨의 연설이 이 시대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을 이루고 남성과 여성을 모두 해방시킬 수 있는 투쟁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원문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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