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디자이너인 J.T. Trollman의 「Two lessons for using feedback」를 번역한 글입니다.
시지푸스의 바위를 디자인에 비유하자면, 맥북에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들고 세상 모든 사람이 만족할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불가능한 일이란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창의적인 일은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당신의 그림을 숭배하지만 당신이 디자인한 의자는 싫어한다. 혹은 당신의 블로그 아티클을 좋아하지만 당신이 디자인한 앱은 혐오하기도 한다.
강한 의견은 잘 들리지만 때로 그건 당신이 상대해야 하는 대중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모두 한 걸음 떨어져 한숨 돌릴 필요가 있다. 바깥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일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길을 잃어서도 안 된다. 당신은 언제나 강한 프로젝트 매니저(PM), 투자자, 사용자, 혹은 창업자를 만나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들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를 배우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비판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나는 여러 경력을 거쳐왔다. 지금은 페이스북의 제품 디자이너이지만 그 전에는 저널리스트로 일해왔다. 작가로서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응하는 방법은 어떤 반응이건 좋은 반응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스토리와 사실에 자신만 있다면 악의에 찬 이메일 하나하나에 반응하지 않고 다음 글로 넘어가는 것이다.
제품 디자인은 전혀 다른 영역이긴 하다. 트윗 하나, 코멘트, 혹은 부정적인 리뷰 아티클은 악몽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전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제대로 된 수치도 없다면 공포는 증폭된다. 모두가 이걸 싫어하는 건가? 이제 우리는 끝난 건가? 난 이제 오바마를 만나긴 글렀나? 5명짜리 스타트업이건, 1만 명짜리 대기업이건 내 첫 반응은 늘 비슷했다. ‘큰일 났다. 다 바꿔야겠어!’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자. 저 1점짜리 앱스토어 리뷰들에서도 진실을 뽑아낼 방법은 있다. 게다가 그 방법은 2개나 된다.
1. 당신의 핵심 가치를 알아라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사람들이 당신 제품에 대해 말하는 문제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어떻게 듣느냐다. 당신 제품의 모든 것은 당신 제품의 관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페이스북에서 일하며 제품 방향에 대하여 고민할 때를 수없이 만났고, 그때마다 결국은 우리의 목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페이스북은 세상을 좀 더 열리고, 연결된 곳으로 만든다.
이 핵심 선언을 통해 우리는 많은 문제에 접근했다. ‘모먼트(Moments)’라는 앱의 예를 들어보자. 수많은 사진 앱이 여러 방식으로 사진을 보여준다. 우리도 쉽게 따라쟁이가 되어 비슷한 앱을 만들 수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앱을 만들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쉽게 사진을 주고, 사진을 쉽게 받는다’는 목적. 이 앱은 페이스북 앱이기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큰 가치를 가졌다.
당신의 회사의 가치를 배반하는 제품을 만들지 말길 바란다. 당신의 제품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확실하지 않다면 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 고민하라. 핵심 가치를 먼저 알면 수많은 의견을 헤치고 지나갈 등불을 얻는다. 어쩌면 저기서 누군가 소리치는 그 말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만의 관점을 통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사실을 발견하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2. 의심이 들 땐, 세어라
두 번째 교훈은 사람들이 어떻게 의견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극단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크고 빠르게 말하며 스스로가 다수 의견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스탠퍼드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 이들은 스스로가 대중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을 때도 말이다.
“새로 만든 스프로킷(Sprocket) 완전 구려! 다 싫어한다고! 옛날 걸로 바꿔!”
하지만 이런 의견이 틀리는 경우, 실제로 제품을 쓰는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사람들을) 세라, 일찍, 자주 세라. 데이터는 당신이 어떤 의견을 들어야 할지 알려준다. 그리고 의견은 어떤 데이터를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당신이 제품을 만들기 전이건 후건 데이터는 유용하다. 특히 만든 뒤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어떻게 당신이 쓴 글을 읽고 공유하는지, 당신이 만든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는 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떤 데이터를 읽어야 하는지 아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이럴 땐 당신 제품의 핵심 가치를 아는 것이 도움된다.
위의 그래프에서 내 머리 모양의 핵심가치가 ‘어머니와 여자친구를 기쁘게 한다’면 잘 깎은 셈이 되지만, 만약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머리를 다른 스타일로 깎아야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페이스북 제품 지원팀에서 우리는 매년 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만족했느냐로 측정된다. 때때로 다수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중요해진다. 자해나 자살을 실제로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 경험 자체가 굉장히 심각한 것이기에 우리는 이들이 그런 상황에서 실제로 친구나 전문가에 연결되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
만들기 전에 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년쯤 전에 우리는 인도 같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흥미로웠던 점은 와이파이가 끊어지면 바로 비행기 모드로 들어가서 데이터를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한 달에 30메가 정도밖에 모바일 데이터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런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이 앱이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설계하는 데 공을 들였고 2G 네트워크에서는 작은 이미지를 보내는 식으로 퍼포먼스를 많이 향상시켰다. 이런 것들은 데이터 환경이 열악한 개발 도상 국가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쓰라는 말은 직관 대신 엑셀만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핵심 가치를 알라는 말은 앞이나 뒤도 돌아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의 이야기는 들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조금만 더 현명하게 생각할 줄 안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이 만드는 제품이 문제 자체를 잘못 설정한 것일 수도 있다. 시시포스에게 좀 더 나은 손수레를 줄 것이 아니라 바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더 나은 방법인 것처럼 말이다.
마무리하며
피드백은 정말 다양한 방식에서 들어온다. 디자인은 때로 이미지 한 장으로 표현되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의사결정이 들어있다. 그냥 만드는 디자인은 없다. 그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이미지만 보여주면 온갖 레벨에서의 다양한 피드백이 들어온다. 물론 피드백은 좋은 것이다. 어쨌든 상대도 의견을 주는 데 시간이 든다. 하지만 모든 의견을 그대로 다 따를 순 없다.
흔히 받는 피드백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초록색이 이상해요.”
“버튼이 좀 더 둥글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의견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이상한 초록색이라면 모를까, 그것만으로는 좋은 피드백이 될 순 없다. 이것들은 이런 질문들로 변형해 보아야 하며 그렇지 않고서는 마음 아픈 악담으로만 남게 된다.
- 초록색이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둥근 버튼은 어떻게 메뉴 인식에 영향을 주는가?
초록색을 저 의견에 맞게 바꾸면, 누군가는 또 색깔에 대해 의견을 낼 것이다. 당신이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초록색 RGB 값과 버튼의 둥글기 값을 찾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은 당신 제품에 결과적으로 어떤 가치를 주는가?
한 차원 높은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는 이 제품을 왜 디자인했으며 이 제품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 이것은 하나의 구조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 구조가 서지 않으면 피드백은 방황하는 칼날처럼 당신 안의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게 될 것이다.
원문: nothing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