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남아프리카에서는 하루 평균 세 명의 아이들이 길 위에서 죽는다. 둘, 등유 랜턴을 비롯한 조명 설비들은 적어도 매년 3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어린아이와 여자들이다. 셋, 개발도상국과 산업 국가들은 어업과 해상운송업, 관광업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오염물을 처리하기 위해 매년 약 12억7천 달러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위의 모든 사회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그것도 초등학생이 메고 다니는 책가방을 통해서 말이다. 놀랍게도 현재 남아프리카의 신생 기업 ‘Rethaka’에서는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젊은 여성이자 사회적 기업가 Thato Kgatlhanye은 18살의 나이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비닐봉지 안에 책을 담아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문득 그녀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버려진 비닐봉지를 가방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버려진 현수막을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처럼, 그녀는 쓰레기봉투를 섬유로 바꿨고 바느질로 이 직물을 책가방으로 만들었다. 버려지는 자원의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을 선보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제품 제작에 열을 올리던 그녀에게 누군가 문득 이런 아이디어를 던졌다. 책가방에 불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Repurpose Schoolbag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두 번째 유레카의 순간이었다.
그렇다. 100% 플라스틱 원료 비닐봉지로 만들어진 이 책가방은 독특한 디자인에 친환경적이며 방수 소재로 내구성이 좋다. 그리고 어두운 밤, 빛을 밝힐 수 있다.
Repurpose Schoolbag의 가운데에는 원형 모양의 태양열 판넬이 들어가 있다. 먼 거리를 걸어서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은 그저 등하굣길 내내 책가방을 메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가방에 부착된 태양열 판넬은 그와 연결된 충전기안에 자동으로 빛을 충전하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전등으로 역할을 변경한다. 평범한 유리 랜턴에 충전기를 부착하는 것만으로 말이다.
6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빛을 밝힐 수 있는 이 전등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매연을 배출하고 불이 날 위험이 큰 등유 랜턴과 비교해도 훨씬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비용 역시 전혀 들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방의 어깨끈 등에 부착된 천은 빛을 반사해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 다니는 아이들의 가시성을 보장해준다. 가로등 설비가 부족한 남아프리카의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Repurpose Schoolbag은 기본적으로 기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판매된다. 먼저 Rethaka는 물품이 부족하고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등 소외 지역의 학교를 물색한 후 해당 학교에 가방을 기부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모집한다. 기부자는 회사일 수도 개인일 수도 있다. 아이들과 교육에 초점을 맞춘 지속 가능한 조직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일단 가방을 받을 학교와 기부자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Rethaka는 각 학교에 따라 가방의 크기와 수 등을 결정해 제작에 들어간다. 제작한 가방을 전달한 후에는 기부자에게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했는지 등의 간단한 정보와 함께 가방을 전달받은 학교와 학생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또 최근에는 책가방 외 다양한 형태의 가방을 제작해 판매하면서 일반 가방 하나를 구매하면 책가방 하나를 기부하는 방식도 도입 중이다.
사실 Rethaka사(社)의 Repurpose Schoolbag은 가방이 필요한 어린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겨우 22살에 불과한 젊은 여성 CEO Thato Kgatlhanye는 이 사업을 통해 8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고용 창출 효과를 냈으며 그중 6명은 여성이다. 여기에 최근 소식에 따르면 12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아직 대학생 신분인 그녀는 산업디자인과 학생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품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으며 지역 고등학생들과도 관계를 형성해 봉사활동의 하나로 비닐봉지를 모으는 캠페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씨실과 날실이 서로 얽히고설킨 듯한 모양의 Rethaka 로고. 그 안에는 모든 물건과 사람은 목적이 있으므로 소중하다는 가치가 담겨있다. 여러모로 사회적기업, 사회 혁신, 소셜 벤처 등의 단어와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작년 연말 CEO인 Thato Kgatlhanye가 ‘22살 이하, 훌륭한 아프리카 기업가 12인’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때 이들의 미래는 충분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원문 : 베네핏 매거진 / 필자 : 이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