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미국서 난리난 ‘스타워즈7’ 한국서 흥하지 않는 이유). 기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스타워즈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이고 휴머니티가 없으며 명량 같은 이야기가 아니며 아버지와 아들의 ‘할리우드판 막장 드라마’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과연 옳은 지적일까요?
한국에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는 순항 중이다
한번 생각해 보죠. 첫번째, 미국에서 난리가 난 것은 맞지만, <깨어난 포스>가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나요? 적어도 지금까지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270만 관객을 넘어서며 국내에서는 시리즈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 예시로 (저야 이미 몇 번 보았지만) 친구들과는 오늘 또 보고 왔거든요.
두번째, 평론가분들은 스타워즈를 보신게 맞나요? 적어도 <깨어난 포스>를 보신게 맞나요? 이전 단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스타워즈의 메인 타겟은 청소년층입니다. 영화의 중심 인물은 레이, 핀, 카일로 렌 세 명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때 현대 청소년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젊은 세 중심 인물과 늙고 노회한 한 솔로와 엮여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스토리 라인은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죠. 이들은 모두 자신의 길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며, 그 고민 끝에 각기 다른 선택으로 나아갑니다. 말하자면 “깨어난 포스”는 그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드러내며 ‘영웅’의 이야기보다는 현실의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스타워즈는 왜 저 기사에서처럼 ‘난리가 나지 않은’ 것일까요? 적어도 한국에서 말입니다.
간단합니다. 평론가들도 말했듯이 한국에서 스타워즈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고, 그마저도 2005년에 개봉한 <스타워스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이후 자그마치 10년 만에 나온 속편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시장에서는 가능한 한 빠르게 속편이 나와야 전편은 잊어버리지 않는데, <스타워즈>는 3년마다 속편이 개봉했기에 잊어버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게다가 클래식 트릴로지는 거의 3~40년 전의 작품이죠.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하면 저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순항 중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가서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즈니 관계자가 기대했을 만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요. 일단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130만 관객 동원)는 확실히 뛰어넘었고 근래 개봉한 <앤트맨>(284만)도 제칠 수 있을 것 같으니 나름 스타워즈 시리즈로서의 이름값은 할 것 같아요.
또 앞으로 시리즈도 연달아서 개봉할 테니 그 후에는 이 관객수가 늘어날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어벤저스> 시리즈를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스타워즈> 팬은 확실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요.
‘막장 드라마’ 스타워즈?
그건 그렇고 어딜 보면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막장 드라마’라는 말이 나올까요? 등장 인물인 ‘카일로 렌’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할아버지에 대한 동경이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사실은 오이디푸스 신화가 가진 근친 증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신화적 서사 구조라는 걸 모르시는 걸까요? 게다가 기사 내 “휴머니즘을 깔고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라면 한국 관객에게 통하지 않을까” 라는 문장 또한 기가 막힙니다. 그러면 이미 스타워즈를 본 200만이 넘는 사람들은 한국 관객이 아니며, 휴머니즘도 갖추지 못한 막장 드라마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일까요?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세 평론가 분을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저 분들은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해 잘 모르며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어떤 작품에 대해서 평가하고 싶다면 좋아하지 않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구분해 내고,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이유 및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문화를 기호나 취미가 아닌 ‘상품’으로만 보기 때문에 팬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타워즈의 해리슨 포드가 얼마를 벌었네”, “레고가 돈이 되네”, “쥬라기 공원이 자동차 100만대를 팔았을 때와 동일한 수익을 얻었다” 같은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겠지요.
문화를 이해하려면 취미와 기호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 돈을 즐거움과 맞바꾸는 것을 이해할 수 있구요. 그러지 못하면 항상 천만 영화만 대박이고 나머지는 쪽박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상한 관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문 : 표도기의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