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기업을 스타트업처럼 취급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들은 기술을 가진 기업처럼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그리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는다. 그 투자를 통해 성장을 시켜서 더욱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circa는 이렇게 거대한 투자를 받고, 스타트업처럼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은 회사였다. 이 회사는 텀블러의 창업자인 데이빗 카프를 포함한 투자자들에게서 무려 5백만 불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가 언론 시장을 정복하며 강력한 가치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였다.
그러나 circa는 지난 2015년 6월 파산을 선언했다. 이후 더 이상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circa는 안드로이드에서 10만 명 이하의 다운로드 수치를 보였다. ios에서는 순위 1천 위 바깥을 맴돌았다. 이렇게 유저가 늘어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사업을 전개할 수 없었다.
50억의 자본을 가지고 뉴미디어를 정복한다, 이것은 아마 한국의 모든 뉴미디어 담당자에게 꿈만 같은 일일 것이다. 보도인력, 디자인 인력은 물론 개발 인력까지 충분하게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텀블러의 창업자가 투자한 만큼 뛰어난 네트워킹도 갖췄다. 그런데도 circa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circa는 왜 망했던 것일까? circa의 패배 요인을 분석한 The Verge의 기사를 소개한다.
왜 실패했을까?
우선 circa가 어떤 앱이었는지부터 알아보자. circa는 에디터들이 직접 뉴스를 짧게 편집해서 특정 주제에 팔로우한 유저에게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앱이었다. 예를 들어 ‘공화당 경선’이라는 주제를 팔로우하면 공화당 경선에 관한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요약기사를 유저에게 제공하는 앱이었다. 정말 큰 안건이 등장했을 때는 전체 유저를 위한 호외 기사를 올렸다.
circa가 5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이유는 뉴스를 보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앱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circa는 뉴스를 토막 내서 작고 짧은 뉴스들로 나누었다. circa의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이런 조각 단위로 나누어서 테마 단위로 재구성한 뉴스가 사람들이 뉴스를 보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의 비전은 실패로 끝났다. Verge에서 밝힌 실패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자신만의 관점이 없었다
circa는 기존의 뉴스들을 요약해서 짧게 전달했을 뿐이다. 자신만의 뉴스에 대한 관점, 자신만의 저널리즘 원칙이 없었다.
2. 차갑고 논리적이었다
SNS에서 소비가 잘 되는 뉴스는 즐겁고 감성적이다. 그러나 circa의 뉴스는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차가웠다.
3. 특화된 강점이 없었다
circa는 모든 종류의 뉴스와 모든 관점의 뉴스를 다루었다. 특정 주제, 형식, 관점을 가지고 집중한 뉴미디어 서비스에 비해 유저들에게 인상이 흐릿할 수밖에 없었다.
4. (1~3번의 이유 때문에) 공유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유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유저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저 수가 원하는 만큼 늘어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구독료나 광고로 충분한 매출을 만들 수 없었다.
다만 circa의 ‘뉴스를 잘게 나누어서 테마별로 유저가 구독해서 꾸준히 특정 주제의 뉴스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컨셉 자체는 유효했다고 The Verge는 말한다. 그 증거로 NYT, Buzzfeed 등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뉴스 앱이 모두 circa와 비슷한 컨셉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관점과 색깔이 없는 단순 리스트 형식의 뉴스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새로운 뉴스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충분한 자본과 개발력이라는, 한국의 뉴미디어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음에도 실패한 circa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신규 뉴스 사업자는 자신만의 관점이 필요하다
기존 업체들이 있는 시장에 뛰어들어서 일정한 지분을 차지하려면 자신만의 확실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 기존에 강한 미디어는 모두 이런 관점을 가질 수 있다. 그 미디어의 이름만 들어도 그 독자가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와야 한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 구독자, JTBC 애청자, Vox 팔로워, Buzzfeed 열혈 공유자, Vonvon 참여자 모두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온다. 미디어는 이 정도로 확실한 포지션이 있어야 한다.
2. 뉴스 어플이 기술기업인지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한다
기술기업처럼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는 것은 모든 기업의 꿈이다. 하지만 뉴미디어는 냉정하게 정말 우리가 스타트업같은 성장이 가능한 기업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뉴스 어플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네이버 뉴스 서비스처럼 한국 최고의 서비스의 성장을 견인한, 엄청난 뉴스 서비스도 존재한다.
3. 자신만의 콘텐츠 형식이 필요하다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틀이다. 문장력이나 테마 같은 것은 전술이고, 그 전의 전략이 중요하다. 어떤 식으로, 어떤 기술을 활용해서 어떻게 기사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미디어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것이 JTBC에게는 2시간의 <뉴스룸>이였다. 조선일보에게는 신문 뭉치였다. 버즈피드에게는 움짤 리스티클과 심리 테스트였다. 나만의 뉴스를 보여주는 형식이 있는지, 그것을 위해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원문 :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