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반 스타트업은 다른 기업과 많이 다르다. 적어도 내부인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이들은 하나의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하리라 믿고, 그를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는다. 여러모로 기존 기업과 다른 것이다.
지금껏 수많은 조 단위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하지만 ‘망한’ 유니콘은 아직 없다. 실패사례가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 스타트업이 자리 잡은 것이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1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성공한 기업은 그 관성으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어 있고, IT 회사는 인건비 외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성공은 빠르게 오되 실패는 천천히 올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실패사례로 거론되는 기업이 바로 하나 있다. 바로 노트 클라우딩 앱 ‘에버노트’다.
에버노트를 다룬 글 ‘Evernote, The First Dead Unicorn’에 따르면 한때 에버노트는 실로 혁명적인 서비스였다. 노트 클라우딩 서비스로써, 클라우드 서비스에 붐을 이끌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어디서나 연동해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출시 당시에 실로 매력적이었다. 에버노트를 통해 업무에 성과를 더하는 책들이 출판되어 직장인 에버노트 붐을 이끌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 에버노트는 유저들에게서 서서히 잊혀가는 서비스가 되어 있다. 유저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긍정적인 리뷰든 부정적인 리뷰든 리뷰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나쁜 리뷰라도 많은 것이 낫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메세징 앱을 분리하면서 ‘별점 테러’를 당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순항 중이다) 그리고 그동안 경쟁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노트’는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원글의 저자 Josh Dickson이 지적한 에버노트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CEO
원래 에버노트의 CEO였던 Libin은 구글 글래스를 담당했던 Chris O’Neil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Libin은 CEO로서 마땅히 해야 했을 영업 등의 일들에 무관심했다. 또한,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데 관심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당연히 직원들의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2. 제품
에버노트의 제품은 노트 클라우딩으로는 뛰어났다. 특히 중국이 자신의 국경을 틀어막은 뒤 중국 업체가 트위터 카피 버전, 페이스북 카피 버전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동안 에버노트는 직접 중국용 카피 버전을 만들고 중국 정부에 검열에 협조하여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시장을 만들었다. 분명 재치 있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구글 드라이브는 다양한 앱들로 사용자들을 잡아챘다. 원노트는 무료로 에버노트 못지않은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슬랙은 메시지 앱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노트를 종류별로 모으고, 또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가 중요해지는 현대 비즈니스에서 에버노트보다 뛰어난 점이 많았다.
이에 대결하기 위해 에버노트는 기업용 메시지 기능을 추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았다. 하지만 이는 에버노트의 핵심 제품 정신과 맞지 않았다. 슬랙과 같은 더 뛰어나고 심플한 경쟁자들도 있었다. 당연히 에버노트의 메시지 기능을 시장은 무시하였다.
3. BM
에버노트는 무료 판이 지나치게 좋다. 게다가 경쟁사는 무료로 제품을 제공한다. 당연히 유료 유저가 많을 수가 없다.
유료 유저로 돈을 받을 수 없다면 해답은 법인 고객이다. 하지만 위에 ‘제품’에서 써놓은 이유로 기업들은 구글 드라이브, 원노트, 슬랙을 더 선호했다. 에버노트는 훌륭한 서비스였지만, 돈이 되는 서비스는 아니었다는 것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더해서 법인 고객을 모집하려면 B2B의 지난한 영업 과정이 필수다. 하지만 Evernote의 창업자는 영업 팀을 꾸리는데 무관심했다. 당연히 법인 고객 유치에서 경쟁 서비스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Libin은 공공연하게 ‘2년 이내에 우리는 기업 공개(IPO)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또 그는 ‘100년이 가는 기업을 만들겠다.’라고도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정작 에버노트는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줄 직원들의 성장에 무관심했다. IT 기업은 오로지 ‘사람’을 자원으로 만들어지는 기업이다. 인망을 잃고, 재능 있는 인재를 잃은 기업에 미래가 있을 리가 없다. 직원들이 평판을 남기는 커뮤니티 서비스 ‘Glassdoor’에는 에버노트에 대한 안 좋은 소식들로 가득하다. 직원의 성장을 무시하는 CEO와 그가 심은 문화 때문이다.
또한, 에버노트는 확고한 BM을 갖지 못했다. 유저가 많이 쓰는 서비스와 돈을 버는 서비스가 꼭 같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가 되는 데 실패한 셈이다. 물론 꼭 구글 드라이브, 슬랙처럼 유저의 업무를 장악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더라도 에버노트는 충분히 훌륭한 노트 클라우딩 서비스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는 1조 원의 가치의 기업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심플한 기능으로 인정받는 것은 좋지만, 그 기능이 지나치게 좁아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유니콘이 될 수 없다.
한국도 이미 쿠팡, 옐로우 모바일 등 두 개의 유니콘 기업이 이미 등장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옐로우 모바일은 끊임없이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이외의 많은 기업이 유니콘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유니콘이 실패하지 않는 법은 간단하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 그리고 돈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에버노트는 좋은 반면교사다.
출처 :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