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기업의 경영자로는 포춘의 2015 Top People In Business 리스트에는 7위에 샤오미 레이 준, 14위에 대만 TSMC의 모리스 장, 18위 중국 핑안 회장 마밍츠, 25위 알리바바 마윈 27위 텐센트 마화텅이 들어가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가장 높은 성과를 올린 CEO 100위를 대충 살펴보니 10위에 Canon 미타라이 CEO, 33위 대만 폭스콘 테리 궈, 35위 유니클로 타다시회장, 45위 텐센트 마화텅, 78위에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랭크되어 있다.
한국 경영자는 한 명도 없다. 예전에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라도 순위에 있곤 했는데, 이제는 글로벌한 비즈니스 매체에서 인정받는 한국 경영자가 없다. 왜 그럴까.
가끔 미국이나 홍콩 등에서 온 해외 투자자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미 상장된 전 세계 대기업에 투자하는 큰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다. 이분들과 이야기하다가 한국의 대기업 경영자들은 그들을 잘 만나주지도 않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커뮤니케이션도 잘 못 하는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상장회사에 수천억씩 장기 투자하는 자기들 같은 펀드매니저들은 그 기업의 장기비전과 계획에 대해서 CEO나 회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의 알리바바 마윈이나 텐센트의 마화텅 같은 사람도 만나주는데 한국회사의 경영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시간을 내주는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요청하면 CFO나 IR담당자가 응대해주는데 그들에게 듣는 얘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기업들의 P/E Ratio, 주가수익비율이 동종업계의 해외기업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기업들의 행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언론들은 대기업에게 쓴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소위 오너경영자들에게는 냉정한 경영평가보다는 보도자료 내는 대로 받아써 주는 경향이 심하다. 잘되면 오너 덕이고 안되면 전문경영인 탓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경영인들은 오너의 눈치를 보면서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런 풍토에서 한국의 경영자들이 제대로 된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단련될 기회가 없다. 심지어 증권사들도 기업에 대해서 비판적인 리포트를 잘 쓰지 않는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게다가 직원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약하다. 믿기 어렵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조인트를 까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기업 임원이 아직도 있을 정도다.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고 설득해서 한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시킨 일만 잘하라는 식이다.
얼마 전 가졌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미니 컨퍼런스에서 공통으로 나온 얘기가 우버, 테슬라, 왓츠앱 같은 회사의 CEO들이 얼마나 자주 전체직원 Q&A를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지에 관해서였다. 이들 CEO들은 거의 매주 전체직원미팅을 갖고 회사의 경영상황을 투명히 공개하고 누구에게나 질문을 받는다. 매주 불편한 질문도 가끔 나오는데 모두 거침없이 대답한다는 것이었다.
분기별로 이뤄지는 실적발표에서도 해외 유수 기업의 경우는 CEO가 CFO와 함께 나와서 애널리스트들의 온갖 질문을 받고 대답한다. 애플의 지난 분기 컨퍼런스콜의 경우 팀 쿡 CEO가 CFO, IR헤드와 함께 나왔다. 테슬라의 경우 일론 머스크가 CFO, CTO, IR헤드와 함께 나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IR헤드인 이명진 전무와 함께 주로 상무들이 나와서 대답했다. 부회장이나 각 부문 CEO는 나오지 않았다.
리더들은 이런 문답을 통해서 생각이 더 정리되고 커뮤니케이션능력이 향상되는 법이다. 자주 하면 할수록 좋다. 한국의 경영자들이 이를 등한시한다는 점이 참 아쉽다. 소통을 많이 하면 경박하다고 보는 문화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처 :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