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한국인) 직원 3명이 하는 일을 한국에 있는 직원 30명이 한다.”
미국과 한국에 많은 직원을 두고 양국을 오가며 동시에 사업을 하고 있는 분에게 들은 얘기다. 이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표준화의 중요성
그런데 그분의 얘기를 하나하나 들어보니 납득이 갔다. 스마트폰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주로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베스트바이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상대로 제품을 납품·판매하는데, 미국에서는 유통과정의 모든 것이 표준화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운송장, 인보이스 등을 표준화된 포맷으로 만들어 보내주면 아마존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통업체에 납품·배송 등 모든 것이 한 번에 끝이다. 디지털화가 잘 되어 있다. 그래서 한 명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공급물량은 아마존의 수십 분의 일도 안 될 온라인 쇼핑몰, 유통회사마다 다 다른 포맷으로 일을 진행한다. 수작업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판매물량이 표준시스템으로 자동으로 공유되는데, 한국의 거래처는 종이표를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는 곳도 있단다. 얼마 되지 않은 판매량이라도 전산으로 관리하려면 그 종이를 인쇄해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입력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수백억의 매출을 한 사람이 소화하는데, 한국에서는 한 명이 수십억 매출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 회사는 미국시장에서 판매량을 높이는 데 가장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난번에 한 온라인 음악 업체에서 들은 비슷한 얘기가 생각난다. 해외의 음원업체들은 표준화된 시스템에 맞춰 음원을 온라인 음악 회사에 보내주는데, 한국의 음원 업체들은 다 제각각이라 매번 수작업으로 작업하느라 고생이 크다는 것이다. FTP로 보내기도 하고, 웹하드로 공유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메일 첨부파일로 음원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것을 받아서 또 태그 달고 정리해서 올리는데 드는 리소스가 만만치 않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해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도 클 것이다. 조직운영과 업무를 표준화·디지털화해서 효율화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경영진과 업계의 노력이 해외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 세계가 무섭게 빠르게 디지털·모바일 경제로 변해가는 지금, 이런 관행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IT 강국이란 말도 더 이상 별로 의미 없는 이야기인 듯하다. 인터넷 속도만 빠르면 뭐하나. 여전히 일을 수작업으로 하는 곳이 천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