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창업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영학을 참고하거나 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운다. 또한 대기업에서 몸소 경험하고 체득한 원리들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적용해 창업하려고 한다. 그러나 경영학 및 대기업의 시스템은 수백 명 내지 수만 명의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에 기반 두기에 2-10명 있는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대부분 간과한다.
1.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구조
경영학이나 대기업에서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은 다소 복잡한 조직에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방법론을 다룬다. 반면 스타트업은 매우 소수의 멤버가 모여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계층적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은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조직 규모를 규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반면 스타트업은 직관과 반복적 테스트, 그리고 피드백에 의지하는 소규모 구조이기에 대기업의 경험을 적용하면 스타트업의 장점을 잃어버린다. 사장-부사장-이사-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의 직급구조부터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한다.
주가, 이미지, 언론, 내부정치, 명분, 접대, 의전 등에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스타트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스타트업은 전 조직원이 동일한 목적(problem solving)에 목숨을 걸어야 하기에 직급도 직위도 중요하지 않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방해되는 모든 허들을 제거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2. 이미 갖춘 대기업 시스템, 만들어 나가야 할 스타트업 시스템
대기업도 수십 년 전 창업 당시에는 스타트업이었으며 당시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수정·보완하면서 오늘날 시스템에 이르렀을 것이다. 대다수 조직원이 이미 구축된 시스템 위에서 운영자로 존재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완전히 새로운 기반으로부터 자신들의 정체성과 비전에 맞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처럼 시스템이 사람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에게 맞춰지도록 설계하고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 개발 프로세스와 기획, 그리고 디자인 및 마케팅 등이 요즘 같은 SNS, 앱 기반, 센서에 의한 데이터 중심, 오픈 플랫폼과 협업, 공유경제 등의 환경에서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구축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존 시스템 파괴(disruption)가 일어났다. 100년 전에 시작해 최근까지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던 은행 지점망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며, 중앙집중형 배송 시스템인 UPS 등이 아마존, 구글, 우버로 위협 받는다. 또한 백화점은 온라인 직구/역직구라는 시스템에 의해 멀티채널로서의 역할이 끝나간다.
이런 시대에 스타트업은 무엇을 벤치마킹해야 하는가? 스스로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무엇을 위해 조직이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그것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구축할지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새 시대에 진부하고 낡은 시스템의 경험을 들고나와 창업한다면 그 조직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3. 타깃과 관련한 규모
대기업은 비대한 조직을 운영하면서 엄청난 오버헤드 비용을 감당하고 기존의 고객 수천만 명이 만족하는 아이템을 선보여야 한다. 또한 기존 사업의 ROE보다 높은 사업을 선택해야 하는 기준이 있다. 반면 스타트업은 열 명 남짓만 먹여 살리면 되는 사업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천만 명을 상대할 목적일지 몰라도 당장은 그런 망상을 잠시 접고 눈앞의 가시적 유저를 만족시키는 데 자원을 쏟으면 되기에 대기업과는 근본적으로 타깃이 다르다. 이런 타깃의 차별화가 벤처의 생명이며 대형 기업을 무너뜨릴 무기다. 대다수 대기업도 스타트업 시절에는 이런 시장이 타깃이었다.
구글과 네이버는 당시 사용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검색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로 시작했으며 옥션은 중고거래로 시작해 오픈마켓 플레이스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후 어떤 아이템도 그만한 규모의 사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유튜브, 안드로이드, 라인 등 인수한 스타트업이 미래 먹거리가 되었다. 반면 언제나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애플과 아마존은 여러 차례 혁신적 사업을 만들어냈다.
스타트업은 지금 대기업이 진입한 시장에서 경쟁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작지만 곧 필연적으로 커질 영역의 고객 한 명 한 명을 섬기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면서 나아가야 한다. 시장은 의외로 더 크고 무서운 속도와 규모로 빨리 다가온다. 대기업을 흉내 내서도 안 되고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대로 움직여서도 안 된다. 마치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 같이 움직이는 편이 더 낫다.
원문: Nextr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