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투자에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가? 투자는 왜 받아야 하는가? 언제 받아야 하며 얼마나 받아야 하는가? 1년에 3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투자 및 컨설팅을 요청하기 위해 우리에게 찾아온다. 투자를 왜 받아야 하는지, 지금이 적기인지, 그리고 얼마나 필요한지 물어보면 대답은 제각각이다.
1. 투자받는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나?
이 질문은 투자받는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같은 투자를 받아 같은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받는 목적은 본인 포함한 직원들 월급을 주거나 운영 경비를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런 관점으로 투자받으면 그저 월급을 지출하다가 투자금이 떨어져 낭패를 보게 된다. 또한 불확실한 자기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 받는 것도 아니다. 그랬다가는 투자금을 다 날리고 위험에 처할 것이다.
투자는 ‘성장‘을 위해 받아야 한다. 성장은 고객의 선택을 받고 고객을 만족시키며 고객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투자금은 오직 고객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출장을 가거나 물건을 사거나 사람을 뽑는 모든 행위는 오직 고객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거나, 투자 유치 과정에 있다면 투자를 받는 목적에 대해 냉정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2. 투자는 언제 받아야 하나?
투자는 기름과 같아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사업 성장의 핵심 동인인 불씨가 없는 상태에서 일반적인 VC 투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 핵심 동인인 불씨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설 검증이 필요한데 그것은 엔젤 투자자, 지인, 초기 단계에만 투자하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아 검증해야 한다.
검증도 되지 않은 사업을 가지고 VC 투자받아 사업에 실패해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심지어는 투자받고 그 돈으로 외제 차를 뽑고 나서 회사가 망하는 경우도 보았고, 온통 불필요한 과도한 선심성 직원 복지나 성장과 관련 없는 유명회사 직원들을 데리고 오는 데 사용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스타트업의 최고의 복지는 전 조직원이 노력한 결과물인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이다(물론 장기적 성장을 위해 도서비,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우리 파트너사를 보면 분명한 동인들이 있었다. 사용자의 반응이 아주 강력해 그것을 반복하면 사용자 증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매우 확실해 보이는 현상들을 목격했다.
일례로 모바일 광고를 하는 파트너사가 개발한 광고 모델을 적용해 보았는데, 너무 빠르게 광고가 소진되어 광고 인벤토리가 없어 더 이상 광고를 할 수 없었다. 이에 투자받아 광고 인벤토리를 늘렸더니 월매출이 몇백만 원에서 불과 6개월 만에 10억 원을 넘어섰다.
또 다른 예로 유저가 30만 명 정도인 상태에서 매일 유입되는 신규 유저가 수천 명에 달했는데, 그 속도로 증가하면 1년 후엔 100만 명이 증가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래서 투자받아 속도를 가속화할 뿐 아니라 수익모델을 개발했다. 불과 1년 조금 지나 200만 명 달성하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이런 동인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받아 시간을 보내면서 월 1억 원씩 사용하면 10개월만 지나도 10억 원이 소진되어 더 이상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없다.
3. 투자는 어느 정도 규모로 받는 것이 맞는가?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 견해는 필수적인 수준으로만 받아야 헝그리 정신이 유지되고 지속적 혁신을 이룩하며 방만한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한다. 투자 목적이나 핵심동인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일반적인 80~90%의 스타트업에게 정 투자를 한다면 최소한의 수준의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맞다.
다른 견해는 받을 때 충분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동의한다. 10~20%의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투자 목적을 명확히 알고, 핵심 동인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고, 오직 성장에만 투자할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은 받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받는 게 맞다고 본다.
가끔 훌륭한 스타트업을 만날 때 나는 “투자는 받을 수 있을 때 받는 것이지, 필요할 때 받는 것이 아니다. 정작 필요할 때에는 아무도 투자해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정말로 맞는 말이다. 투자를 크게 받는 이유는 자금을 사용하려고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금력을 가지고 좋은 인력을 좋은 조건에 채용하기 위함이다.
실제 우리 파트너는 5억 원 규모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30억 원을 조달해줌으로써 더 우수한 인력을 충원했고 고속으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비싼 대가를 준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비전을 어필하는 것을 자금력으로 뒷받침해 훨씬 좋은 조건으로 합류시켰다.
투자를 크게 받을 때는 그 돈을 다 써버릴 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20~30%는 완충 장치로 여기고 스타트업의 체력을 보여줄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 규모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보다는 경영자의 투자에 대한 철학과 관점이 중요하다.
마치며
투자에 잘못된 관점을 가지고 단순히 운영비를 충당하고자 하거나 불확실한 자기 계획을 시험해보기 위해 투자받으려고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못된 선입견을 버리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내적 노력을 철저하게 기울이고 나서 투자의 세계로 뛰어들면 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자들이 기꺼이 나설 것이다.
원문: Nextr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