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아름다운dd.lbx 추억으로 남은 게임이지만, 사실 프린세스 메이커는 헬조선보다 더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OECD 최하위 50관왕 같은 뉴스에 실망하지 말고, 이 게임의 노동현실을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힐링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
0. 들어가며: 대체 이 세계는 얼마나 헬인가?
먼저 이 세계의 괴랄한 물가를 보자. 아버지는 세계를 구한 용자다. 그런데 1년에 받는 연금이 500G이다. 그런데 찻잔이 500G, 책이 120G이다. 아무리 한국의 기초노령연금이 싸다지만, 최소한 이 수준은 아니다. 신기한 게 식단은 겨우 월 30G. 어찌저찌 밥은 먹고 사는 걸 보면 배급제… 즉, 부카니스탄과 유사한 곳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이곳은 북한과 남한의 단점을 골고루 믹스한 진정한 지옥이다. 교육비용이 하루에 약 65G인데, 미장이 아르바이트도 하루 임금이 30G가 되지 않는다. 즉, 이틀 노가다를 해야 겨우 하루 교육비를 벌 수 있는 이곳이 프린세스 메이커의 세계다.
이런 점에서 프메의 세계는 남북한의 헬을 뒤섞은 진정한 지옥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따져보면 프메가 훨씬 심하다. 어떤 점인지 알바천국이 하나하나 뒤져봤다.
1. 종교기관임을 빌미로 무보수에 가까운 일을 시키는 성당 (근로계약법 위반: 종교기관도 최저임금 적용)
프메의 성당에서는 하루 일당으로 꼴랑 1G만을 준다. 배식사회에서도 겨우 밥만 사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돈이다. 그럼에도 도덕성을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강제성 알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헬조선은 다르다. 종교단체, 사회단체 역시 근로기준법의 적용되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관계가 성립이 되었다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임금체불, 최저임금 위반(3년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 등 모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된다. 다만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였다면 (예를 들어 재능기부라고 쓰고 재능구걸이라 읽는) 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린세스 메이커에서는 명시적으로 ‘알바’라고 규정되어 있다.
2. 급여 외에 어떤 보장도 없는 극한 알바 (근로계약법 위반: 주휴수당, 실업급여 미제공)
딸이 30일 연속 알바를 하면 딱 30일치의 알바비를 준다. 토요일에 추가 수당은 없다. 1년 내내 일을 해도 실업급여 한 푼 주지 않는다. 오직 알바비만을 줄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말에 일을 하면 당연히 추가 수당을 준다. 한 달 간 일을 하면 반드시 월차, 즉 유급 휴가를 준다. 1년간 일을 한 후 퇴직하면 퇴직금을 주는 건 기본이다. 물론 프린세스 메이커는 10일간 계약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이를 단절로 보는가 연속으로 보는가에 따라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일용직의 경우에도 일일 계약으로 1개월을 채우면 유급 휴가를 주는 게 기본이다. 그러니 근로계약서는 꼼꼼히 확인하자.
3. 일을 잘 못 한다는 이유로 보수를 주지 않는 고용주들 (근로계약법 위반: 일 못 해도 돈은 줘야 함)
프메의 요리사 알바에서는 그 날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아예 한 푼도 주지 않는다. 너 때문에 돈을 날렸는데, 어떻게 급여를 주느냐는 이야기다. 아버지 때문에 강제 노동하는 것도 억울한데, 돈까지 받지 못하다니…
허나 헬조선은 다르다.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판례 및 통설에 따르면, 임금은 구체적인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근로자가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처분을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두고 있는 것의 대가이다. 따라서 별도의 성과가 없어도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만약 예상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근로자의 동의 하에 근로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근로 중 손해가 발생했을 시 근로자에게 손해를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기준법 2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며,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즉 플러스 옵션은 계약 가능하지만, 마이너스 옵션은 함부로 행사할 수 없다. 단, 실제 발생한 손해 중 근로자의 책임을 엄격하게 따져 산정한 경우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4. 10살짜리 딸에게 알바를 시키는 수전노 아버지 (근로계약법 위반: 만 15세 이상부터 알바 가능)
프메에서 아버지는 딸을 10살 때부터 노동 현장으로 몰아넣는다. 그래 봐야 하루 10G도 채 벌지 못하지만, 아버지는 아이를 마치 막스의 자본론에 나오는 공장에서 마냥 굴려 먹는다.
헬조선의 현실은 이보다 훨씬 좋다. 근로기준법 64조는 15세 미만인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 인허증이 없으면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심지어 아역배우들의 밤샘촬영 역시 이미 제한되어 있을 정도다. 이를 어길 경우 법 110조에 의거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 돈 좀 벌자고 각종 몬스터와 유괴범이 넘치는 곳으로 무사수행마저… (근로계약법 위반 아님: 차라리 근로계약법을 어겨라)
딸은 허구한 날 무사수행을 떠난다. 몬스터는 물론 유괴범, 드래곤(…)까지 존재하는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가장 돈 벌기 쉽고 각종 아이템을 도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딸을 내팽개친다.
자기의 보호하에 있는 친권, 양육권을 행사해야 할 미성년자를 위험한 곳에 보내면 안 된다. 특히 마왕, 용 등이 난무하는 곳에 가는 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친권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의 성격을 갖는 특이한 권리다. 친권자가 아이를 위험한 데 내버려두면 보호의무를 위반한 게 된다. 가정법원은 923조에 따라 친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현저하게 해친 경우 친권을 박탈, 또는 일시 정지할 수 있다.
6. 돈 몇 푼 벌려고 사냥 알바마저 불사하는 아버지 (근로계약법 위반: 아동, 청소년은 위험한 곳에서 일하면 안 됨)
딸이 12살이 되면 사냥 아르바이트마저 내보낸다. 12살의 체구로 사냥은 말도 안 되게 위험한 일이다. 동물은 인간보다 운동능력이 뛰어나기에, 멧돼지는 물론 사슴도 그렇게 만만한 동물은 아니다.
부모는 미성년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아이를 영업자에게 인도해 아이에게 생명 또는 신체의 위협이 가해진 경우 아동혹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27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용과 무신을 때려잡는 아이에게 사냥꾼 정도가 무슨 위협이냐고 묻지 말자. 아동혹사죄는 현실로 위험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였느냐가 핵심이 아니다. 인도와 인수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성립된다.
결론. 어디나 수저와 핏줄이 최고다
아무튼 아버지가 딸에게 저런 못할 짓을 해대지만, 딸은 엄청난 성과를 올린다. 자금만 잘 확보하면 10살에 무신을 때려잡고, 10살에 역대 최고의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18살에 왕위를 이어받아 여왕이 된다.
이 엄청난 능력은 딸이 신의 핏줄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어떤 나라도 반인반신의 피를 이어받은 쿼터신이 지배하고 있다 헬조선에는 언젠가부터 노력론이 판치고 있지만, 결국 핏줄과 수저가 최고다. 씁쓸할 따름이다.
<본 콘텐츠는 알바천국에서 제공하는 네이티브 애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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