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 인터넷상에서 문자를 캡처한 사진 하나가 화제가 됐다. 캡처 속 학생은 임금도 명시하지 않고 구인공고를 낸 뒤 개별적으로 시급 4,000원을 통보하고는 이것이 최저시급보다 적음을 지적하자 “사람에 대한 예의” 운운하는 고용주에게 그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예의를 중시하는 당신이 일할 사람에게는 왜 예의를 지키지 않느냐고. 이 캡처와 함께 올라온 글은 이내 많은 알바들의 울분을 풀어준 ‘사이다 글’로 등극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5,580원(이 당시에는 4,860원)이다. 내년에는 8.1% 인상되어 6,030원이 된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인상했다는 얘기, 인상해도 OECD 국가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얘기 등 여러 말이 많지만, 그런 이야기는 일단 차치하자.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적든 많든, 이렇게 법으로 정해져 있는 최저시급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는 알바생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저 캡처 사진이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저런 구인공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최저시급 이하의 급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했던 수많은 알바생들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다른 알바들은 저 학생처럼 자신의 권리(최저시급)을 말하고 사용자의 위법을 지적할 수 없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의외로 ‘잘 몰라서’인 경우가 많았다.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그런 게 존재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있더라도 그보다 적게 받는 게 관행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저시급이 여전히 낮은 것이야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누려야 할 권리를 ‘몰라서’ 누리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근로기준법이 멀게만 느껴지는 청년알바들을 위해, 알바를 시작하며 꼭 알아야 할 팁 7가지를 정리해봤다.
1. 명심하자, 알바도 근로자다
흔히 ‘알바’로 불리는 아르바이트생은 사실 정확한 법적 정의가 없다. 근로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 혹은 정규직이지만 통상근로자보다 근로시간이 짧은 ‘단시간 근로자’, 또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두 함께 ‘알바’라는 명칭으로 널리 묶여 불린다. 명칭 자체가 모호하게 쓰이다 보니, 알바를 하는 사람도 알바를 고용하는 사람도 자신의 법적 권리나 의무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떻게 불리든 원칙 하나만 세기면 된다. 모든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그리고 기간제든 단기든 일용직이든, 알바 역시 근로자다. 당연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 가장 먼저 자신의 법적 신분을 명심하자.
2. 근무 시작 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받자
노사관계에 있어 분쟁 예방과 해결의 기초는 ‘근로계약서’다. 따라서 반드시 근무 시작 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한다. ‘반드시’에 줄 치자. 매우 중요하다. 근로계약서는 임금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에 관한 사항, 연차 휴가에 관한 사항, 근무 장소와 업무를 담고 있다. 작성 시에는 근로계약서가 이 항목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지 체크하자.
근래 들어 연일 이슈인 최저임금의 문제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많은 경우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모든 계약서는 상위법의 구속을 받기 때문에 근로계약서에는 법정 최저임금(2016년 6,030원) 미만의 금액을 명기할 수 없다. 정확히는 명기하더라도 무효이며, 오히려 부당한 고용계약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요컨대 근로계약서 상에는 법에 저촉되는 부당한 근로조건을 기입할 수 없으므로, 근로계약서 작성은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받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2012년 1월 1일부터 사용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자의 요구와 관계없이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폭탄이 떨어지게 된다. 만약 현재 일하고 있는 알바생들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받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받아두라고 충고하고 싶다. 고용주가 거부한다면? 명백한 위법이니 망설이지 말고 해당 지역 노동청에 신고하자.
뒤늦게 근로계약서를 달라고 하는 것도, 노동청 신고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사실, 근로계약은 ‘구두’로도 인정된다. 즉,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일단 근로를 했다면 법의 테두리 내에 있는 것이다. 다만,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거나 그 외의 근무 조건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좀 더 수고로울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핵심은, 자신이 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임을 명심하는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현재 내게 근로계약서가 없다고 해도, 절대 법 밖에 놓여있지는 않다.
3. 알바생 역시 일반 근로자와 같은 권리를 누린다
근로계약서 작성으로 법정 최저시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외에도 근로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것들이 더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연차휴가 같은 것을 알려주면 “알바생도요…?”하고 되묻는 이들을 수없이 보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당신은 근로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등에 의해서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보장된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쉴 수 있는 권리 (휴게, 주휴일, 연차휴가)
우선 근로기준법 54조에 따라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의 휴게시간을 제공받는다.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요컨대, 손님을 기다리거나 근무지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이라는 얘기. 또한 근로기준법 55조에 따라 1주일에 1일 이상 유급휴일을 부여받아야 하며, 근로기준법 60조에 따라 연차휴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주휴일과 연차휴가의 경우 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하인 근로자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임금청구 권리 (시간 외 수당, 퇴직금)
시간 외 근로수당은 근로기준법 56조에 명시되어 있다. 크게 3가지로 구분되는데, 연장 근로수당, 휴일 근로수당, 야간 근로수당이 그것이며, 이들은 모두 통상임금에 50%가 가산된다. 처음부터 토요일, 일요일에 일하기로 계약한 경우에는 토, 일요일이 아니라 휴일로 정한 주중 일자에 일했을 때 휴일 근로수당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또한 1년 이상 근무한 경우는 퇴직금도 보장받는다.
단, 밥값은 달라고 조르지 말자. 식대는 비과세 항목 적용을 받기 위해 구분하는 것이지 법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통비도 보장되지 않으니 알아두자.
일하다 다쳤을 때 보호받을 권리
당연한 이야기지만, 근무 중 다칠 경우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비와 월급의 일부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사업장 규모나 근로 시간과 무관하며, 심지어 4대 보험 가입 여부와도 무관히 적용된다.
4. 수습 기간을 주의하자
헬조선에서는 언제부턴가 ‘수습’이라는 新직종이 생겼다. 수습 기간 동안에는 최저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의 90%로 내려간다. 말이 수습이지 더 후려친 알바… 그런 만큼, 수습기간은 최대 3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단, 근로계약서 상으로 1년 미만을 계약기간으로 정한 자는 수습기간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수습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최저임금을 다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알바생들은 1년 미만의 기간제 근로자이므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5. 5인 미만 사업장은 5인 이상 사업장보다 보장 정도가 약하다
안타깝게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위에서 말한 내용 중 몇 가지가 적용되지 않는다. 먼저 부당해고를 당했을 경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 또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에 대한 가산임금도 적용이 안 된다. 연차휴가 역시 반드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주목하자. 비록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격은 없지만, 사용자는 해고를 할 경우 30일 전 해고 예고를 하거나 30일 분의 해고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제한되는 것과 여전히 적용되는 것을 잘 구별해야 한다.
6. 실업급여는 당연히 보장된다
퇴직에는 자발적 퇴직과 비자발적 퇴직,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자발적 퇴직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으나, 비자발적 퇴직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즉, 고용주의 사정에 의해 당신이 나가게 됐을 때 국가로부터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아르바이트라고 주눅 들 것 없다.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되는 경우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용주와 어설프게 쇼부 치지는 말자. 걸리면 부정수급으로 다 토해내야 한다.
7. 청소년은 별도로 ‘청소년 보호법’이 적용된다
청소년 보호법이 별개로 존재하기에,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술을 취급하는 업소, PC방, 만화방 등 특정 업소에서는 일할 수 없다. 근로시간도 차이가 있다. 성인은 일 8시간, 주 40시간이지만, 청소년은 일 7시간, 주 35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이 중 하나라도 넘어서면 초과근무로 인정됨을 기억해 두자. 또한 만 15세에서 18세까지는 법정후견인의 동의서가 있어야 일할 수 있다.
결론: 우리는 모두 스스로 ‘구고신’이 되어야 한다
드라마 <송곳>의 첫 장면을 기억하는가?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 거리에서 자고 있던 중국집 배달원은 ‘구고신’ 노동상담소 소장을 만나 체불임금을 받아낸다. 배달원에게는 근로계약서도, 그간의 부당한 상황을 증빙할 자료도 없었지만, 구고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중국집 단골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불매운동’으로 위력을 과시했고, 여기에 쫀 사장은 돈을 내놓는다.
통괘한 장면이었지만, 한편으론 씁쓸했다. 모든 알바생들이 구고신 같은 해결사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배달원처럼 자포자기한 채 이 알바로, 저 알바로 전전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 구고신이 되어야 한다. 알바 때문에 노동법 조문 전체를 공부할 필요는 물론 없다. 다만 나의 권리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 등 근로자인 내게 필요한 내용들은 숙지하고 있자는 것이다.
특히, 근무 시작 전 근로계약서 작성을 명심하자. 근로계약서는 사회적 자원과 경험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을’에 입장에 놓이기 쉬운 알바생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까닭이다. 사장님 위세에 눌리지 말고, 알바라고 기죽지 말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
알바들이 자신의 노동에 값하는 보상을 보장받는 데 이 글이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 콘텐츠는 알바천국에서 제공하는 네이티브 애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