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청소년들에겐 일반형과 초박형 콘돔 판매만 허용하고 돌기나 주름이 잡힌 특수형 콘돔 판매는 불허했다는데, 이유가 압권이다. 혹시라도 청소년들이 성행위 중 쾌락을 느낄까봐 그랬단다. 아니, 그럼 미성년자들이 즐겁지도 않은데 왜 섹스를 하겠어요. 대체 왜… 이것도 인생 경험이려니 하고?
콘돔은 얇으면 얇을 수록 감촉과 체온 전달에 더 용이해서 초박형일 수록 쾌락이 증대되는데(이에 비해 돌기나 주름을 넣으면 그 부분에 여분의 라텍스나 폴리우레탄을 넣게 되고 그럴 수록 감촉과 체온 전달은 어렵다), 또 초박형은 허락했다는 게 개그포인트다.
섹스는 즐거운 일이고 즐거워야 하는 일이다. 상대와의 교감과 대화를 언어적인 수단을 넘어 더 본질적인 수단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고, 어느 한 쪽의 쾌락을 위해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감내하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 흔쾌히 행복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즐거워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성교육은 “하지 마라”와 “애 생기면 너도 인생 조진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작 침대 위에서 서로간의 동의를 기반해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선 민망해서 이야기를 안 하다보니 이따위 기형적인 정책이 입안되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수많은 남자애들이 크기, 길이, 속도, 세기, 시간에 집착하는 삽입 중심의 섹스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다 큰 성인 남녀가 펠라치오와 커널링거스를 ‘상대를 위해 봉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적지 않은 여자들이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오르가즘을 연기하며 ‘아프지만 남친이 좋으니까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드는 이 비극은 한국의 뒤틀린 성문화와 성교육이 낳은 폐해다.
“성을 즐기고 행사하는 주체는 남성이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는 때가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되며, 여성의 육체는 남성이 욕망하는 특정부위만 자극하면 알아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소극적인 객체에 불과하다”라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자 아이들의 자위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게 하면서 여자 아이들의 자위는 부끄러운 일이니 하지 못하게 다그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자들이 자신의 육체에서 어느 부위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곳인지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일이 터부가 된 것도, 잠자리에서 적극적인 여성이나 처음이 아닌 여성이 남자들에게 ‘실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성에 대한 업무를 주관해야 한다면, 제일 시급한 건 이런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 잡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쾌락을 줄 수 있으니 돌기 난 콘돔은 쓰면 안되니 어쩌니 하는 소리만 삐약거리고 있는 걸 보면 그럴 의지도 뭣도 없는 것 같다.
원문: 이승한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