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 로드리게스(가명) 씨는 한국 대기업의 독일 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업계 세계 1위 독일 본사에서 세일즈 25년 경력을 쌓고, 2년 전 한국 회사로 이직했다. 브라질 출신이면서 한국·독일 회사에서 양국 사람들과 일해온 이력 덕택에, 두 나라의 문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모든 이름은 사생활 보호 및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다. 언급된 한국 회사 관련 내용은 특정한 하나의 한국 회사가 아닌, 그녀가 경험한 다수 회사의 공통적 특징에 기반한다. 한편 독일 회사와 관련된 내용은 독일 대기업에 한정되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한국 vs. 독일
나: 이 한국 회사에서 일하기 전에, 한국 사람들이나, 한국 회사와 함께 일한 적이 있으신가요?
라우라: 당연하죠, 전 독일 회사에서도 한국 동료들이 있었고, 몇몇 주요 고객들도 한국 기업이었어요.
나: 한국 회사와 그들의 노동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우라: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일이 되게끔 했으니까요.
나: 저도 한국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한국 회사의 해외 법인에서 2년 동안 일했죠. 그 동안 한국과 독일, 한국과 유럽의 비지니스 문화 차이점들을 많이 경험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차이점부터 먼저 논의해도 될까요?
라우라: 그럼요.
나: 한국이나 아시아 회사들은 극도의 엄격한 위계 질서로 유명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럽 회사와 비교할 때, 사실인가요?
라우라: 네, 맞아요. 그런데, 이러한 회사 내 위계 질서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한국 동료들을 보면 진급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동기 부여 측면에서 위계 질서는 좋을 수도 있어요. 승진하고 싶으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죠.
나: 지난 독일 회사에서는 어땠나요?
라우라: 약간의 위계 질서는 있었지만, 한국 회사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죠.
나: 위계 질서가 없는 회사는 상상도 할 수가 없는데요. 직원 중에 신입 사원도 있을 거고, 경력 사원도 있을 거잖아요. 신입 사원은 교육도 받아야 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팀 리더도 있어야 하고요.
라우라: 우선, 유럽 회사들은 한국 회사처럼 사원, 대리, 과장 차장, 팀장, 부장, 수석부장, 사업부장 등등의 상명 하달의 촘촘한 위계 질서가 아니예요.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직함들은 진짜 우스꽝스럽게 들리죠. 한국 회사를 처음 접하는 유럽인들은 다들 의아해해요. 전(前) 독일회사는 대기업이었지만, 총 5개의 직위만 있었어요. 평사원, 팀리더, 디비젼 리더, 임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CEO죠.
유럽 회사에서는 이러한 직함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각각 직원들은 한국 회사만큼 많이도 아니고 몇몇 개의 고객들을 관리하는데, 신입 사원들은 작은 고객, 경력자들은 중요한 고객들을 담당해요. 다른 사람보다 오래 일했다고 바로 승진되지는 않죠. 한국 회사처럼 승진되는 대신, 성과가 좋으면 월급 인상 등으로 보상받아요. 팀이나 디비젼 리더가 아닌 이상, 조직 내에서 역할은 다들 똑같아요. 더 중요한 건 전문성과 성과죠. 누가 얼마를 버는지 아무도 몰라요.
유럽 회사에서 미팅을 하면, 대부분 거리낌없이 질문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토론하고, 언쟁을 벌이기도 해요. 모두다 평등하니까요. 한국 회사로 옮기고 나서, 괜히 불필요한 이야기를 꺼내서 긁어 부스럼 만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미팅 때, 항상 저만 시끄럽거든요.
나: 한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판매량에 기반한 지나친 성과주의예요. 유럽 회사들은 사원들 성과를 다르게 평가한다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라우라: 진짜 큰 차이가 있어요. 한국 회사에서는 대부분 내부 경쟁을 굉장히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판매량에 따른 성과를 부서별로 따로 집계해 내부 경쟁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어요. 한국 회사에서 보너스는 팀이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죠. 한국 회사에서는 기존 임금 플러스 팀 실적에 따른 보너스를 받죠.
성과주의에 엄격한 위계질서가 합해지면, 모든 직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있어요. 신입 사원이더라도, 팀 리더의 스트레스가 위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책임과 연봉이 달라도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특히 임원급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실적에 따라서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고, 임원은 팀리더를, 팀리더는 팀원들을 죽어라 쪼는 거죠.
전 독일 회사는 우선 판매량보다는 이익률이 중요하고, 보너스는 팀 성과뿐만 아니라, 전체 회사 성과에 따라 결정되요. 독일 회사에서는 보너스 비율이 굉장히 높아요. 보너스는 회사 실적(60%), 팀 실적(30%), 개인 실적(10%)로 결정되요. 개인이나 팀 혹은 디비젼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다른 팀이 잘하면 이게 상쇄되죠. 결국, 실적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다른 팀, 사업부와 나누는 거예요.
보너스율은 최저 70%, 최고 140%인데, 보너스로70%를 받으면 성과가 안 좋았다는 거고, 개인적으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나을 거예요. 독일 여타 중소 기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대기업에서는 성과와 관계없이 정년이 보장되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판매량에 기초한 성과주의는 역효과를 낸다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실적에 급급해 낮은 가격을 오퍼하고, 이에 유럽 시장 질서를 망가뜨리고, 회사 내에서도 손실을 초래한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유럽 시장에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투명해요. 게다가, 신뢰와 안정성이 “싼 오퍼”를 통한 단기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죠. 만약 너무 낮은 가격에 오퍼하면, 고객은 품질과 재정 안정성에 의심을 갖게 되요. 특히 전에 언급한 것 처럼, 싼 오퍼는 제 살 깎기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도 하죠.
가끔 한국 회사에서는 영업 사원들이 실적 목표 달성만을 목적으로 고객한테 영업이 아닌 구걸을 하라고 지령이 내려오거나, 경제적 손실을 입으면서까지 무모하게 사업하는 것 같아요. 영업의 핵심은 심리 싸움이고 협상인데, 자기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서 회사 전체에 손해를 끼치거나, 말도 안되는 오퍼를 제시하니 답답할 때도 많아요. 한국에서는 물건 사줄 때 까지, 고객 집 앞에서 주구 장창 기다리기도 한다면서요? 유럽에서는 그랬다가는 스토킹으로 감옥에 갈 수 있어요.
한 번은 고객 협상 자리에서 1분 만에 가격을 5차례나 낮췄어요. 아무리 실적이 중요하다지만, 고객도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회사 이익률도 엄청 떨어졌죠. 그래도 위에서 말도 안 되는 압박이 오니 사원들은 어쩔 수 없겠죠.
나: 아마 한국 회사들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마진 대신 판매량에 집중한 거 아닐까요? 후발 주자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양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는 없잖요.
라우라: 그렇죠. 그렇지만…
나: 한국 회사에 일하면서 이상했던 점은 임원진의 계획이 지나치게 짧고, 자주 바뀐다는 거예요. 회사의 전반적 계획이나 전략이 자꾸 바뀌고, 최종 결정은 항상 마지막 순간에 급하게 내려지니, 직원들은 야근하기 일쑤이죠. 자신들이 참여하지도 않은 의사 결정 때문에, 이렇게 피와 살을 바쳐야 한다니 불공평한 것 같아요.
라우라: 불공평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 대가로 월급을 받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진들의 결정이나 계획은 너무 급하게 내려지고 근시안적이고 지나치게 판매량에 기초해 있는 측면이 있죠. 독일 회사들이 10년 장기 계획을 세운다면, 한국 회사들은 10시간 계획을 세우는 느낌이예요. 한국 사람들과 일하면서 들은 가장 이상한 말은 “내일은 없다”라는 거예요. 어떻게 미래가 없는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겠어요?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게 좋으니, 이런 의사 결정 방식이 나쁘지만은 않겠지요.
그리고 한국 회사에서는 간부급들이 지나치게 사소한 것에 신경쓰는 것 같아요. 나무 하나 하나를 보자니, 자꾸 숲 전체의 그림을 못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 한국과 독일 회사에서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 정도에 큰 차이가 있나요?
라우라: 그럼요.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은 압박, 야근, 회식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해요. 물론, 해외 법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르지만요.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삶과 직장 사이에 밸런스를 중요시하고, 독일 회사들 역시 직원들이 이러한 가치를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요. 독일 사람들도 야근을 하지만, 특별 프로젝트가 있을 때나 아니면 조직의 리더일 때만 하죠. 독일 회사 HR이 맡은 가장 중요한 직무는 조직 원이 골고루 스트레스와 압박을 나눠 갖도록 하는 거예요. 누군가에게 다른 조직원들에 비해 너무 많은 업무가 주어져 있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새롭게 업무 분장이 되거나, 새로운 사람을 채용할 거예요.
한국 사람들은 회사와 자신을 일치시키고,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러니까 사람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도 버티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듯 해요.
한국 | 독일(유럽) | |
위계 질서 |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 10개가 넘는 질서 |
사원, 팀리더, 디비전리더, CEO 고작 5개 |
Work & Life | 지나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
|
평가 방식 |
|
|
전략 및 계획 |
|
|
한국 회사의 경쟁력 제고 방안 |
|
나: 독일 사람들이 8시간을 일할 때, 한국 사람들은 11시간을 일하죠.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회사가 독일이나 다른 유럽 회사를 따라잡아 글로벌 넘버원 자리를 탈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라우라: 아마도요. 한국 회사들과 한국 경제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아직도 그들의 영광의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죽은 사람들로 좋은 회사를 만들 수는 없어요. 좋은 성과는 좋은 사람들로부터 나와요. 직원들, 사업의 양이 아닌 질이 더 중요한 거예요. 마진과 이익률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하고, 최종 목표가 되어야 겠지요.
나: 한국 제품의 질이 독일 제품보다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나요?
라우라: 아니요, 한국 제품은 독일 제품만큼 좋아요. 하지만, 몇몇 아이템에서만이죠. 한국 회사들은 취급 제품의 범위를 더 늘려야 해요. 제 생각에 이전 독일 회사에서 취급한 제품 수는 지금 현재 일하고 있는 한국 회사의 그것보다 7배는 많은 듯 해요. 그래도, 서양 회사들이 2세기가 넘도록 이룩한 걸, 한국 회사들은 50년만에 해냈죠. 아마,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겠죠.
나: 한국 회사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우라: 직원들을 더욱더 장기적으로 교육시키고, 보살펴야 해요. 한국 회사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랑 압박 때문에 직원들이 제대로 자기 계발을 할 수 없죠.
본사를 방문하고 가장 놀란 건, 50세를 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너무 어려요. 도대체 나이 든 사람들은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지금 해고되서 치킨집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이런 식으로 어떻게 노하우와 경험들이 어린 사람들에게 전수되겠어요? 제 생각에는 오직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만이 프로를 만드는데 말이죠. 한국 회사는 경력자들을 더 오래 붙잡아두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한국 회사에서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좋은 걸로 생각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이건 단기적으로만 효과적이예요.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눈 앞의 단기적 목표만 추구하게 만들죠. 독일 회사에서는, 이미 말했듯, 성과나 나이에 상관 없이 정년이 보장되요. 다이렉터 급이나 CEO도 마찬 가지이죠.
한국 회사에서는 임원들이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임원이 되면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거잖아요? 임원들이 재계약을 위해,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숫자를 조작하고, 눈속임 자료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회사에 피해가 가는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프로젝트는 수년이 걸린다는 거예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죠.
원문: MultiKul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