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2015가 역대 최다 관람객인 21만명을 동원한 가운데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11년간의 지스타 역사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BTC, BTB전시 부스도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행사 전반을 놓고 보면 글로벌 게임전시회라는 타이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행사였다는 느낌이 듭니다. 개막 이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대형 게임사 불참에 따른 볼거리 부족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 넥슨, 네시삼십삼분 등 지스타 BTC관에 부스를 낸 업체들은 각각 전시방식에 신선한 시도를 접목, 지스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역시 형님’ 엔씨소프트, ‘게임+문화’ 접목한 다양한 시도
올해 지스타2015에서 마주한 엔씨소프트의 모습은 ‘게임계 맏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속이 꽉 찬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MXM’ 단일 게임으로 꾸민 지스타 부스는 물론이고 ‘블레이드앤소울’ e스포츠대회와 이 게임을 소재로 한 뮤지컬 공연까지, 어떻게 하면 온라인게임을 더 재미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신작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적인 게임 전시를 넘어 게임 지적재산권(IP)의 확장, 그리고 ‘게임과 문화 콘텐츠의 연결’이라는 최근 게임산업계 화두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지스타가 단순한 게임 시연을 위한 전시회가 아닌 게임과 문화가 어우러진 행사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시 게임계 형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사실 지스타에 앞서 엔씨소프트가 BTC 부스를 ‘MXM’ 단 하나의 게임만 꾸민다는 소식을 듣고, 엔씨가 지스타 조직위 등에 떠밀려서 억지로 출전한 건가, 보여줄 신작도 없는데 아예 지스타를 포기한 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MXM’은 앞서 두 차례의 테스트를 진행, 게임의 기본적인 내용들이 공개된 타이틀인데다가 상대적으로 하나의 게임으로는 현장을 찾은 다양한 입맛의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힘든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지스타2015에서 게임 콘텐츠를 어떻게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고, 또 게임과 결합한 문화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관람객들을 모을 수 있는지 게임 IP가 가진 파워를 입증시켜 보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낀 생각은 그랬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지스타 활약상은 크게 지스타 주요 무대였던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게임 전시와 인근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e스포츠대회 및 뮤지컬 등 문화콘텐츠와의 융합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엔씨소프트는 지스타 BTC관 100부스 규모의 전시관을 내년 초 선보일 차기 신작 온라인게임 ‘MXM’을 이용해 꾸몄습니다.
‘MXM’은 지난 2014년 처음으로 공개된 캐주얼 액션게임입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사용해 싱글 플레이와 AOS 모드를 즐길 수 있고, ‘리니지’와 ‘아이온’ 등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이 게임의 특징이죠.
엔씨는 지스타 현장에서 ‘MXM’의 최신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MXM’ 캐릭터로 만든 대형 피규어를 곳곳에 전시했습니다. 또 ‘MXM’을 활용한 웹툰,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MXM 내에서 아이돌 가수로 설정된 ‘비타’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미니앨범과 뮤직비디오를 제작, 지스타를 통해 공개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살뜰히 챙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방문객들이 부스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 게임 시연존을 ‘MXM’ 속 천재기술자 캐릭터 ‘모로로’의 작업공간으로 설정, 마치 방문객이 모로로의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단 하나의 게임을 전시했지만 다채로운 재미요소를 주기 위해 곳곳에 흥미요소를 배치한 세심한 구성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 개인적인 주관이니 태클은 사양)
게임 외연 확장 잰걸음…엔씨, 웹툰·음악·공연 등 활용모델 제시
엔씨소프트가 마련한 올해 지스타 행사의 백미는 단연 ‘블레이드앤소울’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이었습니다.
‘묵화마녀 진서연’은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의 글로벌 e스포츠대회 ‘블레이드앤소울 토너먼트 2015 월드 챔피언십’ 결선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공연이라고 합니다. 블소 IP 및 게임 속 OST를 바탕으로, 게임 스토리 중심 캐릭터인 진서연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재창조했다는 점에서 본 공연 이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었죠.
11월13일 이날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150여명의 공연관계자들이 6개월 밤낮없이 무대를 준비해 왔다는 후문입니다. 아쉽게도 다음 공연이 언제 진행될지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합니다. 현장을 찾지 못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훌쩍
또 사물패, 탭댄스, ‘언프리티랩스타2’ 출연자와 함께 하는 랩 등의 콘텐츠도 들어가 볼거리가 매우 풍부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 외에도 ‘묵화마녀 진서연’은 게임 IP와 대표적인 공연콘텐츠인 뮤지컬과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물론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존 ‘블레이드앤소울’ 이용자들에게는 게임에 대한 애정을 더 높이고,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관람객에게도 새로운 장르의 뮤지컬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실제 ‘묵화마녀 진서연’ 공연에는 게임 속 인상 깊은 장소 및 장면, OST 등을 배경으로 사용해 몰입감을 더욱 높였습니다. 공연 중간 중간 팬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지인을 따라 행사장에 왔다가 이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들도 ‘묵화마녀 진서연’을 즐겁게 관람했다는 후기가 관련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죠.
이 같은 긍정적 평가의 배경엔 대한민국 뮤지컬 1세대 배우인 남경주가 예술감독을 맡고 리사, 김한재, 손하윤 등 실력과 패기를 갖춘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출연, 공연의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는 점도 분명 한 몫했을 겁니다.
물론 이 같은 이유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엔씨소프트가 게임 IP 외연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했다는 점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특히 ‘MXM’과 ‘블레이드앤소울’ 두 개 타이틀만으로 게이머와 비게이머가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스타를 통해 보여준 엔씨소프트의 노력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넥슨·433, 게임 물량공세-실험적 마케팅 선보여
엔씨소프트 외에도 최근 엔씨와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넥슨의 지스타 활약상도 눈에 띄었습니다.
넥슨은 지스타 BTC관 전체 면적 가운데 20.7%에 해당하는 총 300부스를 계약하고, 초대형 무대를 꾸몄죠. 하나의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없는 부스 크기는 지스타 개막 이전부터 넥슨의 별명처럼 따라 붙었던 ‘넥스타(넥슨+지스타)’라는 말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넥슨은 지난해 지스타에서 ‘전시’를 중심으로 하는 관람형 부스를 만들었다가 그야 말로 죽도 밥도 아닌 결과를 얻었죠. 이 때의 경험을 거울 삼았는지 올해는 작년과 180도 다른 게임 ‘시연’ 중심으로 꾸몄더군요.
들고 나온 게임 타이틀도 온라인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 ‘서든어택2’를 비롯해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듀랑고’, ‘메이플스토리M’, ‘레거시퀘스트’ 등 총 15종. 단단히 벼르고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넥슨의 전략이 통했는지 올해 넥슨 부스에는 게임 시연을 위해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평균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이더군요.
또 넥슨은 BTC 부스 외에 지스타 연계 행사로 대표 인기 게임인 ‘피파온라인3’를 활용한 e스포츠대회 ‘피파온라인3 아시안컵’을 열어 모객을 주도했습니다. 게임트릭스 순위만 보더라도 최정상급 인기 게임인데다가 현장 쿠폰 배부, 대망의 업데이트 발표 소식을 이곳에서 최초로 전하면서 그야 말로 넥스타의 정점을 찍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길게 늘어선 대기열에 따른 심리적, 체력적 부담을 없애고, 오롯이 게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형태로 가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포장은 좋지만 초대 받지 못한 현장 관람객들은 철저하게 배제된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죠.)
번쩍이는 대형 전광판, 부스걸 등 게임을 플레이에 방해를 줄 수 있는 주변요건 등도 최대한 배제. 실제 네시삼십삼분의 회사 로고 전광판 크기는 여타 부스에 비해 매우 작았고, 부스걸들도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게 하는 등 노출도 자제시킨 모습이었습니다.
초청된 지스타 관람객들에게는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시연공간에서 ‘로스트킹덤’, ‘마피아’ 등 네시삼십삼분의 차기 모바일게임들을 ‘시간에 구애 없이’ 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네시삼십삼분의 이러한 폐쇄형 전략이 초청 받은 방문객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회사 측이 밝힌 이용자 1인당 평균 부스 체류 시간은 약 25분. 일반적으로 지스타 관람객들이 모바일게임 부스에 5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시삼십삼분 부스에서는 무려 5배가 넘는 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같은 부스 운영방식이 실질적인 효율을 거뒀는지는 여부는 네시삼십삼분이 내년 지스타에서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지스타2015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한 3개 게임사들의 색시도가 과연 묘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우리 모두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