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이 글은「조성주의 출마선언문은 어떻게 완성되었나 ②」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6월, 조성주의 정의당 대표 출마선언문이 세간의 화제를 모은 것은 ‘정치글’이 돌풍을 일으킨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다른 글도 아닌 정치글이, 그것도 여당이나 야당의 유력 정치인도 아닌 고작 5석의 의석을 가진 군소정당의 한 젊은 정치인의 출사표가 한국 정치에 신선한 파문을 몰고 왔던 것이다. 많은 논자들이 이를 인용했으며, 더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저마다의 ‘감상문’을 남겼다. 출마선언문을 읽고 마음이 동해 직접 정의당의 문을 두드린 이도 있었다.
이 글은 전 조성주의 정의당 당대표 운동 선거본부에서 화제의 출마선언문이 완성되기까지 고민과 토론, 수렴의 과정을 담은 것이다. 처음 본인이 작성한 초안에서 시작하여 총 9가지 버전의 선언문이 탄생했었다. 정치에 있어서 ‘글’이 줄 수 있는 울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 9번의 수정 과정을 총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지금 보고 있는 글은 그 ③편이다.
7.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 이 말은 선거 기간동안 언론과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특히, 아래의 부분은 단락 전체가 인용되기도 했다.
우리는 권위주의와 싸우던 ‘요새’에서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진출했고, 원내유일 진보정당으로서의 자부심과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보수양당체제의 협소한 민주주의를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민주주의로 확장한 것은 1세대 진보정치의 정치적 성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루어낸 성과에 안주하고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좁아졌고, 우리가 보호해야 할 시민들은 광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2세대 진보정치는 그 광장 밖의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6월 14일 1차~6월 15일)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이라는 단어는 초안 때부터 고심한 표현으로 출마선언문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87년 민주화가 되었다지만 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공평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그 이후에 태어난 다음세대들에게 그러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기성정치가 대변하지 못했던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우리는 대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민들 대다수가 처한 현실은 다음세대 거의 전부가 맞이할 미래입니다. (6월 2일 초안)
선본이 조직될 즈음, 선거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먼저, ‘조성주는 왜 정의당 당대표에 출마하는가’라고 서로에게 물었다. 세대교체, 당의 혁신과 정책 전환 등 모두가 합의하는 예상된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정의당은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가’라는 질문에는 오랜 토론이 필요했다.
지난 15년 간의 진보정당의 실험과 도전, 국회에서의 투쟁은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진보정치가 확장시킨 민주주의와 무관하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진보정당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에서 추방당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에게 모순처럼 느껴졌다.
이런 현실을 출마선언문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지 무척이나 난감했다. 여러가지 단어의 조합이 제시되었지만 이들의 고통과 절박함을 적확하게 드러내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임시적으로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로 결론 짓고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후 계속되는 논의에도 더 나은 표현을 찾아내지 못했다. 더 나은 단어를 찾지 못할 때는 그것을 풀어서 보여주는 게 최선이다. 구체적인 상을 그려내기 위해 여러번 수정했다.
87년 민주화가 되었다지만 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공평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그 이후 태어난 다음세대들에게 그러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기성정치가 대변하지 못했던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우리는 대변해야 합니다. 양당정치로 대변되는 한국 민주주의 밖에 있는 그 시민들은 바로 청년실업자들이고, 아르바이트로 삶을 전전하는 청년노동자이며, 고시원과 지하방을 전전하는 우리 동료시민들입니다. 그리고 그 시민들 대다수가 처한 현실은 다음세대의 거의 전부가 맞이할 미래입니다.(6월 10일)
87년 이후 민주화가 되었다디만 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공평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그 이후 태어난 다음세대들에게 그러했습니다. 이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냉정히 살피고, 한국 정치가 대변하지 못했던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양당정치에 갇힌 한국 민주주의가 외면한 그들은 바로 청년실업자들이고, 아르바이트로 삶을 전전하는 청년노동자이며, 고시원과 지하방을 전전하는 우리 동료시민들입니다. 그리고 그 시민들 대다수가 처한 현실은 다음세대의 거의 전부가 맞이할 미래입니다.(6월 11일 1차~6월 11일 2차)
87년 이후 민주화가 되었다지만 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공평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그 이후 태어난 다음세대들에게 그러했습니다. 이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냉정히 살피고 한국 정치가 대변하지 못했던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양당정치에 갇힌 한국 민주주의가 외면한 그들은 바로 공과금과 집세를 책상에 고이 놓아두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 어느 세 모녀이고, 쌀과 감치가 있으면 부탁한다는 쪽지는 남기고 세상을 떠난 젊은 작가이며, 수 십번의 취업실패에 절망하며 외롭게 고시원에서 눈을 감아야 했던 청년입니다. 그들은 민주주의 밖에 놓여 있었지만 우리 대변하고 보호해야 했었던 동료시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시민들 대다수가 처한 현실은 다음세대의 거의 전부가 맞이할 미래입니다.(6월 12일, 6월 13일 수정본 결합)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고,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양당정치에 갇힌 한국 민주주의가 외면한 이들은 바로 공과금과 집세를 책상에 고이 놓아두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 세 모녀이고, 쌀과 김치가 있으면 부탁한다는 쪽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젊은 작가이며, 수십 번은 취업실패에 절망하며 외롭게 고시원에서 눈을 감아야 했던 청년입니다. 닫혀버린 한국 민주주의는 이들을 조용히 추방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현제이고 자매들이며, 이웃입니다. 그들은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며 우리가 대변하고 함께 지켜야 했던 동료시민이었습니다. 2세대 진보정치가 이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이 비극적인 현실은 다음세대의 거의 전부가 맞이할 미래입니다.(6월 14일 1차~6월 15일 최종본)
처음에는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이 청년으로 국한되었으나 점차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비극적이지만 죽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설명 없이는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왜 우리가 이들을 대변해야 하는 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에 공감한 것은 우리의 표현이 새롭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절박함과 막막함이 우리를 통해 재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이들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 정치를 하는 동안 계속 해서 묻고 또 물어야 할 질문이 생겼다.
“우리는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가?”
8. 정치적 비전은 끝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후보가 작성해온 초안에서 살아남은 부분은 두 곳이다. 살아남은 문장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는 다음세대를 위해 책임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대안을 내놓고 싸워나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당면의 조직들을 대표하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오늘 우리의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두려움 없는 과감한 증세, 세대간 평등을 고민하는 고용보험 개혁, 연금개혁,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에서 시작합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6월 2일 초안~6월 10일)
다음세대를 위해 책임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대안을 내놓고 싸워나가야 합니다. 2세대 진보정치는 당면의 조직들을 대표하는 것에서 멈추어서는 안됩니다(멈출 수 없습니다). 때로는 설득하고 논쟁도 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음세대를 위해 오늘의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미래를 계획해 가야 합니다. 두려움 없는 과감한 증세, 세대간 평등을 실현하는 고용보험 개혁과 연금개혁,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우리의 방향을 잡아갑시다. (6월 11일 1차~6월 13일)
2세대 진보정치는 당면의 조직들을 대표(대변)하는 것에서 멈출 수 없습니다. 때로운 설득하고 논쟁도 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봄날의 눈부신 아침 바다가 더 이상 모두에게 슬픔의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대안을 내놓고 싸워나가야 합니다. 두려움 없는 과감한 증세, 세대간 평등을 실현하는 고용보험 개혁과 연금개혁,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우리의 방향을 잡아갑시다. (6월 14일 1차~ 6월 15일 최종본)
출마선언문에서 출마의 의미와 더불어 비중있게 다뤄져야 할 내용은 조성주의 정치적 비전과 정의당의 미래이다.
선본 구성원들은 팀을 이뤄 다양한 선거에 참여했었다. 대부분 실패했지만 작은 승리들도 있었다. 패배가 반복될수록 깨달은 것이 있다면, 정치에서 중요한 건 리더를 중심으로 한 팀웍과 팀원의 기량을 100% 발휘하게 만드는 리더의 정치적 비전이라는 사실이다.
위에 인용한 단락은 진보정치를 위한 조성주의 정치적 비전이다. 그 비전에 공감했기에 우리는 선본을 결성할 수 있었고 각자의 능력을 십분발휘할 수 있었다. 선본이 조성주의 정치적 비전을 바탕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출마선언문 수정과정에서 끝까지 초안 그대로 남았다.
2세대 진보정치는 운동권 정치가 아니다. 기존의 계급, 계층 조직만을 대변하는 정당은 1세대 진보정치의 한계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진보정당은 책임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증세정책, 고용보험과 연금보험 개혁, 노동시장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견해의 차이로 격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을 피하는 건 정당의 역할이 아니다. 정당은 갈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갈등의 범위와 참여자를 확대하고, 갈등의 우선순위를 구분하며, 토론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처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을 강한 정당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야 힘있는 진보결집도 가능하고 앞으로 있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게 선본의 확고한 믿음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의 정치적 비전이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개되었다.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날선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노동시장 개혁’, ‘연금개혁안 비판’, ‘보편 증세를 통한 고용보험 개혁’ 등의 발언을 두고, 진보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상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진보진영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였기에 논쟁이 된 것이라 판단된다.
2세대 진보정치는 당면의 조직들을 대표(대변)하는 것에서 멈출 수 없습니다. 때로운 설득하고 논쟁도 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대안을 내놓고 싸워나가야 합니다.
조성주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출마한 것이 아니다. 배우고 설득하고 논쟁하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출마한 것이다. 앞으로도 조성주의 정치적 비전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이 문장들이 의미 없어진다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것인지도 모른다. 위의 문장들은 늘 우리와 함께 가야 한다.
9. ‘교체’, 두려운 단어지만 확신했다
‘교체’라는 단어를 버림으로써 출마선언문을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등장한다. 이 한 번은 고민 끝에 선본이 비장의 카드로 사용한 것이다. ‘교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부정적인 이유는 교체의 대상을 대상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안에는 ‘교체’라는 단어 대신에 ‘미래리더십’으로 돌려서 표현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세대의 대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것은 한국정치의 미래를 바로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리더십을 우리 손에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정당과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누구도 미래세대를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래리더십 구축을 목표로 당조직, 정책, 집행의 모든 부분에서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6월 2일 초안)
‘교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더니 ‘미래리더십’ 구축이라는 표현에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느낌이 살지 않았다.
‘교체’라는 단어를 뒤집어서 생각했다. 이 단어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느낌을 준다면, ‘누구를 교체할 것인가’에서 ‘누가 교체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면 어떤 느낌을 줄까를 실험해 봤다. ‘교체’의 주체를 조성주 개인이 아닌 ‘2세대 진보정치’로 설정했다.
세대교체는 진보정치의 당면한 요구이자 과제입니다. 다음세대의 대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것은 한국정치의 미래를 바로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리더십을 우리 손에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정당과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누구도 미래세대를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래리더십 구축을 목표로 당조직, 정책 집행의 모든 부분에서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19대 총선에서 50명의 청년후보의 출마를 시작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서 100면의 청년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갈 것입니다. (6월 11일 1차~6월 12일)
‘세대교체가 당면한 요구이자 과제’라고 선언하면서도 ‘교체’라는 단어의 공격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세대교체’의 주체를 미래의 청년들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니 ‘교체’가 주는 선명함이 떨어졌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다른 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의당의 리더십과 차별성이 없었다.
선본 메시지 담당자가 하루만 달라고 했다. 자신이 한 번 수정해 보겠다고 했다.
다음 날 가져온 수정본을 읽고, 선본은 감동했다. ‘세대교체’ 단락을 ‘세대교체’의 의미와 ‘미래리더십’ 구축이라는 두 단락으로 나누고 ‘교체’의 주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선본이 생각한 ‘세대교체’의 느낌을 적확하게 표현했다.
세대교체는 진보정치의 당면한 요구이자 과제입니다. 다음세대의 대표를 우리 손으로 의식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정치의 미래를 바로 그것이 한국정치의 미래를 바로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입니다. 미래의 리더십을 우리 손에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정당과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누구도 미래세대를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에는 진보정치 1세대를 이끌어온 천호선,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같은 걸출한 리더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당의 훌륭함은 단지 그분들 때문은 아닙니다. 서울 마포에는 오진아가 있고, 관악에는 이동영이 있습니다. 경기 고양에는 김혜련이 있고 박시동이 있습니다. 대구에는 김성년이 있고, 전남 영광에는 이보라미가 있으며, 광주에는 강은미가 있고 문정은이 있습니다. 일일이 말씀드리지 못한 소중한 미래 리더들 때문에 우리 당이 훌륭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리더십 구축을 목표로 당조직, 저책, 집행의 모든 부분에서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대표가 직접 책임지고 진보정치 1세대 리러들이 모두 참여해 경험을 공유하고 성장을 돕는 미래리더십위원회를 만들어, 2년 안에 우리 당을 젊고 강력한 정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19대 총선에서 50명의 청년 후보 출마를 시작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서 100명의 청년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가겠습니다.(6월 13일)
언론에는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지만 출마선언문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천천히 읽어보면 오케스트라가 공연 전 지휘자를 쳐다보며 각자의 악기를 조율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지휘자가 연주자 한명 한명의 눈빛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를 보내는 느낌이다. 곧 시작될 장엄한 협주곡을 위해서.
1세대 진보정치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들은 진보정치의 역사다. 뿐만 아니라 ‘미래리더십’ 구축과 ‘2세대 진보정치’가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다는 상상에 감격이었다. 언급된 분들께사전 양해를 구하지는 못했다. 혹여 실례가 아닌지 걱정이 들었지만 후보의 한마디로 결정했다.
“내가 책임질게. 이렇게 가자.”
후보소개 단락처럼 후보를 내세우기보다 앞으로 ‘2세대 진보정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사람들을 소개하고 이들을 ‘미래리더십’으로 등장시켰더니 우리당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커졌다. 팀웍으로 움직이는 정의당의 모습이 나타났다.
선거운동 기간에 이분들을 직접 만날 계기도 있었다. 반농담으로 자신을 ‘2세대 진보정치’로 표현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 글을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문장을 더 매끄럽게 만들고 정의당의 젊은 리더십을 보강하여 최종본을 완성했다. 합주실력이 뛰어난 오케스트라를 상상하며.
세대교체는 진보정치 당면한 요구이자 과제입니다. 진보정치의 다음세대 대표들을 우리 손으로 의식적으로 만들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미래의 리더십을 우리 손에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정당과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 당에는 진보정치 1세대를 이끌어온 천호선,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같은 걸출한 리더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당의 훌륭한 단지 그분들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울 마포에는 오진아가 있고, 관악에는 이동영이 있습니다. 인천 부평에는 이소헌이 있고, 강화에는 박종현이 있습니다. 경기 고양에는 김혜련이 있고 박시동이 있습니다. 대구 수성에는 김성년이 있고, 전남 영광에는 이보라미가 있으며, 광주에는 강은미가 있고 문정은이 있습니다. 모두를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했지만 바로 이들이 우리당 리더십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이미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리더십 구축을 목표로 당 조직, 정책, 집행의 모든 부분을 전면저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대표가 직접 책임지고 진보정치 1세대 리더들이 모두 참여해 경험을 공유하고 성장을 돕는 ‘미래리더십위원회’를 만들어, 2년 안에 우리 당을 젊고 강력한 정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20대 총선에서 50명의 청년 후보 출마를 시작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서 100명의 청년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가겠습니다. (6월 15일 최종본)
10. 조성주가 전하는 변화의 정치
끝으로 살아남은 단락을 하나 더 소개한다. 가장 많이 회자된 문장들이자 다양한 해석과 오해도 있었던 단락이다. 초안은 아래와 같았다.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정의당은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 정당의 본질적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합니다. 우리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오늘의 이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체제가 요구하는 너무나 뻔한 그 미래, 우리 조카들과 딸들에게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과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결정되어 있는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싸우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6월 2일 초안)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정의당은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 정당의 본질적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합니다. 오늘의 이 폭력적이고 불평등한 체제가 강요하는 미래를 바꾸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목표입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다른 사람이 미래를 개척합시다. (6월 15일 최종본)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정의당은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 정당의 본질적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합니다.’ 이 네개의 문장은 조사와 접속사까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초안을 검토하면서 선본도 여러번 읽었던 부분이다. 문장의 의미를 서로 물을 필요가 없었다. 정의당은 부정의 정치가 아닌 긍정의 정치를 해야한다. 우리는 권력의지가 없는 정치인들에게도 실망했지만 정당을 투쟁의 도구로만 사고하는 집단에게도 깊은 좌절을 느꼈다. 조성주가 제기하는 ‘강한 정당’은 ‘강한’보다 ‘정당’에 포커스가 맞춰있다. 제대로된 정당, 좋은 정치에 우리의 에너지를 던지고 싶었다. 그 절실함이 위의 문장으로 나온 것이다.
우리는 변화를 바라지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정의당 당대표 선거를 통해 그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전달했다면 우리는 실패하지 않은 것이다. 후보였던 조성주는 그 가능성을 가진 믿고 전파하는 정치인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변화할 수 있는 곳이다.”
“기억하자. 인간의 삶은 진보와 보수, 정치와 운동 같은 것보다 몇 배는 더 복잡하고 넓은 영역이다. 그리고 몇 배는 더 아름다는 곳이다.”─ 조성주,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중에서
※ 이 글은 「조성주의 출마선언문은 어떻게 완성되었나 ①~③」의 마지막 ③편입니다.
※ 이 글은 정치발전소에서 진행하는 ‘정치적 말하기/글쓰기 강좌’의 강의안으로 작성된 문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