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헐값이 된 이유와 먹으면 안 되는 이유.. ㄷㄷ
지금까지 수십여 명의 페친들이 이 글에 낚이는 걸 관망하고 있었는데,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일본에서 바나나 생산공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그 물량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라는 부분은, 실은 그냥 뻥이다. 그것도 나름 글의 당위성을 넣기 위해서 “일본”이라는 카드를 넣어 빚은, 아주 질 나쁜 쓰레기 글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바나나가 “수입금지”품목에서 제외된 건 1991년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체결되고 이와 관련하여 수입 농산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거나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한품목”에서 제외가 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바나나다. 이때 파인애플도 함께 수입금지품목에서 제외됐다.
바나나는 대한민국에선 1991년까지 수입금지농산품이었는데, 1958년에 군납품에 한해서 수입금지조치가 풀리고, 1991년에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에 전면해제됐다. 글에서 등장하는 “바나나가 좀 풀리기 시작한 1980년대”에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던 바나나는 제주도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국산” 바나나와, 군납업자들이 나까마로 빼돌려서 고마진에 불법으로 유통시키던 물량 이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나나를 후숙하는 이유는 “거리” 때문이다. 선적해 오는 거리가 멀면 바나나가 배에서 알아서 익어버렸다가 종국에는 부패해버리기 때문에, 아직 덜 익은 바나나를 선적하여 옮겨온 후에, 인위적으로 “익히는” 방식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거의 모든 전세계 국가들이 다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바나나는 주로 상온 15-6도 정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산지에서 배송할 적에는 “진공포장을 하여 13.8도를 유지”하면서 들여온다. 그리고바나나 후숙을 위한 처리 시절에서 주로 에틸린을 사용하여 18-19도의 상온에서 후숙을 하게 되는데, 후숙 처리 시설에 따라 천연 에틸린을 사용하기도 하고 합성 에틸렌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나나의 물량이 늘어나게 된 배경은 “일본에서 거부한 게 누군가의 농간으로 인하여 한국으로 풀린”게 아니라, 수입금지 해제 이후 주로 바나나의 주 산지 중 하나인 남미 에콰도르 산을 수입하던 것이, 물류 비용이 많이 들고 채산성이 맞지 않아, 필리핀 민다나오 산으로 대체하면서부터이다.
저 글의 필자가 언급하는 “바나나가 갑자기 많이 풀리게 된 시점”이, 80년대는 당근 아니고 90년대 초반이라고 보면 되는데, 90년대 초반 당시 대한민국에 수입되는 바나나는 죄다 에콰도르산이었다. 그러니, “일본의 사회 단체가 고발하고 그 문제가 제기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본디 일본에 가야 할 물량을 떠안았다”라는 전제 자체가 그냥 상상에 입각한 삼류 타블로이드 수준의 소설에 불과하다는 이야기. 오케바리?
그리고… 필리핀산 바나나만 수입되는게 아니다. 필리핀산 바나나의 가격은 점차 높아지고 있고,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과일의 배송 기술 및 선박기술이 발전하여 선박을 통한 배송 속도가 빨라지면서 에콰도르나 콜롬비아를 포함한 남미산 물량이 최근 수 년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산도 등장했다.
물론, 저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제주산 바나나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특히 후숙처리를 하지 않고 산지에서 직접 익혀서 출하가 되는 제주산의 경우 국내에선 상당한 “럭셔리 아이템”으로 소매단계에서 고가의 제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내가 현역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이 1990년대 초반인데, 그 당시만 해도 바나나 한 송이의 소매가는 5-6만원 정도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에도 가격이 급격하게 폭락하지도 않았고, 에콰도르산이 필리핀산으로 본격 대체되면서 가격이 폭락하게 되었는데… 그건 IMF 터지기 직전 이야기다.
아니 씨발 친구들과 수업 까먹고 남대문 시장 갔다가 바나나 한박스를 훔쳐서 학교로 돌아왔는데 담임한테 3송이를 뇌물로 바치니 그냥 눈감아주는 정도가 아니라 칭찬까지 받았던 그런 시절이 1990년인데 왠 1980년대에 가격이 폭락? 필자는 어느 평행세계의 1980년대를 말하는 건지 참으로 궁금하고…
왠만하면 자신이 온 평행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글 올려서 사람들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낚지 좀 말고. 제발. 페친 분들은 좀 낚이지들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