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마션 The Martian | 2015>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화성으로 탐사를 떠났다가 사고로 혼자 화성에 남겨지고 다시 구조될 때 까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혼자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지구에서 가져간 감자를 재배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영화 ‘마션’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에 담긴 이야기도 영화 못지않게 재미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를 통해서 잘 쓴 글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마션>의 원작자로 단번에 유명 작가가 된 앤디 위어Andy Weir는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던 앤디 위어는 1999년 만화 <캐시와 앤디 Casey and Andy>를 시작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취미삼아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낮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썼다. 그러기를 10년 째인 2009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소설이 바로 <마션>이다. 영화 <마션>의 원작은 블로그 연재 소설이었다.
블로그에 소설 <마션>을 연재하던 당시, 한 독자가 재미있기는 한데 블로그에서만 보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자책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앤디 위어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션>을 전자책 파일 형태로 편집하여 전자책으로 내려받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자 또 어떤 독자는 전자책 파일을 킨들에서 보고 싶은데 파일을 매번 옮겨 담기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킨들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만든 전자책 기기이다. 독자는 편하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면 돈을 내도 좋으니 아마존에서 전자책으로 판매해 달라고 하였다.
앤디 위어는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다만 아마존은 권당 판매 수수료 0.99 달러를 내야 한다. 그래서 앤디 위어는 0.99 달러로 책을 판매하였다. 자기 스스로는 이익을 남기지 않았다는 말이다.
마션다양한 경로로 독자들을 만나게 된 소설 <마션>은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급기야 주류 출판 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랜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정식 출판 제안을 받는다. 그리고 2015년,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이 개봉하기에 이른다.
잘 쓴 글 하나는 큰 힘을 갖는다. 오늘날 잘 쓴 글이 널리 퍼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은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 최근 십수년을 제외한 인류 역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신문이나 TV에 나올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누릴 수 있던 특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글을 쓸 수 있는 누구에게나 그런 특권이 열려있다. 내용이 좋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면 사람들이 알아서 인터넷을 통해서 무서운 속도로 글을 전달해 준다. 방송국이나 신문사를 세우지 않고도 누구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서 전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모든 글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쓰여진 글만이 사람들에게 신뢰와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제대로 쓰는 것은 중요하다. 글이 쉽게 퍼질 수 있다는 의미는 달리 말하면 엉망인 글도 널리 퍼질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면 기회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망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올바른 글쓰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한 유시민이 최근에 낸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담고 있다.
저자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통해서 다루고자 하는 글쓰기는 실용적 글이다. 논문, 보고서, 일기, 이메일, 블로그처럼 우리가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글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저자는 실용적 글과 구분되는 글의 종류로 소설,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들고 있다. 문학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다수의 글들은 올바른 방법으로 충분히 연습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문학 작품을 쓰는 이들에게도 실용적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 글의 시작에서 좋은 글의 사례로 소개한 소설 <마션>은 문학 작품이다. 문학 작품을 쓰더라도 실용적 글쓰기는 기본으로 잘할 줄 알아야 한다. 앤디 위어의 성공이 부러운 사람도 실용적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좋은 글은 어떤 것일까. 내가 책을 읽고 나름대로 정리한 것을 하나씩 소개해 보겠다.
첫번째로,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가급적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 외에는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글이기 때문에 그 글에 담겨진 경험을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다. 그 이야기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글을 읽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글은 가치가 있다.
두번째로, 쉽게 써야 한다. 소위 배웠다는 이들이 지나치게 글을 어렵게 써서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생각을 남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과정이다. 불필요하게 어려운 어휘와 복잡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은 배려심이 부족한 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 배운 사람이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 남에 대한 배려심이다. 그러므로 남보다 많이 알고 있을수록 쉽게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쉽게 쓰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우리말에 깊이 뿌리내린 영어, 일본어 방식의 어투를 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복문 보다는 단문을 쓰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불필요한 조사와 접속사를 쓰지 않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세번째로,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글쓰기 근육’을 키워야 한다. 다양한 책을 읽어서 어휘력과 문장 구조를 익혀야 한다. 많이 읽었으면 실제로 많이 써봐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이어주는 요령으로 저자는 ‘발췌 요약’을 해보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그 내용의 핵심을 뽑아서 자신의 글로 써보는 훈련을 해보라고 한다.
저자는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읽을 책들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페이지에 걸쳐서 추천 도서를 정리해 놓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4가지 책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먼저, 영어나 일본어에서 온 어투가 글을 잘못 쓰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읽기와 쓰기가 모두 불편해진다고 한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글의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다양한 어휘를 터득하고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본받을 수 있는 책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박경리의 <토지>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요컨대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많이’ 쓰는 것이 글을 잘 쓰기 위한 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한다.
사실 나는 그렇게 글쓰기와 인연이 깊은 사람은 아니다. 어릴 적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보다는 무언가를 부수고 만드는 것 따위를 더 즐겼다. 고등학교에서도 이과반이었다. 대학부터 현재의 직업인 외과 의사에 이르기까지도 글쓰기와는 크게 인연이 없다. 그런 나조차도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
글쓰기를 하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즐거움이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켰고 지금 이 블로그를 만든 출발점이 되었다. 블로그의 주제를 책으로 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참 즐겁기 때문이다.
오늘 글을 시작하면서 이야기했던 영화 <마션>으로 돌아가보자. <마션>의 원작자 앤디 위어의 성공담과 맷 데이먼이 연기한 <마션> 주인공의 생존기 사이에서 어떤 비슷한 점이 있음을 느끼는가. 소설 <마션>이 블로그와 전자책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옮겨져서 감동을 일으킨 모습과 영화의 주인공 맷 데이먼이 지구에서 가져온 감자 종자를 화성에 심어서 재배하는 모습은 어쩐지 많이 닮아있다. 글쓴이의 상상력에 감동한 수많은 독자들이 앤디 위어를 주류 출판계로 이끌어내고 영화까지 만들 수 있게 한 이야기는 주인공의 처절한 생존력이 수억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발견하고 구조하게 한 영화의 내용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당신도 글쓰기를 시작하여 당신만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세상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퍼뜨려보는 것은 어떨까. 또 아는가. 어느 날 세상이 당신을 찾아내서 불러낼지도 모를 일이다. <마션>의 저자 앤디 위어와 <마션>의 주인공에게 일어났던 일처럼 말이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다. 한 번 시작하고 나면 의외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나처럼 글쓰기와 거리가 먼 사람도 일주일에 책 두 권을 읽고 블로그로 정리하고 있다. 안해서 그렇지 나보다 더 잘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 때, 올바른 글쓰기를 배워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보자.
원문: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