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S, Strongfirst, GFM. 정말 좋은 트레이닝 시스템입니다. 이를 프로그램이라 부르지 않고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프로그램은 단일 수업 내에 활용하고, 그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서만 계획되고 만들어지지만, 이른바 시스템은 하나의 수업, 하나의 트레이닝 세션에만 적용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목적의 트레이닝과 신체 활동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즉 배경에 있는 확고한 기준과 목표가 정리되어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론이 체계적으로 얽히게 되지요. 간단하게 예를 들면, 그룹 엑서사이즈 수업의 ‘스텝’은 ‘스텝’이라는 프로그램이지 시스템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스텝은 이름 그대로 스텝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반면 FMS는 운동 참가자를 평가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운동방법을 제시하는 큰 그림을 제공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사실 대중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위의 시스템들을 평범한 대한민국 남녀에게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왜 이런 걸 할까’라는 질문에 꼬리를 물고 올라오다 보니 결국 저런 원론적인 이야기까지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헬스를 한다’고 말하는데, 이 때 대부분은 이 ‘헬스’에서 부위별 근력 운동을 통한 ‘몸 만들기’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만들다 보면 체력도 좋아지고 힘도 세지고 건강해지리라 기대합니다. 물론 그런 효과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구분지어야 합니다. 대다수가 ‘헬스’라고 생각하고 수행하는 트레이닝은 사실 이른바 ‘보디빌딩’식의 트레이닝입니다.
그러면 보디빌딩이 무어냐? 보디빌딩은 시스템인가? 프로그램인가? 글쎄요, 전 이게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보디빌딩이란 무엇인가
보디빌딩은 근육을 최대한 발달시킨 육체로 그 아름다움을 경쟁하는 종목입니다(사전적 정의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보편적인 정의가 저렇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경쟁’이라는 점입니다. 스포츠에서 ‘경쟁’은 빠질 수 없는 요소죠. 왜냐? 승부가 있어야 할 테니까요.
보디빌딩이란 스포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참가자들은 굉장히 혹독한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근육통을 견디며 힘든 훈련을 반복해야 하고, 근육에 최대한 자극을 주기 위해 적지 않은 중량으로 많은 반복 수를 소화합니다. 그 뿐인가요? 체지방률을 낮추어 근육이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식단을 관리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그런 다이어트 식단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죠. 시합을 앞두고 수분 섭취도 줄입니다. 그렇게 빚어낸 결과물이 바로 저렇게 멋진 몸이 되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하는 ‘헬스’는 이런 보디빌딩 훈련에 입각한 운동입니다. 그래서 부위별로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보디빌딩이라는 스포츠의 목적에 최적화된 훈련이, 과연 우리가 운동하는 본질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것일까?
만약 운동하시는 분이 ‘난 보디빌더 못지 않은 근육을 가지고 싶어요!’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은 ‘건강해지고 싶습니다.’ 혹은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요.’등의 굉장히 일상적이고 가벼운 목표점을 가지고 운동을 시작합니다. 근육을 발달시키고 싶더라도, 상당수는 ‘옷빨이 잘 사는 몸이요.’ 정도의 목표를 원하지 않을까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나, 대체적으로 그럴 것이라는 저의 추측입니다)
그렇다면 보디빌딩이라는 스포츠는 이와 같은 목표에 최적화된 훈련일까요? 대부분의 경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방법론의 문제 뿐만이 아닙니다. 운동의 목표 자체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대체 스포츠의 목적은 무엇인가?
스포츠의 목적은 다르다
보디빌딩은 헷갈릴 수도 있으니, 다른 사례를 들어 더 자세히 부연해 보겠습니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아프지 않고 활력 있는 상태를 말할 겁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합니다. 이 때 대부분 말합니다.
“아, 헬스 지겨워. 재미있는 게 좋아.”
축구, 야구, 농구, 등산, 배드민턴, 테니스 등등은 재미있거든요. 땀도 나죠, 숨도 차죠. 안 할 때보다 분명히 살도 좀 빠지긴 합니다. 제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해 왔던 주짓수 또한 그러하며, 요새 유행하는 다이어트 복싱 또한 마찬가지죠.
요약해서 말하면, 우리는 ‘건강을 위해’ 스포츠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스포츠는 정확히 말하면 ‘승부’를 생각하여 ‘특정한 룰과 방식’아래 이루어지는 활동입니다. 몸을 단련하기 위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몸 쓰는 방식’이 늘 비슷하죠.
야구? 열심히 던집니다. 계속 던집니다. 그리고 야구에서는 또 뭘 할까요? 휘두릅니다. 계속 휘두릅니다. 어디로? 한 방향으로. 골프? 열심히 휘두릅니다. 계속 휘두릅니다. 계속. 주짓수는? 구릅니다. 또 구릅니다. 웅크립니다. 또 웅크립니다. 그래도 위의 2가지 운동에 비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축구? 뜁니다. 찹니다. 뜁니다. 찹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위의 내용은 특정 스포츠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스포츠의 특징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과격하게 말을 꺼낸 것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해 스포츠는 그 룰과 실시 방법에 따라 ‘특정 동작’을 반복으로 수행하는 운동입니다. 보디빌딩의 경쟁 방식은 타 스포츠와 사뭇 다르나, 그 트레이닝 방법과 전략은 역시 보디빌딩 종목 특유의 경쟁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스포츠에 참여하셔서, 운동을 시작하셔서 건강해지셨습니까? 물론 전보다 활력도 생기고 체력도 좀 좋아진 듯 하고 살도 조금 빠졌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어딘가 ‘아픕니다’. 네, 맞습니다. 어깨가 아프고 목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픕니다.
이것은 과격한 일반화가 아닙니다. 주짓수 수련인 중 ‘부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정말로 드뭅니다. 마찬가지로 헬스를 오래 하신 분들 중 어깨, 허리, 무릎이 단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사람 또한 정말 드뭅니다. 야구하시는 분들, 어깨 정말 자주 아픕니다. 축구하시는 분들, 발목과 무릎 혹은 발가락이 정말 자주 아프다고 하십니다. 그럼 누군가는 또 이렇게 질문하겠죠. 의사 선생님이 허리 힘 키우라고 등산 다니라고 하던데요? 등산 좋죠. 그런데 왜 다녀와서 아픈 무릎을 참아 가면서까지 꾸역꾸역 다니시나요?
이 이야기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운동하려는 본질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원하는 운동의 본질에 최적화된 트레이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스포츠를 선택해야 하는가
스포츠는 매우 복합적인 신체 활동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산재해 있으며, 그에 따라 내 움직임을 시시각각 바꾸고 통제해야 합니다. 또한 그 스포츠에 필요한 ‘기술’을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하며, 이 기술 수준이 낮을 경우 부상이 발생하기 매우 쉬워집니다. 따라서 스포츠는 인간이 수행하는 신체 활동 중 최상위 활동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통제할 수 있는 신체, 위와 같은 기술을 무리 없이 습득할 수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 단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우리는 준비 단계를 생각하지 않은 채 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목 디스크가 있어도 주짓수를 배우러 가고요, 점프를 뛰고 내려올 때 무릎이 안으로 무너져도 축구를 합니다. 평발이지만 마라톤도 하고, 허리 디스크가 있지만 일단 헬스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대합니다. 건강해질 것이라고.
“아니? 난 강해지면 되는데? 주짓수만 잘 하면 되는데?”
“아니? 난 몸만 더 커지면 되는데?”
“나는 공만 잘 던지면 되는데?”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젊을 때 한 철 운동하고 말 것 아니지 않습니까? 오래 해야죠. 좋아하는 건데.
건강을 위한 운동은 ‘내 몸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평가’란 내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겠죠. 현재 내 체력 수준은 어떤지도 볼 것이고요. (그래서 솔직히 전 ‘인바디’만 가지고 오리엔테이션 하는게 너무 싫습니다. 이건 그냥 체성분만 본다고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스포츠 혹은 일상 생활에서 내가 몸을 움직일 때 잠재적으로 ‘부상’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겠죠. 그러면 문제점을 개선하고 다양한 신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 상태를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겠지요. 바로 그 작업이 ‘우리가 해야할 운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보디빌더 처럼 멋진 복근을 만들고 싶다면? 크런치를 500개 하기 전에 내가 크런치를 해도 괜찮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하파엘 멘데스처럼 베림보로를 구사하고 싶다면? 내가 베림보로를 할 수 있는 몸 상태인지 봐야죠.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구조적인 이유’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이와 같은 평가를 제외하고 ‘운동 참가자의 목표’에만 집중합니다. 대부분의 운동 참가자들이 ‘재미’를 이유로 자기의 몸 상태를 무시하고 당장의 만족도와 성취감에만 집중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 주짓수 위험해.” “아 야구 살살해. 안 돼 안 돼.” “아 헬스. 했더니 근육은 안 늘고..지겨워”
지도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 그게 안 되면 그냥 이 것만 하세요.” “유연성이 없어서 그래요” “힘이 약하시네”
적어놓고 보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론인 즉, 현재의 운동 방식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첫 걸음은 ‘나는 왜 이 운동을 하는가?’, 즉 운동 목표를 본질적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다이어트’인지 아니면 ‘건강한 다이어트’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맞는 운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한 운동을 소화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흔히 말하는 ‘기능 운동’은 이 관점에서 운동을 이야기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발..ㄷ…ㅏㄹ… 네. 맞습니다. 그보다는 더 쉽게 말해 ‘건강하게 ( )를 할 수 있게 하는 운동’. 이 말이 더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상 없이 상쾌하게 주짓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 달고 사는 허리, 어깨, 목 통증을 없애주는 운동. 다이어트하려는데 아픈거 참고 운동 안 해도 되게 해주는 운동. 이런 게 기능 운동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 스스로 평가해봅시다. 지금 내가 하는 운동을 하는데 있어 난 문제가 없는지, 할 수 있는지, 내 기술 수준엔 또 문제가 없는지. 감이 안 온 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봅시다. 전문가를 대신 잘 찾아야겠지요. “8주 다이어트 완성!” 이런 목적을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구호를 외치는 전문가는 안 되겠죠.
그렇게 해서 지금 하는 스포츠를 더 오래 더 안전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왕 하는 스포츠 남보다 더 잘 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