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Marvel)의 전성시대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마블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스파이더맨, 울버린, 판타스틱4를 만들어 낸 회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1939년 만화책 출판사로 시작한 마블(Marvel Entertainment)은 현재 자신들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만화 속의 영웅들을 영화와 TV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영화사가 되었으며, 장난감 판매를 통하여 별도의 수익도 올리고 있다. 남성들이라면 연령에 상관없이 마블에서 만들어 낸 상품에 열광한다.
수많은 마블의 캐릭터들은 이합집산을 통하여 일부는 <엑스맨(X-Men)>이 되었고, 일부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가 되었으며, 마블의 올스타 캐릭터들인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는 <어벤저스>가 되어 현재 전 세계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1963년도의 오리지널 코믹북 어벤저스의 일원이었지만 영화판 <어벤저스>에서는 제외되었던 <앤트맨 (Antman)>도 2015년 여름 극장에서 개봉하였다. <스파이더맨>이 어벤저스에 합류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마블 팬들의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수퍼 히어로 만화의 원조는 마블이 아닌 DC 코믹스(DC Comics)였다.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수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의 소속사가 바로 DC 코믹스이다.
1960년, DC 코믹스는 한 가지 재미있는 시도를 하였는데, 배트맨이 주인공이었던 만화책 28호에 수퍼맨과 원더우먼을 등장시킨 것이다. 만화의 독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웅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환영하였고, 그 후 플래시와 아쿠아맨 등 DC 코믹스의 다른 인기 캐릭터들까지 합세하여 (이하 저스티스 리그)라는 팀이 구성되었다.
원조 초인 연합체인 <저스티스 리그>는 라는 제목의 TV용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꽤 오랫동안 사랑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슈퍼특공대>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다.
DC 코믹스의 캐릭터들은 항상 마블의 캐랙터들보다 인기가 많았다. DC의 캐릭터들은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한 세계에서 선을 위해 악과 싸우는 ‘잘생긴’ 영웅들이었던 반면 마블의 캐릭터들은 만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복합적인 성격의 캐릭터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선악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기에 악당들과 손을 잡기도 하고 좋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못생긴 영웅도 있다.
마블의 <어벤저스>는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모방 기획에 불과했다. DC 코믹스처럼 마블도 자신들의 올스타 캐릭터를 한 만화에 등장시킨 것이다.
물론 당시에 <어벤저스>는 크게 성공했었지만 <저스티스 리그>와 비교하면 그 생명력이 길었던 것 같지는 않다. <저스티스 리그>가 시간과 연령을 초월하여 사랑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어벤저스>는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구전되던 만화책이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수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지는 늘 궁금해하면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결은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마블의 캐릭터들이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06년도에 발표된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라는 기획의 성공 덕택이다. 마블 유니버스란 마블의 수퍼 히로 영화들은 모두 같은 세상의 같은 시간대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상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호크아이>, <블랙위도우>, 심지어 지구에 살지 않는 <토르>까지도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서로 만날 수도 있고 왕래도 가능하다는 발상이다.
그 기획에 따라 영화 <아이언맨>의 마지막 장면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쉴드의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만나고,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는 쉴드 요원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토니 스타크는 인크레더블 헐크의 썬더볼트 장군(윌리엄 허트)를 방문하여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말한다. 게다가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는 캡틴 아메리카의 기획자였다.
이런 식으로 각 영화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이 모든 영웅들이 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개별 영화를 통해 조금씩 알리는 작업을 하였고, 결국 2012년 <어벤저스>에서 마블의 스타 캐릭터들을 한 영화에 소환하는 것을 성공시켜 지구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과 싸우게 되었다.
2012년에 개봉했던 첫 번째 <어벤저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날아다니는 항공 모함으로 쳐들어온 호크아이와 맞서 나머지 어벤저들이 싸우는 장면일 것이다. 아직 영화는 반밖에 진행되지 않았기에 주인공들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손발도 맞지 않는 상태에서 적과 싸워야만 한다. 서로의 약점을 할퀴는 대사들은 마블의 캐릭터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참 재미있는 광경이다.
<어벤저스 2>는 <어벤저스> 1편에 비해 이러한 대사의 재미는 떨어진다. 이미 1편에서 모든 갈등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마니아 관객들에게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모든 초인 영웅들에게 적절한 시간을 분배하기 위한 노력은 처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한 용도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어벤저스 2>는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어벤저스>가 이처럼 관객들에게 사랑받게 된 이유는 독창적인 기획과 과감한 실행력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마블 유니버스라는 독창적인 기획을 하고 그 기획에 따라 헐리웃 스타급 배우들을 한 영화에 출연시켜 영화로 만드는 실행력은 지금의 <어벤저스>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영웅 캐릭터의 저작권 때문이다. 마블 코믹스는 수십 년 동안 만화책을 통해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 왔고 2016년 현재도 여전히 발행 중이다.
결국 <어벤저스>의 힘은 마블 코믹스라는 종이로 된 만화 잡지이다. 마블 코믹스가 살아있는 한 <어벤저스>는 늙고 병든 멤버를 교체시킬지는 몰라도 영원히 유지될 것이다. 어벤저스는 아직 2편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007과 같은 시리즈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원문 : 북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