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손과 동일한 힘을 지니고 있다. 세상을 움켜쥘 뿐만 아니라, 세상을 아예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 콜린 윌슨
2012년의 어느 날, 공주님이 내가 몸담던 회사로 찾아왔다. 대선을 앞두고 언론사를 방문해 담소를 나누고, 좋은 그림도 만들려는 의도였을 게다.
한 30여 분이 지났을까. 우리 회사의 대표, 편집국장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끝낸 공주님은, 직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때 공주님을 실물로 처음 본 나는 의외의 미모에 놀랐고, 더불어 따스한 그녀의 손의 감촉에 또 한 번 놀랐더랬다. 왜, 손이 따뜻한 사람은 마음도 따뜻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나는 아직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그 따스함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공주님이 푸른 기와집에 들어간 뒤 세월호는 침몰했고, 메르스도 창궐했으며, 역사 교육마저 과거로 퇴행하는 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돼버렸다. ‘손이 따뜻하면 마음도 따뜻하다’는 명제는 과연 사실이 아닌 걸까. ET도 저렇게 손으로 교감하는데?
책 『손의 비밀』에 따르면, 인간의 손은 태아가 모체의 자궁 속에서 발육하는 시기, 대략 수정 후 5~8주 사이에 형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기간에 손의 형태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기형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책에서는 손의 기형이 직업에 불리한 몇몇 사례를 나열하는데, 1993년 9월 4일 뉴욕 양키스와의 대결을 노히트 노런으로 마무리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투수 짐 애보트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짐 애보트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손의 기형을 갖고 태어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손의 비밀』은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아이가 태어난 그 날에 앞으로 이 아이는 무엇을 하게 될까, 무엇이 될까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고 문제를 제거하며, 아이에게 최고의 기능을 마련해 주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처럼 책에서는 당사자인 아이와 부모 혹은 가족이 느낄 심리적인 고통에 대한 해법과, 외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술목표도 함께 보여준다.
선천적인 기형이 아닌 후천적인 질환의 경우는 어떨까.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그의 인생 말년에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인해 손이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는 늘 그의 조수가 화필을 쥐여줘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그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목욕하는 여인들> 같은 명작을 남겼다.
르누아르 외에도 로널드 레이건, 마가렛 대처 등이 뒤퓌트랑이라는 손 질환을 앓았다. 『손의 비밀』은 이처럼 유명 인사들의 사례를 들어 후천적인 질환에 대한 약물 치료법, 수술치료법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몸에서 가장 놀라운 도구를 돌보고 수리하는 방법’이라는 부제가 잘 어울리는 대목이다.)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날 사람의 손을 잡는 대신, 레고 피규어와 쓸 데 없는 교감을 나눈 건 아니었을까?
저는 손만큼 인간 행동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인체 기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손을 통해 일하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치유하고, 배우고, 의사소통하며,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미술, 음악, 문학, 스포츠의 형태로 사회에 기여합니다. – 레이먼드 M. 커티스
『손의 비밀』 (정한책방, 2015)
원문 : 북클라우드 / 작성 :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