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은 음란한 영화다. 만약 스파이더맨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알고 나면 더 이상 악당들이 악당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파이더맨이 앞발에서 쏘아내는 악랄한 그것에 당해 수 많은 사람들이 치욕에 빠져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사실을 알고 보면 피터 파커가 진짜 나쁜 놈이다. 당신이 내가 말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된다면. 하지만 이 영화, 왠지 화이트데이에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화이트’데이에는 흰색의 끈적이고 기분 나쁜 물질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미줄은 엉덩이에서 나온다. 다큐멘터리 같은데서 보더라도 거미는 엉덩이에서 거미줄을 뽑아내 거미집을 짓는다. 때문에 피터 파커가 엉덩이에서 거미줄을 뽑아내지 않는 모습에 과학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분노를 뿜어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을 과연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보고 싶어 할까라는 문제는 제쳐놓고, 거미줄이 꼭 엉덩이에서만 나오는건 아니다. 특히나 그 거미가 ‘수컷’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불행히도 거미는 거시기가 없다. 아니 의사선생 그게 무슨 소린가. 피터 파커가 고자라니! 그렇다. 세상에 모든 거미 수컷은 거시기가 없다. 아니 거시기와 비슷한게 있었다손 치더라도 메리 제인과 좋은 시간을 가지고 나서 부러져 버렸을 것이다. 피터 파커가 항상 찌질하고 울적하게 구는데는 별 다른 이유가 있었던게 아니었다. 슈퍼파워가 생기면 뭐하나. 그게 없는데.
어쨋든 거미 수컷은 정자를 암컷에게 운반하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개발해 냈는데 그게 바로 거미줄을 이용한 방법이다. 흔히 정액웹(sperm web)이라고 불리는 이 거미줄은 엉덩이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수컷의 입 옆에 달린 앞발 처럼 생긴 기관에서 분비되는데 때에 따라서는 이게 몸무게의 20%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수컷의 몸무게가 암컷의 1% 밖에 되지 않는데, 그 중 20%가 생식기라니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대충 상상이 되지 않는가.
여기까지 이야기 했으면 이제 슬슬 피터 파커의 악행이 머리 속에 그려지실거다.
물론 정액 분비 기관 자체는 엉덩이에 달려 있다. 수컷은 앞발에서 뽑아낸 거미줄에 엉덩이에서 나온 정액을 흠뻑 적신 다음, 앞발로 다시 거미줄에 맺힌 정액을 흡수한다. 대체로 거미 암컷의 생식기관은 매우 복잡하게 생겼기 때문에 다른 곤충들 처럼 엉덩이를 맞춰보고 할 여유가 없다. 또 많은 경우 배고픈 암컷이 짝짓기 도중에 수컷을 날쌔게 잡아먹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기억해보자. 수컷 입장에서는 날쌔게 정액 묻은 손으로 떡질을 해결하고 튀는게 남는 장사가 아닌가. 피터 파커는 이걸 뉴욕 시내 전방을 돌아다니며 하고 있으니 문제지만.
스파이더맨. 알고 보면 무척 음란한 영화다. 또 슬픈 영화이기도 하다. 메리 제인과 항상 키스만으로 끝나는 이유. 나는 손으로 밖에 해줄 수 없어. 뭐 그런 이유 아니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 화이트데이에 DVD방에서 보기에 너무도 적절한 영화다. 적당히 – 혹은 필요 이상으로 – 음란하면서도 남자들에게 충분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영화.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