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흥미로운 뉴스가 나왔다.
핀란드 사회보장국에서 2016년 11월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 것이라는데, 모든 성인에게 매달 800유로(대략 100만원)를 준다는 계획이다. 완전히 시행하기 전에 중간 단계로 1달에 550유로(대략 70만원)을 준다고 한다. 기본소득은 다른 사회보장 제도를 대체하게 될 예정이다. 이는 기본소득으로 다른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자는 과거 프리드만 등 우파의 생각과 동일하다.
기사에도 써있지만 1970년대에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기본소득을 실험했었다. 지금 이렇게 혁명적인 생각이 사실 70년대 아이디어의 반복이다. 아이디어는 일찍이 있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실제로 계획하는 건 핀란드가 처음이다. 이게 실제로 시행되고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혁명적 실험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기본소득이 실패했던 이유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노동시간이 줄기 때문이다. 노동공급이 기본소득에 탄력적인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지급받은 후 노동공급을 줄인 계층은 병자나 주부였다고 한다. 이 그룹의 노동시간이 줄면 레저 시간이 늘어나고 가족의 전반적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기본소득을 지급받은 가족의 자녀들의 학업성적이 높아지고, 가족의 건강이 호전되는 것이었다.
현 시점에서 기본소득이 다시 각광받는 이유는 자동화/기계화 및 경제발전 둔화 등으로 인해 노동유인 정책이 삶의 질을 보장하기는 어렵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공급은 더 이상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로봇이 나오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계층의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좌파적 입장에서 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으로서 기본소득이 부상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숙련 노동자들은 일해봤자 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계산이 있다. 차라리 기본소득을 주어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고, 잘나가는 고숙련 기술자 및 고학력 노동자들끼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파의 입장이다.
한국도 기본소득을 도입할 날이 올까? 핀란드는 자원이 있는 반면 한국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PPP로 따져서 핀란드의 1인당 GNI는 $40,000, 한국은 $34,600(소스는 월드뱅크)이다. 한국에서 복지를 못하는 건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와 합의가 없기 때문이란 얘기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지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복지국가와 우리의 차이를 좀 진지하게 비교할 필요는 있다. 늘상 얘기하지만 한국만큼 발전했는데 한국만큼 동료 시민을 돌보는 데 인색한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인류 역사 사상 최악의 수전노 국가가 한국이다.
원문: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