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양성평등과 환경을 중심 이슈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아마 환경은 별로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고, 메인 이슈는 여성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요기, 요기, 요기서 얘기했지만, 나는 예전부터 다음 총선 이슈는 여성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노인 문제이며, 그다음이 여성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MB 시절에 노인 문제가 가장 문제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박근혜 정권에 들어와서 이 문제는 정책적으로 일정 정도 해소가 되었다. 앞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층도 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기 때문에 더 나빠질 일도 없고. 하지만 여성 문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문제가 아주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별로 개선되지 않았고 여성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인화성이 강한 이슈다.
새누리당 전략 보고서에서 “타깃 계층”을 얘기하던데, 이 말이 맞다. 불평등 중에 가장 명쾌하게 인식되는 불평등이 categorical inequality다. 성, 인종, 지역 등등 누가 봐도 범주가 확실히 구분되는 불평등이 가장 쉽게 인식된다. 인간이 원래 카테고리에 따라 피아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 문제를 다룰 때도 지니계수 운운하면 감이 잡히지 않지만, 1% 대 99%로 나누면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느낌이 팍 오게 된다. 피케티의 비학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가 categorical inequality로 인식하기 어려운 소득 불평등 이슈를 1% vs 99%로 범주화시킨 것이다.
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범주 구분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더 명확하다. 여성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결혼 후에도 지속하는 사회 진출의 욕구는 높아졌으나,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미개국 수준이다. 게다가 시집이라는 문제까지 겹쳐서 인간적 설움도 만만치 않게 겪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여성혐오 문제에 화가 나지 않은 여성은 드물 것이다.
요즘 센서스 자료를 이용해 한국의 결혼 패턴을 보고 있는데, IMF 이후 여성의 결혼 패턴이 확실히 바뀌었다. 남성은 IMF 이후 비록 전체적인 결혼 확률은 떨어졌지만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 확률이 높은 경향이 더 강화되었는데, 여성은 IMF 이후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결혼을 더 많이 포기하는 경향이 보인다. IMF 이전에는 이런 경향이 없었다. 이렇게 결혼을 하지 않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이다.
IMF 이후 결혼보다 사회적 성취를 중시하는 기간을 일정 정도 가졌던 고학력 여성이 이제 40대 중반에서 후반에 이르렀다. 이들 여성은 그 이전 세대 여성과 니즈가 다를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이렇게 다른 니즈를 가진 여성이 전체 여성에서 소수였지만, 이제 이 신여성이 2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의 여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40대 중후반이면 오피니언 리더의 위치에 오르거나, 지역 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연령대가 되었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 계층이 자신들의 이슈에 폭발적으로 반응하여 선거 결과를 바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