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에 오피스 2016을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16 출시”협업 및 보안성 강화…새로운, 새로워진 생산성 도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첫눈에 보면 ‘협업’을 강조한 점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오피스 2016을 시연하는 모습을 봤다. 완전히 기업을 위한 협업 기능에 특화된 제품이었다. 오피스 2016 설치형 제품에서도 실시간 협업을 할 수 있다. 스카이프 포 비즈니스(Skype for Business)를 이용하면 대화하면서 문서를 수정할 수도 있다.
공동 편집 기능은 워드, 파워포인트, 원노트 데스크톱에서 제공된다. 편집 도중에는 누가 동시에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비즈니스용 스카이프는 오피스와 더욱 긴밀하게 통합됐다. 문서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온라인으로 연결된 스카이프로 화상 회의나 음성 채팅이 가능하다.
그 밖에도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추가 기능이 있었다. 파워포인트 2016의 동영상 캡처 기능과 엑셀 2016에 새롭게 추가된 차트가 바로 그것이다.
파워포인트 2016의 ‘녹화’ 기능은 화면의 특정 영역을 선택하면 영상 파일로 녹화한 다음, PPT에 첨부할 수 있도록 한다. 조성우 부장은 “데모 시연을 하다 보면 이미지보다는 영상 자료가 효과적일 때가 많다”며, “서드파티 앱을 이용해 비디오 클립을 만들어 첨부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PC 화면 동작 화면을 첨부할 수 있어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엑셀 2016은 데이터에 가장 알맞은 차트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등 손쉽게 데이터를 통찰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선버스트, 방사형, 트리 맵 등 인터렉티브한 차트와 더불어 파워BI 포 오피스365에서 솔루션으로 제공했던 파워쿼리도 통합해 데이터 검색 및 시각화 기능을 강화했다.
마치 마법을 보는듯한 이 시연회를 두고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솔루션이나 기술경쟁력은 으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노트의 이미지에서 텍스트 추출 기능을 보고 난 이후로 확실히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은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러나 이내 ‘오피스 2016’이 과연 ‘생산성’을 높여줄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스텝(Step)을 줄여주는 것을 생산성이라고 정의했다. 예로 들면 아웃룩에서 파일을 첨부할 때 ‘최근에 작업한 파일’ 목록을 볼 수 있도록 한다든지,
오피스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안에서 바로 웹 검색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보통 기업에서는 팀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메일은 가장 기본적인 소통 방식 중 하나다. 사용자 이용 패턴을 연구해 기능을 개선한 아웃룩 2016은 중요도가 낮은 이메일은 자동으로 삭제하고, 메일에 첨부할 파일을 검색할 때 최근 작업한 문서를 역순으로 표시해준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조회’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정 단어를 강조 표시해서 마우스 오른쪽 클릭 후 ‘스마트 조회’ 항목을 누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을 기반으로 해당 단어와 관련된 사진, 이미지를 오피스 문서 내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오피스 안에서 모든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한계1 – 너무나 많은 기능
하지만 이와 같은 ‘이색 기능’들이 오히려 너무 많아서 사용자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정말 잘 쓰면 좋은 제품이기는 하지만, 잘 활용하는 경지에 오르는 데 필요한 학습 곡선은 너무나 가파르다. 또한, 기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기업이 얼마나 될까. 아직도 오피스 2003나 2007을 기억하는 사용자가 많다. 신제품의 유려한 인터페이스와 각종 기능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사실 각 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하기에 굳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워드 : 문서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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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포인트 : 프레젠테이션 문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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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 도표 작성
‘스마트 조회’나 웹페이지에서 표 내용을 추출하는 기능이 기존 사용자에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지도 미지수.
한계2 – 실시간 협업의 비능률성
이른바 스마트 오피스 시대다. 인터넷 연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고, 화상 회의로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 바로 ‘혼자만의 업무 시간 확보’다. 인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전 조사도 필요하고, 취재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갖가지 자료를 미리 찾아둬야 한다. 각고의 준비 과정을 거쳐야 라이브로 진행되는 업무(인터뷰, 현장 취재, 전화 인터뷰 등)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사실 일과 중 ‘협업’에 투자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보통 상대방에게 뭔가를 요청하고, 그 사이 내 업무를 보면서 피드백이 오면 수정하는 식의 프로세스가 일반적이다.
그런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내세운 ‘협업’의 가치는 많은 의문을 품게 한다. 상대방을 ‘내 업무’ 시간에 불러 내 실시간으로 문서를 고치게 하고, 파워포인트 수정을 요청한다면 상대방에게는 이른바 고역이다. 실제로 한 사무실 내에서 같이 일했던 팀장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대로 수시로 회의를 모집해 업무 흐름이 자주 끊기고는 했다. 만일 상사가 스카이프로 호출해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공유하며 수시로 ‘수정’ ‘수정’ ‘수정’ 요청을 하면 정말 짜증 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해 본다면 차라리 이메일 소통이 생산적인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따라서 실시간 협업을 위한 오피스 2016로의 전환은 그리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계3 – 파일 관리의 비효율성은 여전히
필자는 에버노트와 데본싱크로 기사와 파일을 관리한다. 데본싱크나 에버노트 프로그램 자체 내에서 검색을 통해 원하는 파일을 찾는다. 물론 폴더나 노트북을 클릭해 원하는 노트나 데이터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 뎁스(depth)는 폴더-파일 시스템보다는 훨씬 낮다. 그러면 폴더-파일 시스템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 번은 편집장님이 2010~2015년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파일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폴더-파일 시스템에서는 문서 제목을 기준으로 파일 내용을 유추하는데 어떤 폴더에 저장했는지를 기억하질 못해 많은 뎁스(depth)를 거쳐야 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하는 업무의 생산성’만을 고려했다. 지난 과거에 만들었던 문서와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생산성의 일부인데 그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오피스 2016의 기능이 혁신적이라도, 폴더-파일 시스템과 근로자의 업무 습관은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에버노트 엠베서더 홍순성 소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식을 중요시하는 문서 단위의 작업 방식부터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업 방식으로 완전히 바꾸는 설계를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는 최신 기능만 추가한, 레거시(Legacy) 소프트웨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지나치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 관한 부정적인 의견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피스 문서로 기사를 작성하던 ‘윈도우’ 시절에 기존에 작성했던 기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심각한 ‘비약’은 아닌 것 같다. 늘 새로 취재하고 자료를 조사했다. 과거에 분명 다뤘던 기사임에도 늘 새롭게 시작했다.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을 리 만무했다.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니, 미래에 써야 하는 기사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늘 악순환을 반복했다.
맥을 기반으로 한 에버노트로 업무 환경을 바꾸고 나서는 180도 취재 방식이 바뀌었다. 검색창에 ‘에버노트’만 쳐도 제목뿐만 아니라 본문 속에 언급된 ‘에버노트’와 관련된 노트를 보고 지금까지 어떤 기사를 썼는지, 어떤 것을 취재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기존에 작성했던 기사를 보고 앞으로 써야 할 기사 아이템도 미리 생각해놓는다. 이 점을 미루어 볼 때, 진짜 생산성은 바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에버노트의 대항마 ‘원노트’를 써도 무방하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파일 및 데이터 관리 측면의 편리성이다)
지난 9월 2일 홍순성 소장이 인터뷰에서 했던 ‘인상적인 말’을 덧붙이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다.
우리는 현재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그리고 미래 시점에서는 일하기 위해 지금 모아둔 자료를 꺼내본다. 현재 시점에서는 일하기 위해 과거에 모아둔 자료를 꺼내봐야 한다. 그래서 더욱 충실하게 ‘한곳에’ 수집해야 하는 이유다.
원문: 이수경님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