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사업은 아이디어와 열정이 아닌 현금을 창출하는 수익모델이다
스타트업이나 청년창업을 다룬 글 가운데는 ‘청년들이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넘치는 열정이 있는데, 사회가 사업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제때 돈을 대주지 않고, 세심한 지원과 배려가 없어서 성공하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경우가 꽤 있다. 여러분은 여기에 동의하시는지?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창업자는 (청년이던 노년이던) 자신의 아이디어가 진짜 작동하는 것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또, 자신이 열정이 누구보다 강력한 것임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 어떻게?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자본을 모아야 한다. 사업에 필요한 모든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인정머리 없고, 강퍅하게 들리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진실이다.
스타트업이던 청년창업이던 (또한 사회적기업에 이러기까지) 창업을 권장할 때 많이 이용하는 사례가 바로 ‘다윗과 골리앗’이야기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만 있으면 실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오용’되는 매우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나, 다윗이 오로지 그 아이디어와 열정을 높이 평가한 신의 도움으로 골리앗을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존경해 마지않은 말콤 글래드웰 선생의 ‘다윗과 골리앗’ 머리말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다윗은 적의 강약점을 치밀하게 파악하고, 최선의 방법을 택해서, 과감하게 실행했다. 말이 과감이지 실제로는 목숨을 걸었다. 멀리서 시험 삼아 돌맹이 하나 던져보는 일이 아니었다. 가진 힘을 다해서 필살의 무기인 돌팔매를 쏘고난 직후, 곧바로 쓰러진 골리앗에게 뛰어가 골리앗의 칼로 찔러 죽이고 골리앗을 칼을 빼 그 목을 잘랐다. 그래야 이긴 것이기 때문이다. 끝내 피를 본 다윗이 잔인한가? 아니, 비즈니스맨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다. 완결하지 못하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의 교훈은 다윗이 백척간두에 선 민족을 위한 ‘열정’ 하나로 전장에 나서고, 돌팔매로 골리앗을 잡을 수 있다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다. 그 정도였으면 애들 동화책에 나오는 무용담도 되지 못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가르침은 바로 일자무식 양치기 소년이지만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분석 위에서 무모해 보이지만 자신있게 자신만의 실행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였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실제로 실행을 한 것이며, 그 실행에 완벽을 기하여 목적한 바를 성취한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와 열정이 필요한가
그럼, 아이디어와 열정은 아무 필요도 없는가? 아니다. 아이디어와 열정은 창업의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어쨌든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비즈니스에서의 아이디어와 열정의 정의는 일반적인 그것과 좀 다르다.
어떤 순간 번쩍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아이디어고, 어떤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도 마침내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 내는 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게 생각하고 비즈니스에 나서면 십중팔구 (통계적으로 더 정확하게는 ’20중19’가) 망한다.
나는 다윗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이렇게 해석한다. 양치기인 다윗은 평소에 맹수로부터 양을 지키려고 돌팔매를 배웠다. 이것을 익히고 또 익혀서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필살기로 삼을 수 있었다. 이것이 열정이다. 전장을 살펴보니 골리앗이 몸집만 컸지 행동도 굼뜨고 눈도 나쁜 것을 알았다. 가까이 붙어서 창칼로 싸울 것이 아니라 멀리서 돌을 던져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아이디어다.
즉, 자기 일에 몰입해서 실력을 쌓는 것이 열정이고, 그 실력을 쏟아낼 적절한 시기와 분야를 알아보는 것이 아이디어다. 생각과 달리 경험과 학습에서 솟아나지 않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신기루다. 이런 물건이나 서비스는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자기만의 아이디어는 망상이다.
열정은 실력을 쌓고, 실력이 아이디어를 부른다
말콤 글래드웰은 돌팔매(투석병)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고대의 군대에는 세 종류의 전사가 있었다. 첫 번째 부류는 기병으로 말 또는 전차를 탄 무장 군인이었다. 두 번째 부류는 보병으로 갑옷을 입고 칼과 방패를 든 군인이었다. 세 번째 부류는 발사병으로 오늘날 개념으로는 포병에 해당하는데, 궁수와 가장 중요한 투석병이 여기에 속한다. 투석병은 긴 밧줄 양쪽 끝에 매어놓은 가죽 물매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물매 안에 돌 또는 납 구슬을 넣고, 이를 휘돌려서 점점 크고 빠른 원을 그렸다. 그리고 밧줄의 한쪽 끝을 놓으면 돌은 앞으로 날아갔다.
투석은 엄청난 기술과 연습을 필요로 했다. 숙련된 병사의 물매는 아주 치명적인 무기였다. 중세 시대의 그림을 보면 투석기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다. 아일랜드의 투석병은 눈으로 볼수만 있다면 어떤 거리에 있는 동전이든 맞힐 수 있었다고 한다. 구약성서 <사사기>편에서는 투석병의 정확도를 ‘머리카락 굵기’ 안이라고 묘사할 정도였다.
숙련된 투석병은 거의 200미터 거리에 있는 목표를 죽이거나 중상을 입힐 수 있었다. 로마인들은 심지어 투석기 공격을 받은 가엾은 군인의 몸에서 돌을 제거할 목적으로 만든 집게 도구 세트를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머리를 향해 강속구를 던질 메이저리그 투수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라. 투석병을 만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느낌이다. 단지 차이라면 코르크와 가죽으로 만든 공이 아닌 단단한 돌덩이가 날아온다는 것이다. (출처: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21세기북스)
다윗은 어리기는 했지만 전장에 나서기 전에 이런 정도의 돌팔매 기술을 익혔다. 적어도 몇 십보 이상 떨어진 사람의 이마를 명중시키기에 충분한 실력을 쌓았다. 수없이 많은 연습을 통해서 다윗은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졌다. 그 확신은 치기어린 ‘근자감’이 아니라, 국가의 존망을 가르고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 서서도 충분히 발휘할만한 진정한 자신감이었다. 그래서 다윗은 당당하게 나설 수 있었고, 아무 도움도 없이 혼자서 골리앗을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다윗은 왕을 설득하였다. 그것도 돌팔매 기술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실적’으로 증명한다.
“사자나 곰이 와서 양 떼 무리에서 양 한 마리를 물어가면, 제가 쫓아가 그것들을 쓰러뜨리고 그 수중에서 양을 구해내었나이다.”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미래형 희망사항이지만, 실적은 과거형 사실이다. 거짓말이 아닌 다음에야 반박할 수 없다. 이렇게 다윗은 전장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애원해서 얻은 게 아니다. 창업하는 사람이 배워야 할 자세다.
청년창업 지원은 실력지원이 관건이다
사상 최악의 구직난으로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청년창업이 무슨 결정적 대안인 것처럼 요란한 지원책을 내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아직 실력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에게 교육, 자금, 판로 지원을 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성공하게 할 수는 없다.
청년창업의 핵심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력이다. 창업을 지원하려고 하는 기관과 사람 (일명 ‘멘토’)은 검증되지도 않는 아이디어와 무모한 열정을 부추기지 말고, 실력을 기르는데 지원을 해야 한다.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에게 물어보자. 기업을 세우고 경영하기 위해 그 동안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연습했는가. 그대의 연습은 목표를 이룰만한 수준인가. 준비만 해서는 이룰 것이 없다고 하는 말도 맞다. 그렇지만 충분한 준비없이 전장에 나서는 것은 자살행위다.
만약 다윗이 골리앗을 잡을만한 실력이 없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다윗은 골리앗의 완력에 짓뭉개졌을 테고, 그 군대마저 몰살당했을 것이다. 무모한 도전으로 사업에 실패했을 때, 본인이 입을 타격과 주변에 미칠 악영향을 반드시 생각하라.
창업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제대로 된 창업을 준비하라는 얘기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을 탓하지 말라.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지 말라. 경영기법에 대한 무지를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 창업지원 기관이나 멘토는 기업을 대신 경영해 주지 않는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업 경영을 감당할만한 확신이 들 때, 그 확신의 범위 안에서 창업을 시도하라.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이룰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종교인이던 아니던 비즈니스를 창업하면서 신의 은총을 기대하지 말라. 다시 말하지만 비즈니스에는 자비가 없다. 실력만이 유일하다.
원문: 개발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