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한다는 설정은 우리나라같은 제3자에게는 게임적인 관전 포인트를 제공해주는데요. 실제로는 적어도 우리 세대가 살아갈 백 년 동안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물리적인 이유는 해군력. 본격적인 우주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바다를 장악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건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바이고 전세계 어느 나라도 앞으로 백 년동안은 미국을 능가하는 해군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중국이 시끄러우면 미국이 중국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급파하지만 미국이 시끄럽다고 중국이 미국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보내진 못하죠.
경제력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일시적으로 능가할 수는 있어도 국력에 있어서는 미국을 능가할 수도, 능가해서도(?) 안 됩니다. 적어도 백 년간은. 왜 그럴까요? 중국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의 답을 미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뭘까요? 미국? 아닙니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혁명’입니다. 현재의 중국도 모택동의 혁명에 의해 탄생했고 중국의 5천 년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국가는 외부의 침략과 혁명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역사적 ‘정통성’이 없는 거죠. 현재의 중국이 침략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고 유일한 리스크는 내부의 혁명. 중국은 광대한 국토에 한족 외에 55개의 소수 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90% 이상이 한족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민족을 빠른 속도로 한족으로 흡수한 것입니다.
대륙 통합을 위해서라면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이민족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흡수해버리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우리나라 친일사학자들이 고조선의 역사를 신화의 수준으로 평가절하하고 있을 때 중국은 이미 동북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고조선의 역사를 치밀하게 중국 역사로 편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붉은악마 깃발에 등장하는 치우는 고조선의 왕 중 한 분인데 이미 중국의 3대 시조로 둔갑(?)했습니다. 현재의 중국 대륙이 한 국가로 통일되어 있던 기간은 중국 5천 년 역사중에 불과 3백년. 그나마 오랑캐가 만든 나라인 청나라가 통치하던 시기입니다. 중국을 대국 중국으로 부른 시기는 현재의 국가가 탄생한 65년 쯤 되는 짧은 시기뿐입니다.
결론은? 중국은 다민족의 연합체로 언제든 해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현재의 중국 지도부가 알고 있고 ‘그리고’ 미국도 그걸 알고 있고 ‘그리고’ 미국이 그걸 알고 있다는 걸 중국도 알고 있습니다. 중국은 티벳이나 신장 위구르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소요사태가 벌어지면 다시는 그런 시도를 못하도록 잔인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국가 분열에 대한 두려움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다민족의 연합체인 미국은 국가 분열의 문제를 이미 극복하고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 ‘비법’을 미국에서 배워야하죠. 그래서 미국이 망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중국 인민도 자극을 받아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잘 되는 나라가 반드시 있어야 중국이 안전합니다. 게다가 그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는 미국이 국론분열의 심리전을 중국에서 펼치는 날에는 결과가 뻔하거든요. 미국이 중동을 어떻게 분열시켰나요? 미국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심리전을 펼칠 수 있는 CIA라는 강력한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경쟁의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열심히 애정 행각을 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미국의 우위인 거죠. 이번 방미는? 시진핑을 미국 정부가 비로소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시진핑 이전에도 중국 지도부는 부패척결을 주장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깊이 썩어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댈 지 모르겠다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시진핑은 벼르고 나온 선수입니다. 집권 1년차에 부패와 결탁된 대표 산업인 매춘 산업을 붕괴시켰습니다. 집권 2년차에는 음주운전을 잡았습니다. 집권 3년차인 올해는? 중국 지도자 중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군벌 해체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최고의 권력은? 공산당? 천만에요. 군벌입니다. 중국 개국공신인 군벌을 모택동도 해체하지 못했습니다. 지역 군벌은 형태만 달리할 뿐 세습되면서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있죠. 중국은 최고권력자인 주석이 여러 조직의 수장을 맡는 구조인데 권력이양을 할 때 가장 마지막으로 넘겨받는 자리가 국가군사위원회 주석입니다. 장쩌민이 시진핑에게 넘겨주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자리입니다. 말이 주석이지 군벌들의 눈치를 보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간사 역할입니다.
최근 중국 전승기념일 행사에 3조원이 넘는 돈을 써가며 중국의 군사력을 자랑했다고들 하는데 시진핑은 바로 이어서 중국군 30만 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들은 얘기로는 앞으로 2~3년 안에 백 만명을 감축한다는군요. 집권 3년차인 올해부터 드디어(?) 군벌에 손을 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군벌은 가만 있을까요? 중국에서는 이미 두 차례나 시진핑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들 얘기합니다. 잠깐 하다 말 줄 알았는데 해가 바뀌어도 부패척결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진핑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인정. 시진핑을 제거하고자 하는 세력도 미국이 시진핑을 인정해버리면 방법이 없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도 그걸 알고 있다는 것. 미국은 재밌겠네요. 중국 건국을 기념하는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국경절을 앞두고 시진핑은 ‘인증’받은 중국의 지도자가 됨으로써 반대세력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입니다. 춘절과 국경절에 중국 전 인민이 TV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역시 시진핑!’ 이라고 하겠죠.
중국은 국가분열 리스크가 상존하는 나라입니다. 다민족 국가라는 이유 외에도 전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커서 노동자, 농민의 봉기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죠. 앞으로 중국은 주구장창 ‘하나의 중국’을 외칠 겁니다. 분열보다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는 게 훨씬 좋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입할 것입니다. 국가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전형적인 방법은 종교나 종교에 준하는 이념을 활용하는 것인데, 중국은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공산주의라는 이념은 사실상 폐기되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애국심과 경제논리밖에 안 남았죠. 경제성장률? %는 떨어질지 몰라도 성장세는 계속 유지됩니다. 국가균형발전? 한국에서는 안 돼도 중국에서는 반드시 됩니다. 그래야 분열이 되지 않으니까요.
중국에서 부는 창업 열풍은? 전세계적으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중국은 이걸 아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마윈같은 스타를 만들어내 ‘저렇게 별볼일 없는 사람도 성공하는데 나라고 못할 쏘냐’는 마인드를 심어주면서 사회 불만 세력인 청년들을 창업으로 방향전환 시키고 있죠. 실제로는 마윈같은 사람이 더 나오기 힘든데 말이에요. 동시에 전 중국을 비즈니스로 네트워킹해서 시장이 쪼개지는 것보다 큰 시장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현실 판단까지. 중국의 권력은 똑똑합니다.
원문: 양경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