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다양성 보고서라는 게 있다. 보고서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뢰와 네트워크 등이 내재된 사회적 자본이 실리콘밸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구글의 성/인종 다양성
아주 직관적인 주소(www.google.com/diversity)를 치고 들어가면 이런 페이지가 뜬다.
우선 성과 인종에 대한 보고서다. 구글 직원 중 여성은 30%다. 백인은 60%고, 놀랍게도 아시안이 30%나 차지하는 반면 흑인은 2% 밖에 안된다. 미국 전체 인구의 비중에서 더 많을 히스패닉이나 흑인은 구글 내부에 이렇게 적다. 아시안이 많은 것은 물론 인도인 덕분이다. 구글은 순다 피차이 CEO를 비롯해 인도인이 꽉 잡은 동네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계가 활약하는 동네다. 각각 13억 명을 웃도는 인도와 중국 인구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이들이 미국 공대까지 유학을 가고, 그들이 실리콘밸리로 흘러들어 정착한다.
이건 전반적인 모습인데, 기술 직역에 대한 분석을 보면 또 재미나다.
개발자 성비 탓인지, 기술 파트에서 여성의 비중은 18%로 툭 떨어진다.
그리고 결정타는 리더쉽, 즉 임원 등 경영진의 구성이다. 여성 비중은 22%, 즉 전체 구성비 30%에 비해 떨어지고, 리더 중 백인 비중은 72%다. 여성과 아시안에게 유리천정이 있는 게 분명히 보인다.
애플의 성/인종 다양성
이번에는 애플의 다양성이다. 역시 주소는 ‘www.apple.com/diversity‘ 직관적이다.
여성 31%, 백인 54%, 아시안 18%, 히스패닉 11%, 흑인 8%. 성비는 구글과 비슷한데, 인종 면에서 히스패닉이나 흑인 비중이 구글보다 높다. 애플이 훨씬 더 오래된 기업이라 미국 인구 구성비에 조금 더 가까운게 아닐까 짐작만 해본다.
역시 기술 분야에서는 여성 비가 떨어지고, 아시안이 조금 늘어난다.
그리고 소매 분야 조직을 살펴보면, 왜 전체 구성에서 히스패닉이 높았는지 알수 있다. 히스패닉이 아시안보다 많다.
전체 리더쉽을 살펴보면, 역시 남성과 백인에게 우호적인데 그렇다고 아주 심한 편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흑인에게 불리한 건 분명해 보인다.
페이스북 성/인종 다양성
이번엔 페이스북 보고서다. 구글, 애플처럼 따로 페이지가 마련된 건 아니고, 뉴스룸이라고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되어 있다.
백인이 55%인데 아시안이 36%나 된다. 히스패닉과 흑인은 현저히 적다. 이게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성비가 아닌가 싶다.
임원의 인종 구성비가 달라지는 것도 유사하다.
다양성 보고서를 내는 이유가 이런 걸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더 신경쓰도록 하는 데 있는데, 매우 실용적인 실리콘밸리의 구성비가 쉽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백인과 아시안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이 성비는 미국 고등학교의 수학 우수반, 선행반이라고 해야 할까, 그 수학 잘하는 아이들의 성비와 비슷하다고 한다.
역시나 여성은 전체 직원의 32%, 기술직의 16%, 임원진의 23%다.
공개하는 이유는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다양성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개선을 모색하는 기반이 된다. 이 기사의 사례처럼 흑인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좀 더 집중적으로 한다거나, 다양한 노력들이 나올 수 있다. 당장 바뀌지는 않더라도 투명성이 공정성을 돕는 장치가 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에게 이런 다양성 현황을 공개하라고 요구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 여성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리더급 여성의 부재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인종 다양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임원의 출신지역 분석이 차라리 재미날 것 같다. 몽땅 TK판이 되어버렸다는 사정당국 수장들의 구성비와 어떻게 다를까. 과학고, 외고 등이 어떻게 이 사회의 리더로 새 판을 짜는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끼리끼리 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데서 발전이 이뤄진다.
원문: 마냐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