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막 졸업하여 이제 자신만의 연구 프로그램을 꾸려나가시고 대학원생을 지도해야 하는 신임 조교수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가 조교수 1, 2년차에 가졌던 어려움을 주변의 다른 분들께서도 비슷하게 겪으시는 것 같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씁니다.
졸업을 앞두고 학계에 자리를 잡고 싶은 대학원 고년차 분들은 교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미리 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임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된 대학원 저년차 분들께는 지도교수님의 어려움을 이해할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과 제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미국의 한 주립 대학교의 공대, 그중에서도 산업공학과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 분야에서는 대체로 학생이 교수와 일 대 일 혹은 일 대 이(교수가 두 명)로 연구를 합니다.
신임 조교수의 어려움
먼저 신임 조교수가 초기에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조교수가 실적을 쌓아 부교수로 승진하고 테뉴어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 좋은 학생을 지도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연구 제안서를 써서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 연구비를 사용하여 좋은 연구 결과를 내고 논문을 출판한다.
-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 좋은 강의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 흥미로운 주제로 강의하여 실력 있는 학생의 흥미를 끌어내 함께 일할 기회를 가진다.
- 다시 1번.
신임 조교수가 자신만의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연구비를 지원받고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처음 시작하는 조교수는 그 단계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정착자금 혹은 start-up fund라고 하는 것을 줍니다. 그 돈을 이용해 연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설비도 마련하고 대학원생도 고용합니다. 위의 선순환 1단계를 잘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필요한 학생을 찾기가 어렵다
이제 막 임용된 조교수는 보통 두 가지 큰 숙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원에서 자신의 지도교수와 함께 진행하던 연구를 마저 마무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각하고 있던 자신만의 연구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일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진행 된 일이므로, 본인이 학생 때 하던 것을 그대로 이어서 직접 마무리 하면 됩니다. 두 번째의 경우에는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학생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즉시 전력감’이 필요합니다. ‘유망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시 전력감’이라 함은 대체로 박사 과정 2, 3년 차 이상의 학생일 것이고, ‘유망주’라 함은 이제 막 들어온 학생을 말합니다.
문제는 ‘즉시 전력감’에 해당하는 학생은 신임 조교수가 함께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력 있는 학생은 대체로 1년 차에 두각을 나타내고 기존의 다른 교수들의 눈에 띄어 이미 지도교수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그런 학생은 대체로 명망 있는 정교수, 부교수와 함께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3년 차가 되어서도 지도교수가 없는 학생은 큰 문제가 있는 학생일 확률이 높고, 2년 차 중에서도 지도교수가 없는 학생은 많은 경우에 다른 동료 학생들보다는 실력이 뒤처지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도 역시 학생들은 이제 막 임용된 조교수보다는 이미 입지를 다지고 좋은 연구 결과물을 내고 학생 지도 경력도 많은 기존의 다른 교수와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이런 이유로 ‘즉시 전력감’으로 교수의 연구에 당장 도움이 될 만한 학생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물론 예외의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임 교수의 연구분야가 소위 말하는 hot topic이고, 그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교수가 없을 때, 그리고 신임 교수가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 이미 좋은 연구 결과를 내고 있는, rising star의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실력도 있고 경험도 있는 ‘즉시 전력감’ 학생이 신임 교수와 일하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저한테는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신임 교수와 함께 일하게 되는 학생은 다음의 두 경우입니다.
- 실력이 조금 뒤처지는 2, 3년 차 학생
- 실력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경험이 부족한 1년 차 신입생
1년 차 신입생 중에서도 충분히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은 대체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학교에서 장학금(fellowhip/scholarship)을 받았거나 교육조교(teaching assistant, TA)로 일하고 있어 아직 교수와 일하면서 연구조교(research assistant, RA)로 일해야 할 동기부여가 부족합니다. 1년차 때는 수업을 듣고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데 집중하면서 함께 일할 지도교수를 천천히 찾아봐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한 교수와 연구조교로 일하게 되면 대체로 그 교수가 지도교수가 됩니다.
1년 차 신입생은 물론이고 실력이 조금 뒤처지는 2, 3년 차 학생도 교수가 시간을 가지고 좋은 지도를 해 주면 충분히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임 조교수는 시간도 급하고 마음도 급합니다. 임용된 지 2년 혹은 3년 후에 재계약 심사를 해야 하는 데, 그때 까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불어 또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더 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학원 과정을 거친 신임 교수는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했을 겁니다. 이제 교수가 되었으니 연구 제안서도 써야 하고 새로운 강의도 준비해야 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싶으니, 많은 부분을 학생이 도와줬으면 할 겁니다. 자신이 학생 시절 지도교수를 도왔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몇 가지 과제를 줍니다. 예를 들어 Java를 이용해서 간단한 계산을 하는 프로그램을 짜오라는 식입니다. 수 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길래 학생에게 진행사항을 물어보니, 학생은 Java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컴퓨터에 설치하고 개발 환경을 설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교수는 Java 홈페이지에 접속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학생 컴퓨터에 직접 설치해주기에 이릅니다. 교수가 직접 했으면 서너 시간이면 끝났을 일을 학생에게 시키느라 서너 달이 지체됩니다.
학생에게 교육도 할 겸 쓰고 있는 논문의 한 단락 정도를 학생에게 한 번 맡겨보기도 합니다. 논문 몇 편 읽고 대 여섯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을 시켜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학생이 가지고 온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찹니다. 마음을 다잡고 앉아서 수정합니다. 한 시간 정도 수정하기 위해 씨름하다가 그냥 처음부터 새로 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학생에게 줬던 논문을 다시 꺼내들고 새로 요약합니다.
이쯤 되면 신임 교수는 자신의 지도교수를 떠올릴 겁니다. ‘도대체 내 지도교수는 나를 어떻게 지도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공들여 작성한 논문 초안을 교수에게 가져다줬을 때 붉으락푸르락 하던 지도교수의 표정이 이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교수가 직접 해야 합니다
신임 조교수에게는 학자 및 교육자로서 자리잡기 위해 (혹은, 승진하고 테뉴어 받기 위해) 두 가지, 어쩌면 상반되어 보이는, 목표가 있습니다.
- 좋은 연구를 해서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논문을 쓴다.
- 대학원생을 지도해서 스스로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박사학위자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졸업시킨다.
조교수에게 재계약 심사의 압박은 생각외로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물 흐르듯이 잘 넘어가는 분들이 있는 반면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좌충우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미국의 공대 기준으로 테뉴어 심사는 보통 임용된 지 6년째가 되면 시작됩니다. 그리고 보통 중간심사가 있어서, 빠르면 임용된 지 2년, 대체로 3년이 되면 한번 평가를 받습니다. 중간심사에서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이 3년이지 그 전에 성과를 내려면 아주 급합니다. 그래서 괄호 속에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좋은 연구는 ‘빨리’ 혹은 ‘많이’라는 단어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어서 이런 말을 하자니 조금 부끄럽습니다.)
1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마냥 학생에게 맡겨두고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학생에게 맡겨두지 않고 교수가 혼자 알아서 다 하자니, 학생 교육이 안 됩니다. 멀리 보자면 학생에게 더 기회를 주면서 기다리면 좋겠지만, 그래서 그 학생이 2, 3년 뒤에는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교수와 동등한 입장에서 학문적인 교류를 하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신임 조교수에게 2, 3년은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입니다. 그러니까, 스타크래프트로 치자면, 멀리 보고 넥서스를 하나 더 지으면 좋겠는데, 지금 당장 옆에서 저글링이 뛰어올 것만 같은 상황입니다.
교수가 직접 연구 하는 시간과 대학원생 교육 하는 시간을 잘 배분해서 ‘균형’을 추구하면 참 좋겠지만, 어디 그게 쉽습니까. 혹은, 교수의 연구는 그대로 하고, 대학원생의 연구 주제는 따로 마련해서 대학원생이 성장하기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안 되더군요. 좋은 연구 주제 찾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안 그래도 좋은 연구 주제가 부족한데 따로따로 진행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다 합쳐서 억지로 억지로 왔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교수가 직접 해야 합니다. 다만, 교수가 직접 하는 모습을 학생에게 자세히 보여줘야 합니다. 학생은 원래 잘하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란 게 있습니다. 몇 가지 아이디어와 함께 자세히 말해보겠습니다.
- 정규 미팅 시간에서: 저는 매주 한 시간씩 대학원생과 개별적으로 정규 미팅을 합니다. 성숙한 학생이라면 이 시간에는 그 학생이 스스로 잘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그 점을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학생과 일하는 신임 조교수에게는 이 시간이 ‘교수가 연구하는 시간’이자 그 연구하는 모습을 학생에게 보여줄 소중한 시간입니다. 연구하다 보면, 연구 주제를 찾고 문제를 정의하는 동안 여러 가지 단계의 생각이 필요하고 몇 번의 수정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선행 연구에 대한 지식, 여러가지 방법론에 대한 아이디어 등 생각해볼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것을 그냥 학생이 보는 앞에서 교수가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학생에게 ‘강의’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아듣던지 말든지 일단 계속 말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실제로 교수가 스스로 연구를 진행하면 됩니다. 그저 중간중간 중요한 지점에서 한 번 더 학생에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 학생에게 주는 숙제: 정규 미팅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는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수학적 해석이라던가, 관련 문헌 찾기라던가, 아니면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던가 말입니다. 해야 하는 ‘숙제’를 학생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려줍니다. 어떤 해석방법을 쓰라고 알려준다든가, 도서관 이용 방법을 자세히 알려 준다든가, 프로그래밍 환경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문서를 보내준다든가 말입니다. 그리고는 교수가 그 ‘숙제’를 직접 합니다. 1년 차 대학원생과 1년 차 교수의 만남에서 ‘숙제’를 학생이 스스로 짧은 시간 내에 잘 해오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은 배경지식과 훈련이 부족하고, 교수는 지도방법이 미숙합니다. 그래서 잘 안 됩니다. 그래서 교수가 그 ‘숙제’를 직접 해야 합니다. 숙제는 내주고 학생이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되, 연구의 실질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교수가 직접 그 숙제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 논문을 쓸 때: 연구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 출판을 위해 논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이 논문을 쓸 수 있게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교수가 직접 써야 합니다. 훈련이 잘된 고년 차 학생에게는 논문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맡겨두고, 어느 정도 논문이 완성이 되어가면, 교수가 여러 가지 교정을 몇 차례 하면 잘 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학생은 학술 논문에 어울리는 글쓰기를 해 본 경험이 없어 여러 가지로 굉장히 미숙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교수가 직접 써야 합니다. 학생에게 어느 부분 부분을 맡길 수 있지만, 학생이 가져온 결과물은 아마 교수가 거의 다시 쓰다시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예상을 하고 교수가 직접 쓸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수가 글을 쓰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Dropbox 혹은 Git을 활용하여 문서를 학생과 공유합니다. 그러면 학생은 어찌됐든 교수가 글을 쓰고 고쳐나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문의 구성을 크게 바꿀 때는 정규 미팅 시간에 왜 그렇게 바꾸는지 자세히 일러줍니다.
학생의 연구에 이렇게까지 교수가 많이 개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임 조교수가 1년 차 대학원생을 지도 할 때는 학생의 연구가 곧 교수의 연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습니다. 이견의 여지가 굉장히 많은 교수법이지만, 저의 상황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경험
학생 1. 자국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온 학생입니다. 같이 연구를 하면서, 문제 정의, 수학적 해석, 알고리즘 개발, 코딩, 논문 쓰기의 대부분을 제가 직접 했습니다. 코딩 같은 경우는 제가 먼저 다 끝마친 다음, 그 코드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반복적인 실험을 하는 일을 학생에게 맡겼습니다. 논문 출판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 학생에게도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되었는지, 두 번째, 세 번째 연구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졌습니다.
학생 2. 자국에서 학사만 마치고 미국으로 석사과정 유학을 온 학생입니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대부분 제가 했고, 컴퓨터 코드의 경우에도 아주 조금만 바꾸면 되는 코드를 학생에게 줬습니다. 학생이 큰 어려움 없이 연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박사과정에 와서는 저도 잘 모르는 분야의 연구를 거의 혼자서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학생 3. 자국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박사 유학을 온 학생입니다. 자국에서 가장 좋다고 알려진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미국에 와서도 모든 수업에서 최고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 학생을 수업시간에 만난 모든 교수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똑똑한 데다가 성실하답니다. 그러니까 자질은 굉장히 좋은 학생입니다.
저도 많은 부분을 학생에게 맡겼습니다. 문제 정의는 이미 잘 되어 있는 연구 주제였지만, 세세한 수학적 해석은 학생에게 맡겼습니다. 1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결국 다시 손봤습니다. 알고리즘 개발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는 공동 지도하던 동료 교수가 제공하고 제가 살을 덧붙였습니다. 알고리즘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1년 넘게 걸렸습니다. 게다가 아주 느립니다. 논문 작성도 맡겼습니다. 1년 걸렸습니다. 결국엔 많은 부분을 제가 다시 썼습니다. 결국, 이 논문은 처음 시작한 지 4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출판이 안 되었습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제가 더 많은 부분에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학생 1, 2의 경우에처럼 제가 많은 부분을 직접 했습니다. 학생도 더 성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훨씬 더 부드럽게 연구가 진행되었고 더 성숙한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반 정도 만에 논문을 투고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 상황으로 볼 때 두 번째 논문이 첫 번째 논문보다 더 빨리 출판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련한 교수와 함께 일하기
처음에는 좋은 학생과 일할 기회를 얻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그 학생을 잘 지도하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대학원생 교육을 아주 잘 해내는 훌륭한 교수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처럼 어려움을 겪는 교수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노련한 교수님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학생을 공동지도 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노련한 교수님들을 보면 제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직접 뭔가를 많이 하시지는 않습니다. 다만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조언을 주시고 적절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직접 뭔가를 많이 하는 부분은 교육자로서 경험이 별로 없는 제가 담당했습니다. 노련한 교수님들과 일하면서 연구에 대한 자세라던가 학생지도에 대한 방향이라던가 많은 부분에서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학과 내외의 다른 노련한 교수님들과 함께 일하면서 학생을 공동지도 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네 마음대로 하세요
주저리주저리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이었을 뿐이고, 저한테 잘 맞는 방법을 제가 찾았을 뿐입니다. 교수라는 직업의 큰 즐거움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cademic Freedom이라는 말이 이 경우에 어울리는 말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학원생 지도에 어려움이 있어 ‘방황’하는 신임 조교수님들께 ‘이런 방법도 있구나’정도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제게는 큰 기쁨일 것 같습니다.
원문: 잡생각 전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