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저 제 잡생각에 불과합니다. 아무런 과학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국의 사교육 문제, 크게 봐서 지나친 교육열 문제는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듯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고등학생,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밤낮으로 공부하고 노력합니다. 물론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만, 그것이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데 있겠습니다. 이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교 교과 과정을 바꾸고, 대학 입시를 바꾸지만, 별 소득은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 그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저는 산업공학 분야에서도 운용관리(Operations Research 혹은 OR)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주로 수리계획법(Mathematical Programming) 혹은 최적화(Optimization), 그리고 게임이론(Game Theory)을 주요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교육 문제를 게임이론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도 가능할 법합니다만, 우선은 최적화 관점에서 한 번 바라보겠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그리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시경제학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걸까요?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성공’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성공’의 정의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겠지만, 우선 일차적으로 나와 내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성공’이 우선 고려될 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주 큰 돈을 벌 가능성은 사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20대 기준으로 고소득자를 나열해 보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앞 순위에 많이 있겠지요. 어린 나이에 큰돈을 상속받은 사람들을 제외하면 말이죠. 이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성공에 공부해서 받은 성적표가 큰 변수는 아닐 것이라 생각 됩니다. (똑똑하고 현명한 것과 공부 잘하는 것은 또 별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직종에서는 성공할 확률이 아마도 굉장히 작을 겁니다.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이 있지만, 실제로 데뷔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아주 적은 숫자일 겁니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이유는 아마도, 향후 미래소득의 ‘기댓값(Expected Value)’을 높이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소득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좋은 대학을 나오면 적당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예상합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그에 따라서 미래소득의 기댓값이 증가하리라는 것이 제 추측이고, 이 글의 가정입니다.
우선 아래 그림을 보겠습니다. 가로축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더 좋은 대학입니다.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노력함으로써 분명 잃는 것이 있을 겁니다.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도 있을 것이고, 시간을 입시 공부에 더 많이 쓰느라, 정작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들에 시간을 못 쓰게 되는 기회비용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부 그 자체를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 학생들 역시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면 다른 곳에 시간을 쓸 수 있으니, 분명히 ‘잃는 것’ 혹은 ‘비용’이 존재합니다. 이 비용을 정확히 수리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논의의 간편함을 위해 선형 함수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교과 과목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은 아마 비용함수 cx 에서 계수 값 c의 크기가 작을 것이고, 다른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학생은 그 값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게 되면, 기대 소득이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좋은 대학 지표 x가 증가함에 따라, 기대 소득 E(x)는 단조 증가(monotonically increasing)하는 함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조 증가하는 함수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습니다만, 다음의 두 가지 경우를 고려해보지요. 볼록 함수(convex function)와 오목 함수(concave function)입니다.
(위의 두 그래프에서, 왼쪽 아래의 기대소득이 반드시 0은 아닙니다. 편의상 원점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바는 아마도 볼록 함수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목 함수의 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볼록 함수의 경우와 오목 함수의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학생들이 입시 공부에 투자하는 노력은 다음과 같은 최적화 문제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maximize f(x) = E(x) – cx, subject to 0 ≤ x ≤ X
여기서 X는 최상의 조건에서 최고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면 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대학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문제의 목적함수인 f(x)는 만일 E(x)가 볼록 함수면 같이 볼록 함수가 되고, 오목 함수면 같이 오목 함수가 됩니다. 이것은 cx가 선형 함수라서 그렇습니다. 목적 함수 f(x)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시 공부에 투자하는 노력과 비용을 결정할 것입니다.
우선, 볼록 함수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f(x)의 형태는 다음과 같이 됩니다.
이 경우에 목적 함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x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즉, 최적값 x^*=X 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convex function의 maximum 값은 boundary에서 얻어진다는 것이 잘 알려졌지만, 그 내용을 끌어올 것도 없이, 이 경우에는 단순한 관찰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적 함수 값을 최대화시키기 위해서는 가로축의 오른쪽 끝까지 가야 합니다.
반면에, 오목 함수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볼록 함수의 경우와는 달리, 중간에 꺾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c 값이 작은 학생에게 이 오목 함수는 가장 위쪽의 점선과 같이 그저 계속 증가하는 함수일 것이고, c 값이 큰 학생에게 이 함수는 가장 아래쪽의 점선과 같이 조금 더 왼쪽에서 꺾일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학생의 성향에 따라,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 공부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남는 시간과 비용을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다른 곳에 쓸 수 있도록 하겠지요.
저는 이런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한국 사회가 그간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들인 많은 노력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학 수준에 따른 기대 소득이 볼록 함수인 경우에도, 목적 함수가 오목 함수가 되어, 입시 공부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기울이지 않고, 그 시간을 다른 곳에 쏟는 학생들이 분명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비용 함수가 선형이 아니라, 역시 단조 증가하는 볼록 함수여야 합니다. 자신이 입시 공부에 시간을 쓰면 쓸수록, 하고 싶은 다른 것을 하지 못함으로써, 잃는 것이 점점 더 크게 증가하는 경우입니다. 많은 수의 연예인 지망생이나, 운동선수, 혹은 예술가 등이 대체로 이런 경우입니다.
흥미와 관심사를 고교 시절부터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박사학위를 가진 30대 중반의 교수입니다. 아직도 제가 정말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잡생각 하는 것은 분명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제가 기대 소득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의 기댓값’으로 바꾸어도 됩니다. 경제학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효용(utility)’입니다.
저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지나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대학을 가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용 함수(E(x))를 오목 함수로 바꾸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노력을 기울여서 한두 순위 높은 대학을 가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증가하긴 하나 노력에 비해서 그리 크지 않다면,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볼록 함수의 경우에는 노력해서 좋은 대학을 가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학생이 입시 공부에 ‘올인’하게 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사실 더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사실, 위의 최적화 논의에서는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한 것이 빠졌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단순한 기댓값 뿐만 아니라, ‘위험’ 역시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입시 공부를 소홀히 했을 때, 내 미래의 기대 연봉이 오천만 원이긴 하지만, 내 미래의 연봉이 천만 원 이하가 될 확률이 99%라면, 입시 공부 할 시간에 다른 활동에 신경 쓸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 경우에는 1%의 확률로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대학을 졸업하느냐 마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대 효용 함수(E(x))를 오목 함수로 바꾸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을 저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 시민단체, 학술단체, 정당, 정부기관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조금 고민해 봤는데, 정말로 잘 모르겠습니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인 듯합니다. 저소득자에 대한 복지를 늘리고,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인다면, 오목 함수로 바꾸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최저 임금을 높인다면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성공을 정의하는 각자의 기준 등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사회 문제는 제 전공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결론을 내리긴 어렵네요. 다만, 한국의 교육 정상화 문제의 원인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교육기관과 교육제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더 위에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내가 좋은 대학을 나온다면, 더 윤택한 삶을 살 가능성이 굉장히 올라간다면, 모두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상 제 잡생각이었습니다.
원문: 잡생각 전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