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 각하, 역사적인 취임을 경하드립니다. 지난번에는 『DOMINO』2호에 실린 「번영의 다시마, 평화의 다시마, 화합의 다시마를 공약으로!」라는 글을 통해 각하께 인사를 드리고자 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 글이 각하의 책상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글만은 각하의 책상에 올라가, 각하의 치세에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각하께 서울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결단은 단기적으로는 각하께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에너지 수급은 물론 원자력 산업의 성장, 나아가 서울의 발전에도 꼭 필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이 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하실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제가 보여 드리는 근거를 검토하신다면, 각하께서도 제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납득하실 것입니다.
서울 원자력 발전소는 에너지 공급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서울 원자력 발전소는 에너지 공급 개선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추진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서울의 불안한 전력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집적의 경제가 실현되어 에너지 효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위 목표 1 :서울의 전력수급 안정
서울은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발전소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원전이나 석탄 화력처럼 대량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유리한 발전소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영흥 석탄 화력 발전소입니다만, 이곳 역시 인천과 안산, 화성의 공업단지에서 필요로 하는 막대한 전력을 대기에도 힘이 벅찬 실정입니다.
별다른 제조업 없이도 전국 전력의 17%를 소비하는 거대 도시 서울에 공급되는 전력은 멀리 남부 지방에서 올라온 전력이거나, 아니면 비싼 LNG를 연료로 하여 가동되는 인천 서구 일대의 대단위 복합화력 단지에서 온 전력입니다. 오늘날 서울의 번영은 값비싸고 주변 갈등까지 불러오는 장거리 장대 송전망이나, 외화를 주고 도입해 와야만 하며 또 거대한 배관을 필요로 하는 LNG 위에 있는 셈입니다. 어느 것이든 서울의 번영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뤄지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브로델의 말대로, 대도시 서울은 전 국토에 군림하며 전 국토를 착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시도라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대수요지와 최대한 가까운 입지에 발전소를 입지시켜야 한다.
2) 발전연료를 비롯하여 단가가 싼 발전소여야 한다.
1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내부 발전소 증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발전사업자들은 서울과는 거리가 먼 지역을 발전소 입지로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발전 단가가 싼 발전소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결국 원자력입니다. 미국의 셰일가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만, 태평양을 건너오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산 가스처럼 결국 액화시켜 선박에 실어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끌어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중국 역시 막대한 양의 석탄소비로부터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내수 위주로 셰일가스를 운용할 가망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석탄 화력을 증설하는 것은 최근 들어 미국조차도 꺼리고 있는 일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전력가격을 크게 상승시킬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도입할 수 없는 발전원입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뿐입니다.
서울 근교에 기저전력 발전소를 확충하면, 결국 비교적 적은 전력 투자로도 대수요처에 같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참조하면, 수도권 지역은 최대수요시 절반에 육박하는 전력을 외부에서 끌어온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수도권 내부 기저전력 발전소는 영흥화력뿐이므로, 평소에도 이런 상황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설비예비율을 수도권 외부에서 융통해오는 용량을 감안하여 계산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이는 수도권 외부에 발전으로 인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도권의 전력 사정을 그만큼 외부 변화에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변화만 있더라도, 전력품질이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정류장치’로서 당인리 발전소가 기능하고 있습니다만, 그 용량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지역에는 대규모 기저전력 발전소가 필요합니다.
요약하자면, 현재의 비싸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수도권 일대의 전력망에 영흥화력 이외의 기저전력 발전소를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압도적으로 싸고, 희박한 사고 확률만을 가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일 것입니다.
하위 목표 2: 버려지는 폐열활용
수도권 일대의 전력망이 지닌 취약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곧 기저전력 발전소를 서울과 같은 대도시 내에 짓자고 주장할만한 논거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흥화력처럼, 수도권 근교의 적절한 곳에 기저전력 발전소를 지으면 그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생각한다면 기저전력 발전소를 도시 근교에 짓고 열을 회수하여 버리는 열이 하나도 없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작성하여 매년 발표하는 에너지수급밸런스표를 참조할 경우, 현재 국내 발전소의 평균 효율은 약 39% 정도입니다(2010년). 열 회수 시설이 없는 원전의 효율은 이것보다 조금 낮을 것이니, 핵연료에서 생성되는 열 가운데 60% 이상을 결국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그것도, 냉각수에 실려 생태계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 열은 온배수에 실려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습니다.
이를 회수하여, 최대한 인간에게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기술도 현존합니다. 폐열로 다시 발전 터빈을 돌리는 한편, 열을 주변 지역에 공급하여 난방이나 산업공정에 이용하게 만드는 발전방식인 열병합 발전이 바로 그것입니다.
에너지 전문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미 발전 당국은 국내 원전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지역난방 공급을 검토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보도에서 실증 사례로 제시되는 스위스 베즈나우(Beznau) 원전의 시설용량(2기, 365MW)과 국내 표준형 원전의 시설용량(기당 1000MW, 신형 ARP는 1400MW)을 비교해 보면, 국내 표준형 원전에서 얻을 수 있는 열용량은 가히 막대한 수준일 것입니다. 신형 APR-1400을 두 기만 설치하더라도, 그 열용량은 베즈나우 원전에서 얻을 수 있는 열용량의 3.84배에 달할 것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수도권의 밀도는 스위스의 낮은 밀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서울에 최대한 근접하여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은 수십만 가구에 아주 싼 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당국은 원전에서 나온 열이 난방에 쓰인다는 데 대해 시민들이 우려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 때문에, 막대한 폐열을 그대로 버리고 생태계까지 교란하는 일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원전의 열효율을 80% 선(실제로 열병합발전소에서는 달성되고 있습니다)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원전을 하나 더 짓는 셈이니까요. 다시 말해, 서울에 지어 열 공급원으로 만든 원전 한 기는, 외진 곳에 짓는 원전 두 기 분량의 쓸모가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APR-1400 형 원자로는, 현재의 방식대로 전력 생산에만 쓰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면 국가 전체 에너지의 약 1%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열 생산에도 활용하여 그 효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면, 동일한 원자로를 통해 국가 전체 에너지의 2%를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서울 안에 원자로를 7~8기만 짓는다면, 내연기관 차량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를 원전으로 충당할 수도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이것은 원전의 경제성 평가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원전의 열효율이 80%에 달하게 된다면, 원전의 편익은 사실상 두 배가 될 것입니다. 이런 편익 증대가,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라는 비용과 대비했을 때 어느 정도나 원전의 비용편익비를 개선해 줄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사고로 인한 비용이 대안 입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면, 원전을 서울에 입지시키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대안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또 국민의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값싼 에너지를 대도시에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국정의 핵심 과제입니다. 서울에 원전을 짓는 것은 바로 과제에 큰 도움이 될 결단입니다. 각하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서울 원자력 발전소는 국민 대통합과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각하의 국정 핵심 목표가 국민 대통합과 안전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저는 각하께 서울 원자력 발전소가 국민 대통합과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되리라는 것을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하위 목표 1: 원전에 대한 분배적 정의 논란을 일거에 돌파할 수 있다
각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국토의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리 원전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만, 고리 역시 외진 바닷가 마을에 불과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 원자력 발전소의 편익은 주로 대도시가 누리고 있습니다. 발전소라고는 당인리의 화력 발전소밖에 없으면서, 전국 전력 소비량의 17%를 소비하고 있는 서울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원전 가동으로 인해 실제로 발생하는 피해는 물론, 사고의 가능성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으로부터 대도시, 특히 서울은 최대한 격리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원전 주변의 오지는 큰 편익은 누리지 못하면서도 위험을 그대로 짊어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처럼, 원전으로 인한 위험과 편익이 지역적으로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은 반핵 논란에서 이른바 “환경정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국가에 의해, 상당한 수준의 위험을 안게 되는 지역이 생기는 것은 각하께서 말씀하시는 국민대통합과 어긋나는 방침입니다.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라도, 각하께서는 원전으로 인한 위험과 편익이 국토의 여러 부분에 균일하지 않게 배열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철학자 롤즈가 논증했듯이, 합리적인 인간은 자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자원이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될 제도를 설계하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물론 피할 수 없는 위험 역시 어떤 의미에서 자원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은 이를 공평하게 분배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원전의 배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군가는 원전의 위험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으로, 국민 모두가 합리적인 대우를 받는 상황에서 완성될 수 있는 이상인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하께서는 이 상황을 개선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신규 원전을 수도권에 건설하여 원전의 위험을 더 이상 오지에만 집중시키지 않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이 결단은, 적어도 원전 위험에 대해 분배적 정의를 실현시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위 목표 2: 서울 원자력 발전소는 원전 안전을 위한 각종 제도적, 심리적 장치를 강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그동안 원전은 너무나 오지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분명 원전의 지배 구조와 정보 공개 수준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원전은 한수원이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정보 공개 수준은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단체들에게도 허심탄회하게 정보를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낮습니다. 이런 지배 구조와 정보 유통 구조는 계속해서 터지고 있는 한수원의 스캔들로 보아 더 이상 국민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원전에 필요한 수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힘들 것입니다. 원전의 지배 구조와 정보 공개 수준을 뒤바꿀만한 압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바로 이 압력을 서울 원자력 발전소가 제공해 줄 것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다면 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니 말입니다. 원전 관리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만 원전 관리 당국이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니, 최근 빈발한 한수원의 기강 해이 사태를 개선할만한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원전 직원의 근무 여건이 개선된다는 것은 한수원 직원들에게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대도시 서울에서 사는 것은 청년층에게는 배우자 선택 기회가 증가한다는 것을, 중장년층에게는 자녀 교육 기회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직원 근무여건 개선은 사기 진작으로 돌아올 것이며, 결국 원전에서 있을 수 있는 인적 오류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서울의 토지에는 초고밀도 대도시답게 복잡한 권리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많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원전의 운영에 동의하게 만들기 위해서, 원전 거버넌스 구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이 구조 개선은 여러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민간 기업의 참여 확대를 노리는 방향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저는, 여타 공기업과 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하여 원전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전기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공기업을 원전 경영에 참여시키는 한편(철도 공기업이 대표적), 지자체 또한 원전 경영에 참여시키자는 것입니다.
철도 공기업은 안정된 전기철도 운영을 위해 전력사업자들과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전 거버넌스 속에서 한 역할을 담당할 자격이 있습니다. 철도 공기업은 일종의 원료로 전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조업 사업자와 입장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 사업자보다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면이 있고, 또 운임과 같은 공공요금의 수준은 시민들의 지출 규모와 직결되는 만큼 좀 더 ‘공공성’이 있습니다. 물론 철도 공기업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들을 원자력 발전소같이 철도 사업과 관련성 있는 수익 사업에 참여시켜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두말할 필요 없는 지역 주민의 대표입니다. 지자체 공무원과 의회는 주민을 대신하여 발전소 운영 과정에 개입해 발전소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발전 수익을 직접 배당받아, 지역을 위해 사용할 권리도 부여받아야 할 것입니다. 지방에 대한 시혜로서 발전소 주변 지원사업비를 교부받는 방식보다는, 발전소 주주로서 수익을 배당받는 방식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서울의 경우, 용산 국제업무지구 예정부지가 이런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적절한 입지가 아닌가 합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은 현재 개발주체의 자금 사정이든, 향후 전망이든 모두 불투명하기 그지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민간 개발사업이 아닙니다. 철도공사가 부채를 갚기 위한 자금 획득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공사의 재정 건전성은 땅에 떨어지고 결국 정상적인 열차 운행이 위협받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부지에, 철도공사와 서울시를 참여시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다면 철도공사의 자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동시에, 호남고속철 종착역인 용산역 바로 옆 부지이니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철도공사와 서울시가 참여하는 새로운 원전 거버넌스를 실험할만한 곳이기도 합니다.
하위 목표 3: 서울 원자력 발전소는 토륨 원전과 같은 저위험 원전을 향한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조건이다
물론 현용 우라늄 원전을 지자체가 찬성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우라늄 원전은 결국 노심 융해의 가능성을 원천 제거할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노심 융해 사고가 발생한다면, 결국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처럼 서울도 버려지게 될 것입니다. 이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분명 치명적인 손해입니다. 우라늄 238은 자연적으로 핵분열을 지속하는 성질 때문에 초창기 원자력 개발의 초점이 되었지만, 이제는 바로 그 성질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토륨같이 자연적으로는 핵분열을 계속하지 않는 핵종을 핵연료로 삼는 원전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토륨은 핵분열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중성자를 투입해 자연상태의 토륨 232를 토륨 233으로 ‘증식’시켜야만 합니다.
생소한 내용이니, 잠깐 반응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증식 이후 일어나는 베타 붕괴[중성자 하나가 양성자 하나로 변화]로 토륨 233은 프로락티늄 233이 되고, 다시 프로락티늄 233이 베타 붕괴로 우라늄 233이 되며, 우라늄 233은 중성자를 맞으면 마치 우라늄 235처럼 중성자를 방출하면서 원자가 깨집니다. 이 중성자가 주변의 토륨 232와 우라늄 233 원자와 충돌하여 핵분열 반응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토륨은 ‘증식성 물질(fertile)’로, ‘분열성 물질(fissile)’인 우라늄 235와는 달리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중성자를 받아들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덕에, 핵연료 안의 토륨이 분열성 물질보다 훨씬 많다면 토륨 핵연료 내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중성자는 계속 줄어들게 되며, 결국 핵분열은 멈추게 됩니다.
이 성질은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분열이 언젠가는 멈춘다는 것은 토륨원자로를 가동시키려면 증식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라늄 235 원전에 비해 토륨 원전의 경제성은 떨어집니다. 아직 토륨의 상업적 이용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안전 측면에서는 다릅니다. 토륨 핵연료는 노심 융해의 위험이 없습니다. 핵연료 안의 분열성 물질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기만 하면, 사고시 결국 핵분열이 멈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연구되고 있는 액화 불화토륨 원자로(LFTR, Liquidfluoridethoriumreactor)는 핵연료로 불산에 용해시킨 토륨 용액을 사용합니다. 액체 불산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팽창하므로, 핵연료가 희박해져 반응속도가 느려지게 되는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핵연료의 특징 자체도 안전에 기여합니다. 물론 핵연료가 액체이기 때문에 원자로 파괴 시에도 대처하기가 쉽습니다. 핵연료를 배수하여 별도의 비상용 격납용기에 격리하는 것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고, 또 격납용기 파괴를 대비하여 핵연료 배합비율을 그 속에서 곧 핵분열이 종료되도록 맞추면 되기 때문입니다. 또 핵분열이 진행되는 과정이 비록 고온이기는 하나 저압이기 때문에 최근 고리 1호기에서 문제되고 있는 압력용기의 취성 약화와 같은 문제도 비교적 적을 것입니다. (논의의 상세 사항은 두 문헌을 참고하였습니다. 1, 2)
토륨 원전에는 지금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안전성 강화 요소들이 있고, 따라서 우라늄 원전보다 훨씬 더 안전합니다. 물론, 노심 융해의 위험은 원천 제거됩니다. 설사 최근 구미나 화성의 화학공장에서 있었던 사고처럼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불산은 얼마 안 가 지각에 풍부한 칼슘과 결합하여 형석을 형성하기 때문에 우라늄 원전의 노심 융해처럼 반영구적 위협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심각한 오염이라고 해도, 몇 년이면 자연스럽게 정화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강산(염산, 황산)이나 강염기(우리에게 익숙한 건축 재료 콘크리트가 바로 강염기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를 다루는 화학공장 정도의 대비만 갖춘다면, 액화 불화토륨 원자로를 대도시에 건설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대도시라는 조건은 토륨 원전의 난점인 경제성 문제에 돌파구를 열어줍니다. 우라늄 원전은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핵분열 에너지의 60%를 넘게 흘려보낸다는 것을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토륨 원전이 아무리 자체 소모 에너지가 많다고 하더라도, 대공장 및 대도시와 얼마든지 근접해서 설치될 수 있으며 따라서 버리는 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핵분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발전과는 달리 열병합 발전과 열 공급은 주변 지역 개발과 함께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지역에서 토륨 원전의 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서야만 토륨 원전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인지 계산할 수 있겠습니다만, 폐열 활용이 대수요지와의 거리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우라늄 원전에 비해 훨씬 유리하므로 토륨 원전은 대도시를 위해 좋은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각하, 서울에 원전을 짓자는 선언은 토륨 원전 기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한 세대 정도 안에 토륨 원전을 서울 내에 대대적으로 건설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서울에 원전을 짓겠다는 선언이 일본 영화 <도쿄원발>(2003)이나, 한겨레의 한 칼럼(장정욱, <차라리 서울에 원전을 짓자>)과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풍자적 의미를 지닌 이들 작품들과는 달리, 각하의 선언은 에너지 기술과 수급현황에 실질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이미 서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중국 역시도 토륨 원전 기술 실증과 상업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는 석탄 화력을 대체하기 위해서라도 국운을 건 개발에 나서야 하는 입장입니다. 세계적 규모의 탄소 발생국인 우리 역시 이에 대응해야 합니다. 게다가 토륨 원자로는 앞서 제시한 대도시 원전의 여러 장점을 가지면서도 우라늄 원전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고, 경제성 역시 대도시 덕에 집적의 이점을 누릴 수 있어 우라늄 원전을 따라잡는 것에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신규 원전을 지역 갈등과 위험의 분배 불균형,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의 왜곡을 불러올 외진 곳에 짓기보다는, 토륨 원전을 최대한 빨리 상용화하겠다는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외진 곳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수단이 많이 있습니다.
기타 다양한 긍정적 효과
원전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대단위 발전소를 건설할만한 공공 개발 부지는 몇 없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구 용산차량기지나, 현재 한국중부전력 소유의 부지인 당인리 발전소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다른 지역은 재개발이 되고 있더라도 대부분 민간 주체가 개입된 택지지구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대단위 발전소로 용도를 바꿀 수 없는 형편입니다.
용산이나 당인리 부지 일대는 현재 지대 앙등이 극심한 지역입니다. 또한, 당인리 부지는 주변에 홍대 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은 지대 앙등이 원래 활동하던 예술가들을 몰아내고 상업성이 있는 가게들만이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이른바 진보 언론의 지면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던 곳입니다. 변두리 지역의 지대가 올라 원주민이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이 현상을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용산 구 철도차량기지나 당인리 발전소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운다면,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앙등을 잠재우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원주민을 위한 대책의 일종으로도 기능할 것입니다.
우라늄 원전이 아니라 토륨 원전이 건설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분명 대단위 산업시설입니다. 마치 시멘트 사일로(서울 시내에도 오류동역 인근, 광운대(구 성북)역 인근에 있습니다)나 화학공장, 철도차량기지처럼 주변 지역의 지대를 상대적으로 낮출 것이 자명합니다. 이것은 지역 부동산 소유주들에게는 손해입니다만 지역 세입자들에게는 이익입니다. 물론 각하의 목표인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는 지역 세입자들을 위한 정책 또한 펴야만 할 것입니다. 극심한 지대 앙등으로 인해 생활비 수준이 상승하고 있는 지금은, 부동산 소유주들만을 위주로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재고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서울은 어느 지역보다도 세입자가 많은 지역입니다. 이들을 위해 지가에 개입해야 한다면, 다른 인위적인 방법이 아니라 도시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지가는 낮추는 시설을 국책사업을 통해 각지에 배치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합니다. 이들 시설을 도시 밖으로 빼내면 모두에게 손해이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던 것은 부조리하다는 것을 함께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원전은 이런 조치를 달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주요 산업 시설로 기능할 것입니다.
각종 관광 자원을 만들 수 있다
원전의 열은 막대합니다. 이를 통해, 올해와 같은 격심한 추위가 있을 때 한강의 결빙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박의 항행이 사계절 내내 자유로워야, 전임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서 꿈꾸신 한강을 이용한 레저 활동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온배수를 이용하여 365일 야외수영장을 만드는 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마치 노천 온천과 같은 명소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들 관광지는 용산과 당인리에 건설될 토륨 원전을 통해 이뤄질 <제2 한강의 기적>의 상징으로 다음 세대에 남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 서울 원자력 발전소가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토륨 원전으로 기술을 전환한다는 선언을 함께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서울 원자력 발전소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울 원전은 그런 반대를 넘어, 진정한 국민 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분배적 정의를 바로잡아 지방과 서울 사이의 뿌리 깊은 대립을 넘을 수 있습니다. 한수원 원전을 둘러싼 거대한 정보 장벽을 넘어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원전 거버넌스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며, 세입자와 부동산 소유자 사이의 대립을 완화시키는 장치로도 기능할지 모릅니다. 게다가 초고밀도 대도시에 입지하는 발전소이기에 집적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서울의 불안정한 에너지 수급을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세계적인 기술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할 동기로서 작동하기도 할 것입니다. 토륨 원전은 중국처럼 1년에 40억 톤의 석탄을 태우는 나라에서는 국운을 건 프로젝트나 다름없는데, 우리의 분위기는 너무나 한가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2 한강의 기적을 낳을 상징물을 낳을 원천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각하께서 추구하는 가치인 국민 대통합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효과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하, 제2 한강의 기적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한 세대 안에 대단위 토륨 원전단지를 당인리와 용산에 짓겠다는 선언을 해 주십시오. 각하의 결단에 전 국민이 갈채를 보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