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그렇지만 이곳 중국은 각 지역마다 물가와 소득 수준의 차이가 극명하다. 공산품이나 맥도널드 같은 프랜차이즈는 동일한데 인건비, 임대료, 일반식당, (마사지, 미용실 등의) 서비스 요금, 택시요금 등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가령 쓰촨 청두와 상하이의 택시요금은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길에서 사먹는 국수나 만두, 양꼬치도 그러하다.
상하이의 경우 최근 10년간 아파트의 매매가가 약 4~5배 정도 상승했다. 그것에 맞춰 임대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작년 인기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열풍과 더불어 죽어가던 상권이던 한인타운의 상가 권리비와 아파트 임대료도 미친 상승을 주도 하고 있다. (한 번에 2배…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상승도 있다) 한인타운에서 점점 한국인들이 빠져나오는 이상현상이 발생하는 중이다. 한국인 없는 코리아 타운의 모습은 조만간 상하이에서 보게 될 미래가 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일반 기업의 대졸 초임은 특별하게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10년 전에도 3천 위안(약 54만 원) 이었는데 지금도 그러하다. 물론 대신 해마다 상승의 폭은 매우 빠른 것 같기는 하다. 즉 이곳 중국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지는 않는데 물가는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는 악순환의 기로에 들어선 것 같다.
공산품은 비싸고 농수산물은 저렴하다. 흑룡강(한국 쌀과 동일한 퀄리티) 쌀 5킬로가 30위안 대 금액이고 남방쌀(우리가 안남미라 부르는)은 그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도 한국의 약 1/3 수준이고 닭고기는 1/4 수준이다. 야채와 과일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무지하게 싸다. 사과 10개에 25위안(4천 원 대), 바나나 20개에 20위안 정도 한다.(현재 환율은 1위안 = 약 183원)
식당은 어디나 그렇듯 천차만별인데 그냥 깨끗하고 깔끔한 곳에서 먹는 우육면이나 볶음밥이 대략 25위안 정도 받는다. 신장 사람들이 하는 란조우식당은 우육면, 양육면이 6~7위안, 볶음밥이 7~8위안, 손으로 빚은 수공 물만두가 25개에 10위안 정도 한다. 물론 차오장난 같은 고급 식당에 가면 둘이 가도 술 없이 대략 1000위안 정도 나오니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상하이와 베이징의 택시 기본요금은 14위안, 쓰촨 청두는 10위안 정도 한다. 항조우나 소주도 대충 11위안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버스요금은 1~2위안이다. 지하철 기본요금은 2위안이고 거리에 따라 올라가는데 상하이에서 6위안 이상 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여기에 교통카드를 쓰면 버스-지하철 연계도 되고 1위안 할인도 된다. 대중 교통수단은 확실히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다.
자동차의 휘발유값은 한국과 비등한 수준이다. (한국의 90% 정도 수준) 그러니 어지간하면 차라리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다만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소매치기들이 많은 편이다. 나도 핸드폰을 한번 도둑 맞은 적이 있다. 음악을 듣다가 약 2~3초 음악이 끊기면 이어폰만 남고 휴대폰은 사라지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거의 밥이라고 하더라. 이후로는 가방을 항상 앞으로 멘다. 한국처럼 백팩 때문에 욕먹을 일은 전혀 없다.
소득은 적은데 물가는 비싸니 상해 본지인이 아닌 외지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은 사는 것이 그래서 생활이 매우 빡빡하다. 집은 합숙을 주로 하는데 여기서의 합숙이란 아파트 하나에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한 집에 3가구씩 산다. 여름에 냉방 없고, 겨울에 난방 없이 아주 열악하게 산다. 밥은 10위안 이내에 도시락을 주로 먹던가 그것조차 부담스러우면 회사에도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다. 딱 밥하고 청경채 같은 야채 하나만 가지고 와서 그야말로 배만 채우는 수준이다.
그에 비해 본지인(상하이 사람)들은 집도 있고, 부동산 폭등으로 제법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는 편이다. 지금도 상해의 물가는 이 본지인들과 투기자본(주로 저장성 사람들)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의 주민등록에 해당하는 호구라는 것이 있는데 이곳 상하이에는 호구를 넣을 수가 없다. 외지인은 이곳에 와서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아도 상하이 호구가 바로 나오지가 않는다. 아빠나 혹은 엄마가 태어난 고향이 호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애가 학교 들어갈 무렵이 되면 일단 그 지역으로 가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이후에 전학을 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본지인과 외지인은 유치원 비용 마저 다르다. 몇 배 차이가 난다.
상하이 거주증이라는 것을 외지인이 받기 위해서는 상하이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 10년 이상 재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집을 직접 사서 방산증이라는 것을 받아야 자식들을 제대로 이 동네에서 학교를 보낼 수 있다. 한마디로 본지인(상하이인) > 외지인(타 지역 사람) > 외국인의 형태로 차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북방사람들은 호쾌하고 남방사람들은 섬세하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남방사람들은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모든 것에 가치가 돈이다. 그것을 전혀 천박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상술과 계산에는 정말 혀를 두르게 된다.
(19금 이야기지만) 어떤 한국인이 어떤 상하이 여자와 3년간 동거를 하고 헤어졌다. 좋아하니 함께 동거를 한 것이고, 남자는 사는 동안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해 주었고 헤어질 때 적지 않은 돈도 주었는데 막상 여자는 그 동안의 잠자리 횟수를 돈으로 환산해서 더 정산해 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계산적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남아 있는 한국 남자와 기가 세고 계산이 강한 중국 남방 여자와의 결혼은 그래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류가 다시 붐이 일어 한식당이 성업 중이다. 주말 한인타운(홍첸루)에 최근에 가 보았는데 한식당은 줄을 평균 1시간 기다려야 자리가 나고 반면 과거 부유한 동네의 상징이던 구베이의 일식당들을 손님이 거의 없었다. 가격은 비슷하다. 둘 다 겁나게 비싸다.
중국이 예전처럼 물가가 저렴해서 살기 좋고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원문: 중국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