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연간 판매되는 자동차는 2천만 대가 넘는다. 2014년도에 대략 2,350만대 정도가 팔렸다고 한다. 전 세계 모든 글로벌 기업이 과거 생산시장으로서 중국의 가치를 느꼈다면 지금은 판매시장으로서 중국에 공을 들이는 형국이다.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이한 것은 중국 정부는 ‘시장을 내 주고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갖추었다면 유일하게 ‘시장만 내 주고 기술 확보에 뒤처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 시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 다음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객관적 기술의 척도만으로도 구매하기 힘든 소비재가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기술, 가격, 안전성, 브랜드 등 너무 많은 요소가 있고 단 기간에 중국 내수 기업이 현재 중국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독일차, 미국차, 일본차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생산량과 판매량이 어마어마하니 부작용이 생기는데, 대표적인 것은 전 세계 대도시가 그러하듯 도로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개발과 더불어 자동차가 늘어나니 교통량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다. 아울러 부수적인 문제로 주차전쟁과 번호판 확보전쟁이라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 주택을 구입하거나 혹은 전월세로 아파트에 살게 되면 기본적으로 가구당 최소 하나 이상의 주차공간을 제공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가구당 차량이 여러대라 주차공간이 부족하면 아파트 내에 경비아저씨들이 고생을 하지만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해결을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분쟁의 소지는 있어도 ‘거주자 우선주차’라는 제도가 있다.
이곳 중국(상해)의 경우는 어떨까?
집을 구매하면서 내 주차공간을 별도로 함께 구매해야 한다. 전용자리가 된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주차공간 구매비용은 꽤 비싼 편이다. 그 비용이 편차는 있지만 한국인들이 사는 아파트 기준이라면 대략 15만 위안(약 2,600만 원)~ 30만 위안(5,300만 원) 정도 한다. 그렇다, 후덜덜 하다. 그런데 이게 매년 값이 조금씩 올라간다. 예전에는 비교적 저렴하던 것이 상해의 아파트 가격이 올라라고 차량이 늘어나면서 주차공간의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는 것이다. 주차공간의 경우 아파트 매매와는 전혀 무관하게 별도로 매매를 한다.
최근에 상해 아파트에서는 주차에 관련해서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최초 입주를 할 때 주차공간을 사지 않은 입주자들이 여기저기 게릴라 주차를 하면서 주차시비가 붙는 것이 첫 번째요, 그게 귀찮아서 나중에 구매를 하려고 했더니 그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버려서 분노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여기에 드물긴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기존에 주차공간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난데없이 가격을 올렸으니 ‘돈을 더 내라’는 황당한 통보를 보내기도 해서 관리사무소와 입주자가 싸우는 일도 벌어진다.
이 일은 실제로 우리 동네 모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이다. 최초 분양을 할 때 5만 위안(약 900만원)이라는 헐값에 주차공간을 분양했던 관리사무소가 뒤늦게 10만 원을 올려서 추가 요금부과를 하려고 하자 대량으로 분쟁이 난 거다. 돈을 내지 않아 해당 공간을 빼앗긴 입주자들이 아파트 입구를 자기들 차로 단체로 막아 버리고 도주해 버려 모든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고 그래서 경찰이 출동했고… 아주 골 때리는 사건이었다.
내 지인 중에 한 명은 일 년전 집을 팔았는데 주차공간은 팔지 않았다. 왜냐하면 따로 주차공간만 월세개념으로 받아도 꽤나 짭짤한 수입이 되기 때문이었다. 집 임대에 비해 관리할 것도 없고 수익도 적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 둔 것인데 주차난이 심각한 그 아파트의 누군가 그 사실을 알고 팔라고 왔었다. 돈을 더 준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팔았다. 그런데 기존에 사용하던 사람이 이번엔 난리가 난 거다. 왜 팔았냐고? 아니, 사유재산을 팔지도 못하나? 계약기간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어쨌든 그 문제 때문에 회사까지 찾아와서 협박(?)을 당했다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그 정도로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 최초 입주할 때 주차장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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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아파트로 들어간다. (주로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이 문제가 심각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중국인들이 주로 사는 로컬이라 이런 문제가 별로 없는 편이다. 여기도 언젠가 생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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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직접 운전하지 않는다. (나도 이곳에서는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다)
번호판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상해 번호판(沪로 시작됨)은 사실상 중단이 되어 연간 나오는 숫자가 매우 제한적이라 경매를 통해 구매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상적인 구매 가격도 약 9만 위안(약 1,650만 원) 정도 한다. 경매에 가면 당연히 정상가보다 비싸게 구매를 해야 한다. 상해 번호판의 혜택은 시간대에 상관없이 모든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 지역 번호판의 경우 러시아워(7시 30분~9시 30분, 4시 30분~6시 30분)에 시내로 들어가는 순환도로 이용이 제한된다.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서 내환으로 들어가는 순환도로 경계선 갓길에서 타 지역 번호판 차량들이 대기하는 경우도 출퇴근 시간에 많이 본다. 문제는 이로 인해 더 교통체증이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사실은 효율성보다는 좀 사는 사람들의 과시욕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숫자에 민감한 중국인들은 가끔 행운을 상징하는 특별한 번호를 얻기 위해 엄청난 경매에 뛰어들기도 한다. 특히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인 9가 무려 4개가 들어간 9999의 경우 치열한 경쟁 끝에 95만 위안(약 1억 8천만 원)에 낙찰된 경우까지 있다. 이쯤 되면 차 보다 비싼 번호판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셈이다. 얼마 전까지는 외국인 투자법인의 경우 법인차량에 한해 상해 번호판을 하나씩 내주던 제도가 있었는데 이도 악용사례가 생기자 폐지가 되었다. 그 만큼 상해의 중국인들에게 번호판 확보 전쟁은 치열하다.
인구가 많고 시장이 넓어 일견 기회의 땅이지만 살다 보니 별 문제가 다 생기는 중국이다.
원문: 김두일님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