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팬”이라는 이름에서 느끼는 모순
아이유가 발표한 노래 중 하나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인 다섯 살 소년을 오독했다며 책을 번역한 출판사가 항의를 했다. 대중들은 아이유가 그 아이를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며 욕을 진탕 먹은 끝에 아이유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그래도 끝이 안나고 해당 노래의 음원을 폐기하자는 서명이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난리블루스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니, 그 이전에 사실은 아이유라는 해괴한 이름을 가진 이 가수가 왜 이리 ‘삼촌팬’들에게 인기가 좋은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나는 이 ‘삼촌팬’이라는 것이 통용되는 이 문화가 납득이 안되는 것이다.
‘삼촌’이 ‘조카’로 상정하는 대상은 젊은 여자다. 귀여워하고, 용돈도 쥐어 주고, 소녀가 어른이 되어 가는 걸 자애로운 마음으로 지켜 보고, 조카 사위에게 위세도 좀 떨면서 담배 좀 태워 물면서 시집도 보내고, 그러나 책임감은 말할 나위도 없이 훨씬 덜한.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억지로 삼촌-조카 맺은 그 사이에 (꽤나 일방적인) 성적인 긴장은? 없나? 전혀?
이런 게 아주 이상하다는 거다: 소녀 가수를 데뷔시키지 말든지, 데뷔시켰으면 성적인 코드를 최대한 자제시키고 연령에 맞게 이미지를 만들든지, 그도 아니면 솔직하든지(솔직해야 토론이 이루어지고 반성이든 발전이든 진도 나갈 수가 있다), 이도저도 아니고 최대한 성적이되 그렇지 않은 척하며 이루어지지 못할-안될 상대로 선을 긋고 넘겨다 보는, 변태스러움.
우리는 삼촌이야. 그러니 손은 안 대. 못 대. 니가 꼬셔줘. 그래도 안 돼. 이거 랩댄스냐. 그런데 역시 삼촌뻘인 장기하가 그만…., 아니 뭐, 그건 사생활.
당신이 왜 저 가수의 삼촌이냐, 그냥 팬이지. 이건 뭐 여기저기서 어머님, 아버님, 형님, 누님, 동생에 딸 같아서 성추행도 하고, 칠천만이 한가족이냐고. 그 와중에 필리핀 베트남 기타 다문화는 빼고 말이지. 아니 근데 이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고.
유독 아이유만 문제 삼는 이상한 나라
하여간 어지간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관계의 중심에 있던 이 젊고 재능있(다)는 여가수가 이번엔 로리타 콤플렉스의 논쟁에 휘말렸다. 용어를 바로 잡자면 그건 로리콤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행태 중 하나인 페도필리아(paedophilia; 소아성애)다. 즉, 아이유가 그 노래에서 다섯 살 짜리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가수가, 난 다섯 살짜리가 섹시하다고, 즉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했나? 그럼 변태지. 그런데 그런 게 아니잖나. 그게 그거라지만 그건 그게 아니다.
그럼, 가사 또는 태도가 무신경하고 둔감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고 그런가. 그래서 결국 사과를 하도록 해야만 할 일인지는 몰라도, 내친 김에 노래를 폐기하자는 주장이러니. 왜? 글쎄, 정말로 이 노래가 소아성애를 조장하나? 그래서 들어봤는데, 난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이 노래에서 불결하고 음탕한 성적인 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응징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건전한 사회에서, 어째 소라넷은 폐쇄도 안되고 잘만 번성하는지, 네 살짜리 꼬마들 군대 보내서 울리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왜 절찬 방영 중인지, 롤리타 컴플렉스를 저언혀 숨기지도 않는 교복 입은 언니들 반 누드 사진전은 왜 이리 절찬리 호평인지 모르겠다.
거의 빤쮸만 입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십대 걸그룹까지 이야기가 갈 것도 없고 말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사태에 대한 이 떠들썩한 반응이 사실은 타격 대상이 어린-젊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만만하고, 이리저리 해도 욕할 거 많고.
이거 또, 당신 소아성애를 지지하는 거냐! 문제가 심각한데 어째 이걸 몰라! 라고 흥분하시는 분은 없기를 바란다. 걍 좀 오버스럽다는 거다. 게다가 폭력적이고. 게다가 솔직하지 못하고.
어쩌다 보니 관심도 없는 아이유를 지지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노래도 내 취향 아니다. 거 참. 이렇게 난리 아니었으면 ‘얘 뭐 이런 가정폭력 희생자인 아동에 대한 무개념한 해석을 했다니’라고 했을 거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