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 혹은 선불 결제의 성공사례로 스타벅스를 많이 이야기한다. 근데, 가만 보니 이건 결제의 성공사례가 아니라 로열티 프로그램의 성공사례에 가깝다.
고객이 어떤 브랜드나 제품/서비스에 대해 애정을 표현하는 행위로 선불은 매우 강력한 것이다. 선불카드를 사는 것은 ‘앞으로 여기서 적어도 이만큼은 구매하겠다’는 일종의 단골 서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발성 측면에서 통신사의 노예 계약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모바일 세상에서는 앱을 받아서 설치하는 것도 선불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로열티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애정의 조건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다고, 기업들은 이들 단골 고객을 특별하게 대접한다. 이름을 불러주고, 뭘 주문하는지 따로 기억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도 먼저 주문을 받아주고, 가끔은 덤도 얹어준다. 양쪽 모두 절감된 비용(마케팅/탐색)을 온전히 서로에게 쏟을 수 있으니 관계는 더욱 강화된다.
스타벅스 앱은 이런 단골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현해주는 장치이지, 단순한 결제/주문 앱이 아니다. 입력한 닉네임을 불러주고, 자주 먹는 음료나 나만의 레시피를 기억해주고, 사이렌 오더로 티 안 나게 새치기 주문을 받아준다. 종종 공짜 쿠폰도 준다. 프리퀀시를 모아 다이어리를 받거나 하는 이벤트는 늘 빅히트를 친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스타벅스 앱을 바라보는 기업이 깨달아야 할 부분이 있다. 로열티 프로그램은 있는 로열티를 유지-강화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없는 로열티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애초에 제품과 서비스의 힘으로 경쟁자들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스타벅스 앱을 베껴봤자 별 효과 없을 거라는 얘기다.
결제는 거들 뿐이다. 여러 가지 캡티브 ‘페이’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원문: 변화와 혁신, 금융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