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에어비앤비, 쿠팡…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가지 모두 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거나, 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태이다.
경제노선 경쟁: 박정희 vs. 김대중
1971년 대선 당시에 박정희와 김대중은 ‘경제노선’을 놓고 한 판 붙었다. 김대중은 ‘중소기업+내수+자유시장경제+균등 발전 전략’을 제시했고, 박정희는 ‘재벌대기업+수출+관료주도 관치경제+불균등 발전 전략’을 제기했다.
돌이켜보면, 당시를 기준으로 박정희 경제노선이 더 옳았다. 당시 한국은 사실상 ‘농업국가’에 가까웠다. 엘리트 출신 관료가 주도하는 자원의 집중을 통한 수출 중심 불균등 발전전략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실제로도 박정희 경제노선은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결과물로, 오늘 현재 대한민국은 관료와 재벌의 연합권력이 되었다. 한국사회는 관치경제가 주도하는, 관료와 재벌의 연합권력이며, 그리고 그 결과물이 ‘관피아’와 ‘재벌중심 경제체제’이다. 2012년 경제민주화론은 이들 ‘구조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엽적인 개별정책 이슈로 싸웠던 셈이다.
박정희식 발전국가의 전개는 북한과의 체제경쟁이라는 제약조건 하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을 대비해서 방위산업을 육성할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회로’의 일환으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한다. 즉, 평시에는 중화학공업, 전시에는 군수산업이 되는 셈이었다.
사전적 진입규제, 박정희 정권의 재벌 지대추구 보장의 결과
그러나 중화학공업은 자본이 많이 들고 투자 회수기간이 길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그래서, 국가관료는 재벌을 유인하기 위해 그들의 독과점적 지대를 보장해주기로 한다. 그 방법론이 바로 ‘관료가 주도하는 사전적 진입규제’의 설정이다. 즉,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지대 추구(rent seeking)을 보장해준 것이다.
박근혜의 국정과제 중 하나는 창조경제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박근혜 체제하에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만든 경제체제)를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꿈’을 위해 국정교과서 제도를 통해 ‘생각의 국유화’를 추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박근혜가 꿈꾸는 나라는 ‘관치의 나라’이다.
박근혜 노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항 이론은 1971년에 제출된 김대중의 민주적 시장경제 이론을 2015년 오늘, 현대적으로 복권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유+시장경제’이다. 단, 여기서 자유는 사회경제적 약자가 더 강해지는 자유, 즉 적극적 자유다. 재벌대기업이 혜택을 받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잠재적 진입자이기도 한, 사회경제적 약자가 혜택을 받는 규제완화다.
사실은 바로 이 지점이 1776년 발간된 아담스미스 『국부론』의 진보적-급진적 본질이기도 하다. 그 시대 경제권력은 중상주의적 절대왕권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시장가격은 왜곡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테제는 신흥 소상공인들을 위한 가장 급진적인 구호였다.
박정희식 관치경제는 그 자체로 재벌경제를 내포하는 것이다. 애초 태동이 그랬다. 그리고 그 방법론이 (재벌의 지대보장을 위한) 관료가 주도하는 ‘진입규제’였다.
2017년 대선: 박정희와 박근혜를 넘어, 창조경제를 위해
2015년 오늘 현재 진보는 자신의 경제이론이 없다. 기업이론, 산업이론도 없다. 비전과 이론은 없고 악다구니만 남은 형세이다. 다만, ‘진보를 오염시킨’ 낡은 이론이 있을 뿐이다. 그게 NL로부터 유래한 ‘보호무역에 기반한 민족주의’이고, 온건 PD들이 유럽에서 수입했던 ‘반신자유주의’였다. 이들은 각기 ‘관치+재벌 경제연합’을 일부 옹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전자는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후자는 (공공성 확대라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관치-관료’ 기득권 옹호를 통해.
우리는 다시 민주적 시장경제 이론을 복권시켜야 한다. 근데, 2015년 버전이어야 한다. 그 방법론 중 하나는 진입 자체를 가로막는 사전적 규제를, 행위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맑스의 역사 유물론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에 관한 이론이다. 낡은 생산관계가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을 때, 그 사회는 정체되고, 지배계급은 정당성을 잃고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낡은 생산관계를 타도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혁명이 일어난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생산력으로 인정된 우버,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법 비슷하게 취급되고 있다. 낡은 생산관계 때문이다. 바로 관치와 재벌의 연합권력이 그 진앙지였다. 그 방법론이 ‘사전적 규제’였다.
우리는 사전적 규제를 타도해야 한다. 현대적 생산관계로의 진일보를 위해, 혁신경제-창조경제를 위해 사후적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사후적 규제로의 전환을 깃발로 ‘경제적 피해대중’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경제학 교과서를 우리의 것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낡은 생산관계를 타도하기 위한 ‘2017년 선거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의한, 사회경제적 반란을.
원문: 최병천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