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잦은 관리자의 변경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람은 바뀐다. 회사의 기대보다 퍼포먼스가 부족할 경우 혹은 제대로 된 줄타기에 실패했을 경우 그러하다. ‘관리자’는 ‘팀장’ 이거나 ‘본부장’ 등의 임원급이 될 수도 있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숫자로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사람이 바뀔 확률이 매우 높다. 누군가 임원은 ‘임시직원’의 약자라고 하지 않았나.
팀장급 같은 경우는 거듭되는 실적 부진에 부담을 느끼게 되면 알 수 없는 압박에 눈치가 보여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임원급은 더하다.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대한 촉이 더 발달해 있다. 숫자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떠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 조직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의 ‘인지부조화’과정은 스트레스 그 이상이다.
얼마 전 카이스트 출신의 모 기업의 임원이 업무상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선택한 비극적인 사건도 위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임원들은 짧은 기간의 고용계약을 맺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바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좋지 않은 임원들은 엄청난 압박과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실이기 때문이다.
2. 인력의 잦은 퇴사
워킹레벨에 있는 사원, 대리급의 잦은 퇴사가 어찌보면 조직 역량 하락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팀장이나 본부장이 자주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작게나마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또 잦은 관리자의 교체는 워킹레벨의 직급의 인원에게 무모한 의미 없는 삽질을 강요하게 만든다. 파야 할 구덩이가 명확하지도 않는데 삽질만 하다가 삽자루가 부러진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경우가 생긴다. ‘그냥 영혼은 집에 두고 시키는 대로만 하자’라고 체념하거나, ‘이런 회사는 이제 안녕…’이 그 두 가지다.
사람이 바뀌면 인수인계를 한다. 하지만 새롭게 합류하는 사람이 짧은 시간 동안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최초에 100을 하다가 사람이 퇴사하여 인수인계를 하면 역량은 절대로 100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인력이 합류해도 최대 70 정도의 수준으로만 인계를 받는다. 그 후 신규인력이 적응한 후 예전에 했던 업무수준으로 올라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문제는 그 시간 동안 새로 합류한 인력이 1번의 이유 때문에 환멸을 느끼고 또 퇴사를 한다. 그럼 약 80 정도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또 퇴사하고 다른 인력으로 교체된다. 그럼 또다시 새로 온 사람은 인수인계를 받아도 60 정도의 역량으로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잦은 워킹레벨 인력의 교체는 지속적인 업무역량의 하락을 불러온다.
물론 대단한 역량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고 오래 근무하면서 역량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잦은 인력교체는 Capability의 하락을 불러온다. 가장 큰 문제는 같은 자리에 사람이 계속 바뀌면서 현재의 수준이 예전에 비해서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잦은 인력 교체가 이루어지는 현재의 모습이 ‘양호한 상태’ 라고 생각하며 만족한다는 것이다. 그 하락을 눈치채는 것은 그 일을 오래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3. 지나치게 세분화된 업무
예전에는 일당백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을 또 강요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우 업무의 R&R (Role & Responsibility)가 명확하다. 어디까지는 남의 일, 그 이후부터 내일 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럴 경우 사람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의 기계를 조립하는 것처럼 일한다.
하지만 내 앞 단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나에게 일을 넘기지 않으면 나는 일을 안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책임도 없다. 웃긴 것은 전체적으로 이 일을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앞에서 일이 막혀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는 업무로 인해 일이 멈추거나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관리자가 멈춰있는 곳을 찾아내고 그것을 뚫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1번과 같은 이유로 그것을 찾거나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4. 지나치게 두리뭉실한 업무
많은 사람이 수신인으로 되어 있거나 CC(Carbon Copy, 이메일의 참조자)로 된 이메일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일은 아무도 일하게 만들지 않는다. 너무 세분화된 업무도 문제지만 명확하지 않은 프로세스와 책임도 아무도 일하지 않게 만든다. 너무 답답해서 의견을 개진한 사람이 일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팀에서도 다수의 방관자와 극소수의 땀 흘리는 자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소수의 땀 흘리는 사람이 그 회사에서 일을 오래 할 리는 만무하다. 이 사람들 주위에는 그 일에 발가락만 담가두고 그가 만든 성과를 따 먹으려는 사람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두리뭉실한 책임으로 일이 소수에게 몰리면 그 사람들은 일의 경험을 쌓은 후 회사를 미련없이 떠난다. 이 과정에서 역시 전체적인 역량의 하락은 피할 수 없다.
5. 역사의 반복(Pendulum Theory)
Pendulum이란 진자, 혹은 광의로 괘종시계의 시계추를 말한다. 일부 소수의 잘못된 권력자들에 의해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듯이 회사에는 ‘시계추 이론 (Pendulum Theory)’ 이 있다. 회사의 역사는 2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에 언급한 것들의 총합이다.
관리자들이 성과를 못 내고 바뀐다. 그 밑의 직원들은 잘못된 결정에 삽질하다가 삽과 함께 인내심이 부러져서 그만둔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인수인계 시의 누수 발생으로 역량은 다시 떨어진다. 어느 정도 적응되어 일을 제대로 하려고 하면 지나치게 나뉘어 있는 업무 때문에 일이 더뎌지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 혹은 두리뭉실한 책임 소재 때문에 소수에게만 일이 집중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다시 회사를 떠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관리자가 오고 새롭게 무언가를 해보려 한다. 물론 그 일은 2년 전에 누군가가 해 보았던 일이다.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예전에 해 봤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찍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괘종시계의 시계추처럼 회사의 일은 반복된다. 그리고 그 시계추는 서서히 멈추어 간다. 아주 서서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관리자건 일반 직원이건 상관없다. 한 번만 생각해보자. 나의 조직은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서서히 멈추는 괘종시계 안의 부품은 아닌지.
원문: 직장생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