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신입사원 시절 점심을 먹고 회사 앞 벤치에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옆에 있던 선배에게 물어봤다.
“선배님. 회사는 누구 건가요?”
“글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네 것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닌 것 같아. 아마 월급 주는 사람 거 같은데…”
“그럼 우리 월급은 누가 주나요?”
“어… 글쎄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소유자, 즉 오너의 것이다. 상장하지 않고 오너가 있는 회사라면 철저히 오너의 것이다. 어떤 사람은 회사의 주인은 사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초등학생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장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인사팀 사람들이 회사의 주인인 것 같아요”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부 인사팀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것 또한 정답은 아닐 듯싶다.
혹은 기업은 주주의 것일 수도 있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집단이다. 그것이 주주 자본주의적인 견해다. 주주 중에서 가장 많은 파이를 가지고 있는 주주가 회사의 주인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아마도 삼성의 경우가 이럴 것이다. 이런 견해는 주로 영미권에서 많이 파생되었다.
또 다른 관점은 이해관계자 모두의 것이라는 견해다. 주주뿐 아니라 일하는 직원, 경영자, 협력업체, 넓게는 고객까지 주인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흔히 직원을 대표하고 법에도 명시된 노동조합의 일부 경영 참여가 이러한 관점의 전형적인 예다. 위의 견해 들은 우리가 경영학원론 책만 펼쳐도 나오는 기본적인 이야기다.
직원에게는 “직원의식”을 말하라.
그렇다면 직원은 무엇일까? 직원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목적을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고 또한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그 돈을 버는 행동을 하는 주체가 바로 직원이다. 돈을 벌기 위해 광고를 하고 상품을 만들고, 직원을 교육하고 투자를 하고 R&D를 한다.
가끔 직원들에게 주인정신을 강요하는 회사들은 본다. 그런 회사일수록 문제가 크고 중소기업의 경우 조금 더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직원들에게 필요 이상의 책임을 강요하는 전 근대적인 행위다. 어느 직원이 회사에 주인 정신을 가지고 내 회사인 것처럼 홀로 고심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랬더니 “회사가 니꺼냐? 왜 니 맘대로 해~”라는 말을 들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직원들에게는 차라리 “직원의식”을 얘기하는 것이 옳다.
“당신은 회사와 이러 이러한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키고 그 시간 동안 목표한 최대의 성과를 거두도록 당신이 맡은 일을 최대의 효율과 성과를 환산 가능한 수치로 내주기 바란다. 그러면 당신과 서면으로 약속한 연봉을 매달 지급할 것이며 당신이 어느 정도 품위유지를 할 수 있고 회사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도록 회사는 이러 저러한 편의를 제공해 주겠다.” 회사는 직원에게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갑자기 오래전에 회자되던 우스개 소리가 떠오른다.
두 어린아이가 놀이동산에서 말다툼을 한다.
“에버랜드는 삼성 거야 ! 아니야 에버랜드는 현대 거야 !”
“그럼 저기 일하는 누나에게 물어보자.”
“누나 에버랜드는 누구 건가요?”
누나 왈
“에버랜드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두 아이는 활짝 웃는다.
아름다운 스토리다.
나는 이 이야기에 한가지 문장을 추가하고 싶다.
“ 근데 누나. 우리 거라면서 돈은 왜 받아요?”
오너 회사라면 오너의 것이고 주주가 있는 회사라면 주주의 것이다. 주로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것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회사는 주주와 오너의 이익을 최대화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소비자에게 잘 보이고 매력 있게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직원도 소비자 이기는 하지만 전체 소비자 중에서는 너무나 작은 부분이기에 그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도록 노력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직원에게 혜택을 더 주며, 언어나 지위와 힘을 활용한 인격적 무시를 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이 보인다. 그것이 단지 Showing에 그칠지라도 말이다. 또 소비자들은 이러한 회사의 상품을 소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알려달라. 회사는 누구의 것인지?
직원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어찌 보면 직원은 회사라는 큰 몸집을 움직이게 하는 필수요소다. 직원은 때론 큰 기계 안의 소모품일 수도 있고, 회사라는 설국열차를 유지하기에 꼭 필요한 어린아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종국에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직원이다. 아무리 많이 주고 Showing을 하고 창의와 효율을 외쳐도 직원이 내가 회사에서 존중 받고 있구나 까지는 말고라도 내가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는 느낌을 받을 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는 답을 내지 못하겠다. 회사의 주인은 경영자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다. 고객도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직원, 즉 노동자가 없는 회사는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원문: 직장생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