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와 캣맘에 대한 혐오가 커지는 것이 안쓰러 캣맘 입장에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캣맘/캣대디란?
캣맘/캣대디란 말그대로 해석하면 고양이 엄마, 아빠라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길고양이에 한해 쓰인다.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돌봐주는 사람들을 캣맘/캣대디라고 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참고자료를 토대로 한 얘기지만, 2000년 이후부터 고양이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생겨나며 쓰이게 된 말인 것 같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로 캣맘이 등장해 점점 입에 붙기 시작했고, 특히 2010년 이후부터 반려동물로 고양이의 인기가 많아지며 본격적으로 캣맘 또한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반려동물은 오랫동안 강아지였지만 2000년대 이후 고양이도 떠오르기 시작하여, 빅데이터 상으로는 2015년 현재 고양이의 인기가 강아지를 큰 차이로 앞지른 상태다.
하지만 이렇게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 중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가출하거나 유기되어 길고양이들의 개체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반려동물 고양이들이 늘어날수록, 길고양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1단계 결론: 캣맘이 있기 전부터 고양이는 존재했다. 고양이가 반려동물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나서 중성화 없이 키우는 문화와 책임감 없는 사람들의 유기로 인해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났고, 그로 인해 캣맘 또한 늘어났다.
캣맘이 고양이를 모이게 하고 증식시킨다?
맞다. 먹이를 주는 곳을 특정하면 고양이는 그곳에 몰려드는 습성이 있다. 그로 인해 길고양이가 증식하는 확률 역시, 미비하나 캣맘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캣맘들이 주는 먹이는 거의 저품질 대량사료들이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보다는 염분이 적지만 고영양분 사료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살 수 있는 영양분으로 만들어진 사료이다. 쓰레기보다는 낫기에 평균 2~3년 정도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캣맘으로 인해 고양이들이 크게 증식한다는 건 오해다.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살아도 길 생활은 힘들다. 길고양이를 위협하는 건 사람과 자동차도 있지만 환경과 날씨의 문제도 존재한다. 길에서 고양이가 새끼를 낳을 경우 보통 4~5마리의 새끼 가운데 반 이상이 열악한 거주지 환경(어둡고 안 보이는 더러운 곳)으로 인해 죽는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커서도 수명대로 죽을 확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캣맘이 밥을 줘도, 길고양이들은 환경상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힘들어 크게 증식하기는 어렵다. 즉 고양이 증식이 캣맘이 주는 밥 때문은 아니다.
2단계 결론: 캣맘으로 인해 고양이가 모이는 건 맞다. 하지만 증식하는 정도는 먹이를 주기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캣맘이 있든 없든, 고양이의 번식률과 기타 유입(유기묘 등)으로 길고양이는 있었다가 사라지는 반복을 계속한다.
캣맘이 없으면 고양이도 사라진다?
아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문제(길고양이의 번식력과 반려묘가 늘어남에 따른 유기묘, 잃어버리거나 가출한 고양이 증가 등)로 캣맘이 있든 없든 길고양이가 늘어날 여지는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늘어나는 길고양이를 관리해주는 사람으로서 캣맘이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이 저지른 일을 사람이 치우는 것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밥만 줘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고양이의 번식력은 5개월령의 어린 고양이도 임신을 하고 4~5마리를 낳고 낳은 지 몇 달 되지 않아 또 임신을 반복할 정도로 엄청나다. 어미 고양이가 죽지 않는 한 이 굴레는 끝나지 않는다. 생존률이 낮다고 말했지만, 한 마리의 어미묘가 1년에 최소 2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성묘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길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을 시행해야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면, 2년 전 동네 길고양이를 거의 TNR 시킨 후 우리 동네에서 새끼 고양이를 2년간 보지 못한 적이 있다. TNR된 고양이들은 급식소에서도 거의 싸우지 않고 소음과 발정 소리도 전보다 많이 사라져 이웃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시켜줄 수 있었다.
캣맘이 이웃을 불편하게 한다?
아니다. 당신들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건 캣맘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는 길고양이다. 길고양이를 싫어하게 되면서 그 대상이 캣맘인 사람으로 옮겨간 것이다. 당신들을 힘들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길고양이들의 소음과 배변 냄새, 물건 훼손들이다.
캣맘이 없다고 길고양이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더미에서 계속해서 길고양이는 살아갈 것이다. 울고, 발정 소리를 내고, 돌아다니다 물건도 훼손할 것이다. 길고양이가 늘어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반려묘가 늘어났기 때문이므로 이런 흐름이 계속되는 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길고양이를 잡기도 힘들고 말도 안 통하고 동물보호법이 강화되어 해치지도 못하니, 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말 통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지금 캣맘에 대한 혐오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불편하게 만든 길고양이를 살처분하자?
이미 미국에서 고양이 살처분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고양이 포획/살처분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전혀 효과가 없었다. 고양이의 특성상 주변 고양이들은 고양이가 없는 동네로 이동하기 때문에 잠시 고양이가 없어진 지역에도 곧 새 고양이들이 유입되어 장기적으로는 살처분 전과 같거나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고양이들을 포획했을 경우 쥐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더 큰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쥐가 올라와 피해를 입힌 사례는 한국에도 있다. 2006~9년 종로구에서 길고양이들을 포획/살처분 조치한 후 쥐가 전선을 갉아먹고 음식점에 출몰하자, 구청이 방향을 TNR 사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고양이들이 캣맘 때문에 더 이상 쥐를 잡지 않는다?
고양이는 배가 불러도 사냥 본능이 있어 쥐가 보이면 놀이로 인식하고 계속 잡는다. 혹 잡지 못하는 고양이를 봤더라도, 그 고양이도 역할을 한다. 고양이 소변에는 펠라닌이라는 쥐를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이 임신한 쥐의 유산을 유도하고 새끼를 적게 출산하게 하여 쥐의 개체수 조절에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쥐의 천적이 괜히 고양이가 아니다.
고양이 TNR 과 캣맘
반면 고양이를 중성화한 뒤 방사할 경우 오히려 영역 표시 악취가 사라지고, 발정에 의한 시끄러운 소리도 줄어들고, 활동영역에서의 다툼 또한 감소한다. 장기적으로 살처분보다 TNR 비용이 훨씬 더 저렴하다. 정부나 구청 지자체에서 고양이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이다.
그런데 TNR된 고양이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가 되어야 유입되는 고양이도 막을 수 있다. TNR 된 고양이를 관리하지 않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살처분과 다름 없는 효과밖에 볼 수 없다. 더더욱 캣맘이 필요한 이유다. 캣맘이 없다면 TNR된 고양이를 돌 볼 사람도, TNR을 신청하고 고양이가 모이는 곳을 알려줄 사람도 없고 TNR을 꼭 해야 하는 아이들의 정보를 파악하여 아이들이 거부감 가지지 않게 잡아줄 수 있는 것도 고양이와 그나마 유대감을 쌓은 캣맘뿐이다.
길고양이로 인해 냄새나는 똥오줌을 치워주고, 길고양이들이 싸우는 소리에 주민들 피해를 생각해 새벽에도 달려나가 쫓아내고, 길고양이를 나쁘게 볼까, 사람들이 해칠까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모두 캣맘이다.
잘못된 캣맘 또한 존재한다
TNR을 하지 못하고 밥만 주거나, 시끄럽다 항의에 더 언성을 높이거나, 남의 집앞에 사료를 몰래 주는 잘못된 캣맘 또한 존재한다.
아이들의 급식소를 만들어주는 건 내 집앞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작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공터나 빈 공간에다 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게 어렵다면 길고양이들이 특정 장소에 모이지 않게 주기적으로 위치를 바꾸거나, 지나갈 때마다 가끔 주거나, 특정 시간대를 지정하지 말고 랜덤으로 줘야 한다.
그리고 캣맘이라면 꼭 TNR을 같이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길고양이 TNR 에 대한 글은 다른 포스팅을 참고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은 어렵다?
지금 길고양이 혐오에서 캣맘 혐오로 혐오의 대상이 옮겨가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캣맘에 대한 혐오가 많은 분들의 공감을 사는 것 역시 이유가 있다. 모든 캣맘이 그러진 않겠지만 일부 캣맘들로 인해 그런 불편함을 겪고,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캣맘으로서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시선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바로 잡을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 고양이 커뮤니티에서는 사건이 이대로 조용해지면 좋겠다, 캣맘으로서 너무 주눅 든다는 내용의 글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오히려 떳떳한 캣맘이 되어 그 시선을 바로잡아야 한다. 길고양이를 위해 밥도 주고, 개체수 조절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며 이웃과 어울리는 그런 캣맘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캣맘이 되기 위해서는 각 구청 역시 힘을 줘야 한다. 공존의 좋은 예로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 사례를 들 수 있다. 캣맘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한 결과 주민의 민원이 줄어든(한 달 평균 30에서 5건정도) 이런 좋은 사례를 대중화 시켜야 한다.
공존을 거부하는 사람은 나 역시 불편하다
캣맘들의 이러한 노력과 보이지 않는 도움에도 길고양이들 때문에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공존을 모르기에 나 역시 불편하다. 그런 부분까지 채워줄 순 없다. 이 지구는 당신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동물도 사람도 같이 사는 곳이다. 어떠한 생명도 이유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했다. 그만큼 인간은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도 빚지고 살아가는 것일 뿐, 우리가 이 지구 동네에 주인은 아님을 늘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요즘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유가 없다. 작은 불편함도 싫은 ‘혐오’의 흐름이 판을 치고 또 조장되기도 하는 게 2015년 현재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하다.
공존: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
캣맘이 없어진다고 길고양이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길고양이는 점점 늘어날 추세다. 그래서 TNR이 대중화 되어야 하고, TNR을 통한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캣맘의 도움 역시 필요하다. 부정적인 혐오문화가 만연하는 요즘 조금만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어른의 자세로, 모두 함께 공존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원문: 묘랑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