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그리던 상상화를 잠시 생각해봅시다. 주로 등장하는 소재들은 해저 도시, 우주 여행, 자가용 비행기, 집안일 해주는 로봇 등이었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요즘 아이들도 비슷한 상상화를 그리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면 아직 이런 것들이 아직 우리 실생활에 없으니까요.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로봇은 왜 아직 없나
왜 아직도 집안일 대신 해주는 로봇이 안 나왔을까요? 그 이유는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5살 짜리 조카도 말도 다 알아듣고 그 정도는 하는데 그게 어렵다고? ” 네, 로봇에겐 걸음마를 떼는 것보다 IBM 왓슨처럼 퀴즈쇼에서 사람을 이기고 의대에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쉽습니다.
이 개념은 이미 1980년대에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일상으로 듣고 보고 느끼는 일은 매우 쉽게 할 수 있는 반면에 복잡한 수식 계산에서는 뒤쳐지고, 컴퓨터는 듣고 보고 느끼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인간이 감당해낼수 없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식의 계산은 순식간에 해낸다는 것이 모라벡의 역설입니다.
도대체 로봇 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길래 그런 걸까요?
요즘에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형태입니다. 주로 IT업계에서 쓰이는 용어이지만, 린 스타트업은 “낭비를 최소화하고, 고객과 많이 교류하며, 제품 성공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업에 있어서 당연한 소리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막상 적용하려면 쉽지 않습니다.
우리와 친숙한 IT기업의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거대한 포털 제국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서 유저를 모으고 그 다음에 서비스들을 추가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봇 산업에서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완제품 로봇을 내놓기보다는 로봇 팔, 눈, 제어하는 보드 등 작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작은 단위로 시작하는 대신에 성능이 아주 뛰어나야 하죠.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제어 보드: 아두이노, 라즈베리 파이 외 다수
요즘은 오픈소스 보드의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드는 로봇을 제어하는 두뇌가 되는 부분이죠.
오픈소스와 사용하기 쉬운 언어 덕분에 가장 대중화된 아두이노(Arduino)의 예를 들어보면, 무인기 전용 아두파일럿, 옷에 부착할 수 있는 릴리 패드, 바퀴 달린 아두이노 로봇, 최소한의 기능만 있는 아두이노 마이크로 등 다양한 형태가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이다보니 개발에 필요한 자료가 다 공개되어 있고, 누구든 개발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점점 개발되면서 같은 가격에 성능은 좋아지고 있고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유서 깊은 전자 회사들도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2. 로봇 눈: 키넥트, 픽시(Pixy) 등
▲ 키넥트(Kinect)로 앞을 보는 비행로봇입니다.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섬뜩하군요.
▲ 픽시(Pixy)의 소개 영상입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카메라가 별 걸 다 하는군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box의 게임용으로 발매된 키넥트는 컴퓨터 비젼 연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키넥트는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게임을 하기 위한 카메라인데, 캘리브레이션만 끝내면 사람은 맨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키넥트는 게임용 도구에서 벗어나 금세 로봇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키넥트를 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였고, 컴퓨터에서 사용하기 편하고, 뛰어난 성능에, 자료도 많이 쌓여서 점점 더 연구에 활용하기 편해지고 있습니다.
픽시는 특정 물체를 포착하는 데에 특화된 카메라입니다. 로봇 연구에 있어 최고의 학교 중 하나인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만들어진 카메라로 사용하기 굉장히 편하고, 보드에 연결만 하면 전원이 공급되고, 기초적인 연구에 쓰기에 성능도 좋습니다. 물체를 인식하고 따라가는 기능으로 쓰기에 굉장히 쉽고, 가격도 $69밖에 하지 않습니다.
3. 모듈: 로봇 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 레고 마인드스톰 EV3 한 패키지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입니다. 나중에 애기가 생기면 사주고 제가 갖고 놀고 싶군요…
▲ 휴머노이드 모듈 다윈(DARwin-OP)을 이용한 축구팀
로봇 모듈에 있어 가장 선구적인 것은 레고의 마인드스톰입니다. 80년대 중순부터 개발하여 90년대 말에 내놓은 제품군으로 하드웨어(레고)와 그래픽 기반의 소프트웨어로 아이들도 코딩 없이 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고 마인드스톰은 하드웨어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반면, 제어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그 반대의 형태가 더 널리 쓰입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다 만들어져 바로 구동될 준비가 되어있고, 원하는 대로 갖가지 센서를 부착하고, 제어를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오픈 소스 자동차, 비행기, 잠수함, 곤충 형태의 모듈이 그러한 것들이죠. 바로 위에 있는 영상 속의 다윈이 그러한 경우입니다.
▲ 완제품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로봇으로 가장 유망한 완제품 형태의 백스터(Baxter)
백스터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가르치고 사용하는 로봇의 형태도 있지만 아직 인간의 잡일을 대신하기엔 몸집도 너무 크고, 느리고, 가격도 비쌉니다. 더 많은 혁신과 발전은 완제품 형태의 로봇보다는 개별적인 부품 산업의 성장과 오픈 소스로 인한 교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로봇을 개인적으로 개발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전공 대학원생들도 그들과 교류하며 같이 연구해가고 있죠. 값싸고, 사용하기 쉬운 부품과 모듈을 사다가 개인이 각자 필요에 맞는 로봇을 만드는 이런 형태의 문화가 계속 발전한다면 우리가 상상화에서 그려오던 집안일 대신 해주는 로봇을 가까운 미래에 일상에서 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픈로브(OpenROV)의 예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실제로 다 이용하여 제품까지 내놓은 좋은 예입니다. 수중 로봇을 만들기 위한 꿈을 위해 오픈 소스로 전 세계 사람들과 모두 같이 디자인하였고, 킥스타터로 자금을 마련하고, 마침내 회사 설립까지 이루어졌습니다. 4분 28초밖에 안 되고, 한글 자막도 나오는 영상이니 21세기의 로봇 회사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보시길 꼭 추천합니다.